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치사에 있어 충의를 말하자면 전두환 대통령과 장세동(제5대 경호실장, 제13대 국가 안전기획 부장) 씨와의 군신 관계가 언급된다.
장 씨는 경호실장 시절 '경호가 단순히 대통령의 신변 보호 차원을 넘어 심기까지 편안케 해야 한다'는 신념을 피력한 인물로 국민에게 있어 충의의 사나이로 명명되고 있다.
특히 그는 전 대통령의 자택에 소장됐던 고미술품·조각품 등이 몰수돼 경매시장에 나오자 그 경매 물건을 사비를 들여 사들여 전 대통령의 자택에 가져다 놓았던 인물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라는 말처럼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발표 이후 대통령의 신변을 지키기 위해 고전분투를 했던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직업적 신념과 신의가 젊은이들에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감내를 해야 했던 고난의 행보는 2030 젊은 세대들에 있어 그 어떤 교과서의 가르침보다도 더욱 확고한 것으로 지목돼 충절에 대한 가치관을 바로잡아놓았다.
특히 경찰의 4번째 기소로 서부지법에 구속적·부심을 앞두고 소회를 묻는 기자들에게 김 차장이 남긴 말 한마디가 우리 사회 저변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VIP의 경호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내던져야 하는 게 경호관의 직업이다"라며 "난 그렇게 배웠고 그것을 실행했을 뿐이다"란 그 말 한마디가 왜 그렇게 크게 들렸을까.
이는 곧 국민에게 있어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말한 것으로 신분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직업적 사명감에 투철해야 함을 되새겨 일깨워 준 대목이다.
한편, 대통령과 통수권자를 지켜야 할 경호처와 군과의 충의 정신이 왜 이렇게 상반돼 빗나갔을까.
민주당 지도부가 모 장성을 국회에 불러 계엄 가담 사실 전모를 캐묻자 그가 눈물마저 글썽였으나 그는 명색이 육군특수전 사령관이자 군의 핵심인물이다.
자신의 신분(보직)을 지키기 위한 별똥별의 천박한 모습이 우리 국민의 뇌리 속에 국민을 위한 군대라는 큰 믿음을 무색하게 했다.
그는 청문회과정에서 "대통령의 계엄이 부당했다. 대통령이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말했다"라며 한 치 망설임 없이 거짓말을 쏟아 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태의 진위가 드러나고 정세가 뒤바뀌는 양상이 감지되자 그는 '민주당 모 의원의 회유로 허위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을 바꿨다. 이 장성의 직무를 일탈한 이중적 잣대가 가히 언어도단이었다.
그가 진정한 장군이라면 '대통령의 계엄에 가담 여부를 캐묻는 민주당 의원의 지적이나 질책에 눈물을 짜기 보다는 보다 명분 있는 답변을 했어야만 했다.
즉 "군 통수권자의 명령에 따른 게 죄가 될 수 있느냐. 군의 조직이 통수권자의 명령을 거역한다면 누구 명령을 따라야 하나"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자세가 곧 장군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12.3 계엄과 더불어 드러난 우리 군조직의 위계질서와 군 기강의 해이문제가 심각의 경지를 넘어선 듯보였다.
특히 일반 사병보다 더 나약한 군 장성(star)의 비굴하고 천박한 행태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말이다. 일련의 사태는 군조직의 혁신과 일대 수술이 불가피한 당위성으로 부각이 됐다.
구미=김시훈 기자 silim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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