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던 그는 이번 2심 판결로 정치적 생명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 도전에도 청신호를 밝히게 됐다.
이 대표는 선고 직후 사필귀정이라며 이번 판결을 반겼고, 정치적 탄압이라는 기존 주장을 더욱 강하게 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깊은 유감을 표하며 대법원의 상고심에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는 3월 26일 이 대표에게 제기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공소사실의 증명이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선고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은 뒤집히게 됐다.
재판부는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 관련 발언과 백현동 용도변경 압박 주장 모두 허위사실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중 TV토론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김문기를 모른다고 발언했으며,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서는 국토교통부의 협박으로 용도 변경을 했다고 주장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과의 교류 사실을 부정하고, 백현동 발언 또한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보다 폭넓은 해석을 바탕으로 이 같은 발언들이 허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김문기 관련 발언에 대해 ‘몰랐다’, ‘알았다’는 언급이 인식의 문제이며, 단순한 행위 부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한 발언 역시, 국민의힘이 제시한 사진이 골프장 사진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찍힌 단체사진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골프 사실의 증거로 보기 어렵고 조작이라고 표현한 것도 허위사실로 보기 힘들다고 봤다.
또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있었던 백현동 개발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국토부의 용도변경 요구와 그 과정에서의 공문 및 공무원 발언을 근거로 들며, 이 대표의 발언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 범주에 포함되고 허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표 사실 전체에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면 다소의 과장이나 차이는 허위로 보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직후 법정 밖에서 “진실과 정의에 기반한 판결에 감사드린다”며 “당연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와 국가 역량이 소모됐다. 검찰은 이제라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국력 낭비를 멈추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겠다고 사건을 조작하고 증거를 조작하는 데 쓴 시간과 자원을 산불 예방이나 국민 삶 개선에 썼다면 얼마나 나은 세상이 됐겠느냐”며 윤석열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법원 앞에는 이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한 60여 명의 국회의원이 자리를 함께했다.
당 지도부는 지나친 환호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의원들은 선고 직후 페이스북 등에 “전부 무죄”, “사필귀정”, “이제 헌재가 답할 차례” 등의 문구를 올리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법원 주변에 모인 지지자들 역시 이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며 기뻐했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그의 무죄를 축하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2심 무죄 판결 직후 깊은 유감을 표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6개월 내 결론을 내리는 6·3·3 원칙을 준수해 조속히 판결을 내려 정의가 바로잡히길 바란다”며 상고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전과 4범에다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의 재판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더 이상 꼼수 전략 없이 성실히 재판에 임하라”고 비판했다.
검찰 역시 즉각 반발하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2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고, 일반 선거인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방식으로 발언을 해석해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상고심을 통해 위법성을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재판부가 선거법의 핵심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기각 및 각하한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무죄 판결은 이 대표에게 남아 있는 여러 재판 중 가장 직접적으로 정치적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조기 대선이나 총선 등 주요 정치 일정에 있어서 이 대표의 피선거권은 보장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더라도 대선 전까지 확정 판결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 대표에게 유리한 국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현재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대장동 개발 관련 배임 및 뇌물 수수 의혹 등 복수의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 중이지만, 이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 판결로 정치적 명분 확보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향후 그가 당내 장악력을 바탕으로 정국 주도권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정치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해석에 있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 사건의 중요한 판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을 언급하며 판단 근거로 삼은 것도 이번 판결의 상징적인 의미를 더했다.
이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는 아직도 남아 있는 재판들의 향방과 맞물려 있다.
그러나 이번 무죄 판결로 인해 가장 시급했던 정치적 위기를 넘긴 그는 다시금 대권 행보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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