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엔비디아의 대항마다”
그래픽카드 시장은 언제나 전쟁터다. 수많은 숫자가 날아다니고, 성능 곡선이 전장의 지형이 되며, 유저들은 그 위에 구축된 수치를 분석하며 선택지를 좁힌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대부분의 유저가 벤치마크 수치를 줄줄 외우며 제품을 고르지는 않는다. 프레임이 몇 더 나왔는지보다는, 게임 속 세상이 얼마나 부드럽고 몰입감 있게 펼쳐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결국 ‘잘 돌아가느냐’는 직관적인 감각이 선택을 지배한다.
그 점에서, SAPPHIRE의 RX 9070 NITRO+는 묘하게 다르다. 새 제품을 처음 장착하고 전원을 눌렀을 때, 익숙한 윈도우 부팅음보다 먼저 느껴진 건 묵직한 금속 질감과 조용히 점등되는 조명의 변화였다. 그리고 곧바로, 긴 시간 동안 ‘대항마’라는 이름에 머물러 있었던 라데온이 조금은 다른 목소리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라데온 그래픽카드는 오랫동안 ‘가능성’으로 이야기되었다. 경쟁사 대비 합리적인 가격, 비슷한 성능, 꾸준한 구조적 발전. 하지만 정작 많은 유저는 “안정성이 아쉽다”거나, “최적화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선택을 망설였다. 마치 무언가 한 끗이 부족한 완성 전의 제품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열성적인 커뮤니티 사용자나 실험정신이 강한 유저들만이 라데온을 주력으로 삼았고, 시장의 주류는 늘 다른 방향을 향해 있었다.
그런데 이번 RX 9070은 다르다. 직접 시스템에 구성하고 여러 게임을 돌려본 첫 주, 아주 직관적인 만족감이 따라왔다. 검은사막의 복잡한 전투 장면에서도, 엘든링의 묵직한 광원 표현에서도 프레임 드랍은 없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처럼, 꾸준하고 안정된 그래픽 퍼포먼스가 이어졌고, 오랜만에 ‘하드웨어에 대한 신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RDNA 4 아키텍처는 단순한 성능 상승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AI 가속 연산은 고사양 환경에서도 부드러운 프레임을 가능하게 했고, 레이 트레이싱 처리 능력은 드디어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기대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여기에 FSR 4.0은 시각적 만족과 퍼포먼스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보여줬다. 과거엔 ‘옵션에서 켤지 말지 고민하던 기능’이 이제는 당연히 사용하게 되는 기술이 된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화, 튜닝된 드라이버, SAPPHIRE 특유의 안정성까지 겹쳐지면서 RX 9070 NITRO+는 마침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라데온’이라는 메시지를 품게 되었다. 특히 SAPPHIRE의 NITRO+ 라인업이 제공하는 정제된 품질감과 감성적 마감은 단순히 성능을 넘어 ‘하이엔드 경험’을 제공한다.
이제 AMD 라데온을 이야기할 때, 더 이상 ‘대항마’라는 수식어 뒤에 말줄임표를 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주류가 되기 위한 문턱은 높은 법이지만, RX 9070은 그 문턱을 넘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조건을 갖췄다. 체감 성능, 안정성, 설계 완성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드디어 마음을 움직이는 감각까지.
이번에는 가능성이 아니다. 실체가 느껴진다. 마침내, 진짜 대항마다.
◆ SAPPHIRE 라데온 RX 9070 NITRO+OC D6 16GB 그래픽카드
① 기본 사양
칩셋: AMD Radeon RX 9070 (TSMC 4nm 공정, 스트림 프로세서 3,584개)
클럭 속도: 부스트 최대 2,700MHz
인터페이스: PCIe 5.0 x16
② 메모리 및 출력
메모리: 16GB GDDR6, 20,000MHz, 256-bit
출력 포트: HDMI 2개, DisplayPort 2개
지원 해상도 및 기능: 8K, HDR
최대 모니터 지원: 4대
③ 전력 및 냉각
전력: 사용전력 245W, 권장 파워 정격 650W 이상
냉각 시스템: 방열판, 히트파이프, 3팬 구성
팬 속성: 제로팬(0-dB) 기술 지원
④ 외형 및 부가기능
크기: 길이 330.8mm, 두께 65.7mm
LED: 팬, 측면, 로고 ARGB 라이트 지원
백플레이트: 포함
구성품: VGA 지지대, 3x8핀 to 16핀 커넥터
유통: 이엠텍

1. 디자인, 감성을 품은 하이엔드의 조형미
SAPPHIRE NITRO+를 단순히 그래픽카드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은 기계의 심장에 품격을 더하는 조형물이며, 금속과 빛으로 완성된 하나의 정제된 오브제다. RX 9070 NITRO+의 외형은 무광 블랙과 메탈릭 실버가 절제된 대비를 이루며, 묵직하지만 날렵한 인상을 남긴다. 날을 세운 듯 정제된 방열판 구조는 금속 특유의 질감을 살리고, 표면을 타고 흐르는 RGB 라이트는 하이엔드 시스템의 숨결처럼 점등된다.
NITRO+의 전면은 삼중 팬으로 구성되어 있다. 팬 블레이드 끝단은 마치 날개처럼 공기를 가르며, 그 위로 얹힌 투명 엣지는 빛을 머금은 유리조각처럼 은은한 발광을 쏟는다. 팬 중앙에 새겨진 로고는 시스템 전원을 인식하듯 조용히 점등되며, 차가운 정적 속에서 고요한 자존심을 드러낸다.
측면부에 새겨진 NITRO+의 로고는 ARGB Sync 기능을 통해 다른 하드웨어 조명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조명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용자의 취향과 철학을 반영하는 빛의 언어다. 조용한 기계의 세계 속에서, 사용자의 감성을 드러낼 수 있는 드문 창구이기도 하다.
후면 전체를 감싸는 알루미늄 백플레이트는 단단한 보호막인 동시에, 시선을 잡아끄는 구조적 아름다움이다. 단순한 금속이 아니라, 마치 도심 빌딩 외벽처럼 정제된 금속 질감이 공간을 채운다. 여기에 조명 효과가 더해지며 쿨링과 디자인의 경계는 흐려지고, 하드웨어는 조용히 예술의 언어를 말하기 시작한다.
직관적으로 보여지는 이 것. NITRO+ OC는 세 개의 팬을 품고 있다. 마치 삼엽의 날개가 조용히 회전하는 비행기 엔진처럼, 트리플 팬은 단지 쿨링이라는 기능을 넘어 GPU의 존재감을 조율하는 리듬이 된다. 처음에는 다소 과한 무장처럼 느껴졌던 구성은, 막상 전원을 넣고 몇 시간을 플레이한 뒤에야 그 진짜 의미를 드러낸다. 팬은 조용하고, 쿨링은 빠르며, 발열은 증발하듯 사라진다. 그렇게 RX 9070 NITRO+는 온도계보다 마음을 먼저 안심시킨다.
SAPPHIRE가 독자 설계한 AeroCurve 블레이드는 공기의 흐름을 계산적으로 정제해낸다. 듀얼 볼 베어링 구조는 회전 시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소음을 줄이고, 긴 시간 동안 성능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저부하 상황에서는 팬이 아예 정지하고, 고부하 상황에서도 귀를 자극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조용히 불타오르는 엔진처럼, 격렬한 연산 속에서도 고요함을 유지하는 기계의 품격이다.
열을 식히는 건 단지 팬만의 몫이 아니다. 냉간 압연 강철로 구성된 구조적 프레임은 열과 진동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이고, 6개의 복합 히트파이프는 방열 흐름을 본능적으로 안내한다. 여기에 SAPPHIRE의 시그니처 기술인 NITRO 쿨 테그가 더해지며, 하이엔드 시스템에 요구되는 쿨링의 정점에 도달한다. 소음과 발열 사이의 균형이 이토록 우아했던 적이 있었던가.
RX 9070 NITRO+는 성능을 위해 태어났지만, 그 외형은 그 이상의 언어를 담고 있다. 세심하게 다듬어진 디테일과 재료, 구조의 조화는 단순한 부품을 넘어선다. 케이스 속 한 자리를 차지하는 순간,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중심이 된다.
2. 조용한 성능,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심장
◆ 테스트 환경
① CPU - AMD 라이젠7-5세대 7800X3D
② M/B - ASRock X870E TAICHI
③ RAM - 마이크론 Crucial DDR5-6000 CL36 PRO Overclocking
④ SSD - 마이크론 Crucial P310 M.2 NVMe 2TB 대원씨티에스 NVMe SSD
⑤ VGA - option
⑥ 쿨러 - TRYX PANORAMA 3D SE 360 ARGB 수냉 쿨러
⑦ 파워 -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1050W ATX3.1 화이트
⑧ OS - Windows 11 Pro 23H2, Adrenalin Edition 23.5.1
성능 또한 수치보다 경험으로 다가온다. 특히 ‘검은신화 오공’ 체험판을 플레이했을 때의 장면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풀옵션, 1440p, FSR 4.0을 켜고 진행했음에도 100프레임 이상을 유지하며 화면은 단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화면 속 오공이 전장을 가로지를 때, 그 움직임은 단순히 프레임이 아니라 밀도와 질감, 색감으로 기억되었다. 라데온은 늘 강하다고 말은 들었지만, 이처럼 우아하게 강한 적은 드물었다.
특히 FSR 4.0은 이제 이름만 비슷한 것이 아닌, 실질적인 대안이다. 예전처럼 가장자리에서 픽셀이 흔들리거나 뭉개지는 일이 없다. 오히려 ‘이게 업스케일링이 맞나?’ 싶은 수준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며, DLSS와의 비교에서 더 이상 핸디캡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성장했다.
모든 퍼포먼스는 결국 컨트롤로 완성된다. SAPPHIRE가 제공하는 전용 소프트웨어 TriXX는 단순한 튜닝 툴이 아니라 사용자와 그래픽카드 사이의 대화 창구다. 실시간 하드웨어 모니터링은 기본이고, RGB 커스터마이징과 팬 속도 조절, 전압 조정, 클럭 제어까지 섬세하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TriXX Boost는 해상도와 렌더링 퀄리티를 미세하게 조정해 프레임과 화질 사이의 완벽한 밸런스를 설계할 수 있다. 하나의 설정이 수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의 감각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NITRO+는 단순히 조용한 그래픽카드가 아니라, ‘설계된 침묵 속에서 성능을 응축한 예술품’처럼 느껴진다. 냉철하게 계산된 구조 안에서 뜨겁게 맥동하는 퍼포먼스. 소음 하나 없이, 전장의 한가운데서도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건 단순한 하드웨어의 역할을 넘어서, 유저의 몰입을 완성하는 하나의 장치다.
**편집자 주 = 믿지 않았던 이름이, 결국 선택지가 되기까지
고백하자면, 처음부터 기대했던 건 아니었다. RX 9070 NITRO+ OC라는 이름을 마주했을 때 떠오른 생각은 ‘라데온이 또 나왔구나’ 정도였다. 고성능을 이야기하더라도, 여전히 ‘한 끗’ 부족할 거란 선입견. 매번 그래왔으니까. 기대는 적고, 의심은 많았던 그 출발선에서 이 카드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태도를 바꾸게 만들었다.
팬 소음이 들리지 않았을 때, 화면이 끊기지 않았을 때, 뜨거워질 만한 상황에서도 케이스 안이 조용했을 때. 그리고 어느새 게임 속 장면이 ‘부드럽다’는 말로는 부족한 감각으로 다가올 때.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단지 성능이 올라간 게 아니다. 오랜 시간 AMD를 향해 날아들던 물음표가, 마침내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가격표를 보게 된다. 약 100만 원 중반대. 분명 적은 금액은 아니다. 누구든 이 지점에서 한 번쯤 멈칫하게 된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동급 카드가 150만 원을 가볍게 넘기는 현실을 떠올리면, 이 가격은 단지 ‘저렴한 선택지’가 아닌 ‘현명한 선택지’가 된다. 성능은 RTX 5070과 5080 사이. 하지만 가격은 그 어느 쪽보다 덜 부담스럽다. 이것이 SAPPHIRE RX 9070 NITRO+가 가진 가장 강력한 설득력이다.
그리고 여기서 진짜 반전이 시작된다. 단순히 ‘가성비’ 때문이라면, 여전히 이 브랜드는 두 번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카드가 보여준 건 그 이상의 신뢰, 감각, 완성도였다. 트리플 팬이 만들어내는 조용한 냉각, 알루미늄 프레임이 주는 묵직한 존재감, RGB의 정제된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도 게임 속에서 흐트러지지 않는 퍼포먼스.
과거의 라데온은 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하지만 RX 9070 NITRO+는 그 ‘언젠가’를 오늘로 앞당겼다. 드라이버의 불안함도, 소프트웨어의 미완성도, 더 이상 이야기되지 않는다. 이젠 직접 사용한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진짜 바뀌었다”고.
4K급 해상도를 꼭 고집하지 않는 이상, 이 카드가 보여주는 성능은 대부분의 유저에게 충분 이상이다. 단순히 프레임 수치만이 아니라, 안정성, 온도, 조작성, 그리고 조용한 몰입감까지. 전방위적인 ‘사용자 경험’이 이 카드를 다시 보게 만든다.
결국 ‘세컨드 브랜드의 회심작’이 아니다. ‘진짜 1순위’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그래픽카드다. 기술은 이미 따라잡았고, 완성도는 추월했고, 가격은 여전히 아래에 있다. 누가 봐도 유리한 조합이지만, 이상하게도 AMD는 늘 망설이게 만드는 브랜드였다. 그 편견을 깬다는 건, 단순한 혁신보다 더 어렵다. 그런데 RX 9070 NITRO+는 그걸 해냈다.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된다. 지금 필요한 건 가장 익숙한 이름인가, 아니면 가장 완성된 경험인가. 그 질문 앞에서, RX 9070 NITRO+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스스로를 정답이라 말한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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