[한스경제=박정현 기자] 항공업계가 운항 안전을 위해 항공기 MRO(정비·수리·분해조립)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엔진 중정비를 국내에서도 진행할 수 있도록 MRO 산업을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기 정비는 기체 중정비, 엔진 중정비, 부품정비, 운항정비 등 네가지로 나뉘는데, 가장 핵심적인 부품인 엔진에 대한 중정비는 국적사 중 대한항공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산하 진에어를 제외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의 인가를 받은 네덜란드(KLM), 싱가포르(STEAE), 중국(STATCO) 등에 엔진 중정비를 맡기고 있다.
이로 인해 LCC의 해외 정비비 비중은 2019년 62.2%에서 2023년 71.1%로 증가하고 있다. 제주항공도 지난 1~2월 두 달간 비행기 엔진 4대를 해외 MRO 시장에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항공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업계 최다 규모인 연평균 12대가 넘는 엔진을 점검해왔는데, 올해 그 규모를 더 키웠다. 항공기 엔진 한 대당 정비 비용이 1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평균 12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쏟은 셈이다.
반면 국내 정비비 비중은 2019년 38.7%에서 2023년 28.9%로 감소했다. 정부가 지정한 유일한 항공기 MRO 사업자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는 기체 중정비는 가능해도 엔진 중정비는 불가능해 현재로서는 전문성이 높은 해외 업체에 MRO를 맡기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AEMS의 LCC 정비 실적은 2021년 46대에서 2022년 40대, 2023년 22대로 감소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엔진 중정비는 1만3000여개에 달하는 부품을 완전히 분해해 비파괴 검사, 부품 교환, 재조립, 성능 테스트까지 거치는 대작업으로 중정비를 마친 엔진은 새로운 엔진으로 태어난다"라며 "한국의 경우 정비에 필요한 원천기술력과 전문 정비 인력을 보유하지 못해 해외 정비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비행기 엔진 결함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LCC들은 소비자 신뢰 회복을 목표로 MRO 역량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각 사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올해 각각 65명, 60명 이상의 정비 인력을 신규채용한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 확대에 발맞춰 연내 170여명의 정비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도 정비사 추가 채용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미정이나 평년 폭보다 정비 인력을 확충해 채용하기로 했다.
항공업계는 정부 차원에서도 국내 MRO 산업 육성을 힘써야 한다며 엔진정비 원천기술 개발, 부품업체 양성 및 배후단지 조성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을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항공기의 주요 결함이 의심될 때 10건 중 7건은 비행기를 해외로 보내야 하는데, 최소 30일에서 길게는 200일까지 소요돼 긴급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시간과 자원의 소모가 크다는 논리다.
실제로 전 세계 항공 MRO 시장 규모는 오는 2034년에는 1241억달러(182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국내 MRO 산업 육성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다. 국토부는 지난 2021년 8월 '항공 MRO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올해까지 국내 MRO 정비물량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상은 지난해 4월에야 MRO 클러스터인 '인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 기공식을 여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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