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동부를 집어삼킨 역대급 산불이 여전히 진행 중임에도 시골에서 불법 소각이 자행되고 있다.
26일 오후 어둠이 내린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상의리 주왕산국립공원에 산불이 번지고 있다. / 뉴스1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해 경북 북동부로 확산 중인 대형 산불이 엿새째를 맞은 27일 오전 6시 30분 헬기와 진화 차량, 진화 대원 등이 투입되며 진화 작업이 재개됐다.
산불 확산에 따라 진화 인력과 장비를 산불 인접 시군으로 분산시킨 산림 당국은 이날도 산불 현장 곳곳에 분산 배치해 동시다발적인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골에서는 노인들의 불법 소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는 지난 26일 낮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한 밭두렁에서 한 주민이 불에 탄 신발과 가재도구, 폐기물 등을 태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이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근처에서는 이미 산불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해당 주민은 개의치 않았다. 주민은 오히려 "집이 엉망이라 갖다버릴 데도 없다. 태우고 물 뿌릴라고"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또 다른 주민은 "이 불난리를 겪고도 정신을 못 차렸네"라며 혀를 찼다.
불법 소각은 봄철 산불의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둔 시기인 만큼 산불 현장과 가까운 의성군내 곳곳에서는 논밭두렁이나 영농 부산물을 불법으로 태우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고 매체는 말했다.
산불이 삶의 터전을 잡아먹은 가운데 일부 농민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단촌면과 옥산면, 점곡면 등 산불 피해를 본 군내 상당수 지역 주민은 생계를 위한 농사일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사방에 깔린 산불 연기 속에서도 이미 발생한 산불 피해보다 앞으로의 일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는 밭 가운데에 쓰레기를 모아두고 태우기도 했다.
26일 경북 의성군의 한 마을에 산불조심 현수막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이날 경북도 전역에는 건조특보가 내려졌으며 도청과 각 지자체에서는 연신 '영농 부산물 소각 금지'를 안내하는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종이나 플라스틱은 처리하기도 애매해 조금씩 태워 왔다"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다른 주민은 "폐비닐은 모아뒀다 돈 받고 팔 수도 있는데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몸에 뱄는지 평소에도 그냥 태워버린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산림청이 계절별 산불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산불 건수 546건 중 303건(56%)은 건조한 상태에서 야외 활동이 많은 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산불 주요 원인은 입산자 실화가 171건(31%)으로 가장 많았으나 쓰레기 소각이 68건(13%), 논밭두렁 소각이 60건(11%)으로 바로 뒤를 이었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논밭 태우기와 쓰레기 소각, 담배꽁초 투기, 입산 시 라이터 등 화기 소지를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 권한대행은 "산림이 한 번 훼손되면 원상 복구하는 데 10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고 피해지역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라며 "매년 반복되는 대형 산불로 인해 우리 이웃들이 더 이상의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산불 예방을 위한 국민 여러분의 각별한 관심한 협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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