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발을 디디자 과거의 숨결이 온 몸을 휘감았다.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가운데 이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한다는 감회도 깊게 다가왔다. 한쪽에서는 해체 공사로 드러난 내부 구조가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며 마치 잊힌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했다. 26일 옛 대전부청사 복원 현장에서….
대전부청사는 1937년 세워졌다. 한때 대전의 문화와 정치의 심장이었던 대전부청사는 조선인이 손수 세운 공회당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시절 이곳에서는 시민들이 모여 꿈을 나누고 역사를 함께 썼던 흔적이 남아 있다. 세월이 흐르며 대전이라는 이름에서 잊힌 채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이 건물은 2025년, 다시 그 빛을 찾기 위한 복원 작업 속에 있다.
1단계 해체가 끝난 대전부청사 내부의 기둥과 보, 벽체는 과거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해체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시간의 흐름은 마치 이곳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처럼 느끼게 만든다. 원형창의 위치와 천장 몰딩, 궁륭형 우물반자 등 장식적인 요소도 여전히 그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웃고 떠들던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대전부청사 복원은 단순한 건축물의 재생이 아니다. 대전부청사는 대전 첫 도시계획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대전부청사 복원 사업은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재생하는 중요한 여정인 것이다. 고윤수 대전시 문화유산과 유산관리팀장은 “대전부청사는 2016년 이후 민간에 매각된 후 난장장소로 쓰이는 신세가 됐지만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선 8기 들어 이 건물을 공공 매입해 복원 절차를 밟고 있다. 누군가는 대전부청사가 복원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할 수 있으나 오롯한 대전의 문화유산으로 남기고자 복원에 최선을 다해 증명해보이겠다”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대전부청사 복원의 핵심은 건립 당시 전면 파사드를 되살리는 것이다. 그 과감한 설계는 대전부청사의 아이코닉한 요소로 시민들에게 그 아름다움을 선보일 예정이다. 3층의 난간도 전망대로 복원해 보문산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것이 시의 구상이다. 이와 함께 시는 건물 A자형 계단도 되살려 시민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들 계획이다.
대전부청사가 과거의 이야기를 불러일으키고 미래의 꿈을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변모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시는 5월 국내외 저명한 건축가들을 초청해 보존과 활용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어 복원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 대전부청사의 구체적인 활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장우 시장은 “대전 공회당으로 출발한 첫 대전시청사 건물은 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건물인 동시에 일제강점기 지방 공회당 건물 중 유일하계 보존된 사례로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건축유산이다. 문화유산으로서의 진정성을 회복하고 시민 모두가 자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는 대전의 대표공간으로 활용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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