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5년'...푸틴은 과연 '러시아를 잘 돌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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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5년'...푸틴은 과연 '러시아를 잘 돌보고' 있을까

BBC News 코리아 2025-03-26 19:11: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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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보리스 옐친과 블라디미르 푸틴
Getty Images
보리스 옐친(왼쪽) 대통령은 1999년 12월 31일 사임을 발표하며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대통령 권한을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나는 1999년 새해 전야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시 BBC 모스크바 지국의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뉴스 속보가 전해졌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사임했다는 소식이었다.

모스크바 주재 영국 기자단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충격적인 뉴스였다. 그 소식이 전해졌을 때 모스크바 지국 사무실에는 특파원이 없었다. 이에 내가 직접 내용을 작성하고 방송해야 했다. 내 첫 BBC 보도였다.

당시 나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언제나 자신은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적으며 "그리고 오늘, 그는 러시아인들에게 자신은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것이 기자로서 내 첫 시작이었다.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 지도자로서 거듭나는 시작점이기도 했다.

옐친이 사임하며 러시아 헌법에 따라 당시 총리였던 푸틴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고, 3개월 뒤 치러진 대선에서 그는 승리를 거두었다.

크렘린궁을 떠나면서 옐친이 푸틴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바로 "러시아를 잘 돌봐주시오!"였다.

젊은 시절 블라디미르 푸틴과 보리스 옐친
Getty Images
푸틴 대통령(오른쪽)은 자신이야말로 러시아 주권의 수호자라며, 전임자였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그러지 못했다고 말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이 가까워질수록 옐친이 남긴 이 말이 점점 더 자주 생각나곤 한다.

푸틴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주로 우크라이나의 피해가 컸는데, 도시는 엄청나게 파괴되고 인명 피해도 막대했다. 영토의 거의 20%가 점령당했고, 1000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그러나 러시아도 마찬가지이다.

  • 푸틴이 이른바 '특별 군사 작전'을 개시하기로 한 이후, 러시아는 전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 러시아의 마을과 도시도 정기적으로 드론 공격을 받고 있다
  •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일부를 점령한 상태다
  • 국제 사회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를 짓누르는 압박은 커지고 있다
  • 러시아의 인구 통계학적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 러시아 사회 내 탄압이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

나는 푸틴이 집권한 25년 전부터 그에 대해 보도해오고 있다.

1999년 12월 31일 새로운 러시아의 지도자로 나선 그가 20년하고도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으리라 누가 생각했을까. 혹은 오늘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서방과 대립하고 있으리라 그 누가 예상했을까.

러시아 군인들이 루간스크 내 러시아 점령지에서 군인들의 관에 십자가와 러시아 국기를 덮고 있다
Reuters
2022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이른바 '특별 군사 작전'을 시작한 이후 러시아 또한 전장에서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

나는 종종 옐친이 자신의 후계자로 다른 이를 선택했다면 과연 역사의 흐름이 크게 달라졌을지 가정하곤 한다. 물론 학문적 차원에서의 의문일 뿐이다. 언제나 '만약'과 '그랬다면'으로 가득 차 있는 게 역사다.

한 가지 확실한 것도 있다. 지난 25년간 나는 푸틴의 여러 모습을 봐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조지 로버트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 사무총장은 지난 2023년 내게 "내가 만나본, 함께 좋은 일을 하고, NATO-러시아 위원회를 설립했던 푸틴은 지금의 과대망상증 환자 같은 푸틴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고 말한 바 있다.

"2002년 5월 제 바로 옆에 서서 우크라이나는 주권적이고 독립적인 민족 국가로서 안보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것이라고 말했던 사람이 지금은 (우크라이나는) 민족 국가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푸틴은 매우 예민하고, 조국에 대한 엄청난 야망을 지닌 인물로 봅니다. 구소련은 과거 세계 2위의 초강대국으로 인정받던 국가이나, 러시아는 더 이상 그렇게 주장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점이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가 느끼는 푸틴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이유다. '러시아를 다시 위대하게!' 하려는 (그리고 냉전에서 러시아가 패배했다고 많은 이들이 여기는 것을 만회하려는) 그의 강한 욕망으로 인해 러시아는 불가피하게 주변 국가 및 서방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물론 크렘린궁 측의 설명은 다르다.

푸틴의 연설과 발언을 듣다 보면 그는 지난 몇 년간 러시아가 서방의 거짓말과 무시에 시달렸으며, 서방이 러시아의 안보 문제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등 전방위적인 분노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푸틴은 과연 "러시아를 잘 돌봐달라"는 옐친의 부탁을 자신이 잘 이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최근 이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있었다.

장장 4시간이 넘는 연말 기자회견이 끝난 뒤, 푸틴은 내게 질문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선 나는 "옐친 대통령이 당신에게 러시아를 잘 돌봐달라고 했지 않냐"며 과거를 상기시켰다.

"그러나 소위 '특별 군사 작전'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 쿠르스크 지역의 우크라이나 군대, 국제 사회의 대러 제재, 높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은 당신이 조국을 잘 돌보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푸틴 대통령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나는 그저 잘 돌본 게 아닙니다. 우리는 낭떠러지의 가장자리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전임자 옐친의 러시아를 주권을 잃어버린 나라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서방 세계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러시아를 이용"하는 한편 마치 자신들이 더 우월한 위치에 있는 듯 옐친의 어깨를 "두드렸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자신은 "러시아가 독립 주권 국가임을 보장"하고자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신을 러시아 주권의 수호자로 내세우는 것,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당화하고자 과거를 되돌아보며 만들어낸 새로운 관점일까. 아니면 푸틴은 정말로 러시아 현대사에 대해 이렇게 믿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아직은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전쟁의 종결 방식과 러시아의 미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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