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김민수 인턴기자】 정부 조사 결과 고립·은둔 청년의 비율이 5.2%로 집계된 가운데, 고립·은둔 청년들의 솔직한 마음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청년재단은 26일 오후 1시 서울청년기지개센터에서 ‘잘나가는 토크콘서트’를 열어 고립·은둔으로부터 회복한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잘나가는 토크콘서트’는 고립·은둔에서 회복한 청년들이 전국의 청년지원기관 종사자들을 만나 각자의 고립 계기와 회복의 과정을 나누는 행사다.
이번 행사는 실제 7년간 고립·은둔을 경험하고 회복한 청년 신현재씨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그는 본인의 성장과정과 은둔의 이유, 회복과정 등을 솔직하게 공유했다. 가정환경과 펫로스 증후군과 같은 본인의 고립·은둔의 이유를 이야기하며 사람마다 은둔의 이유와 형태는 다르고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년지원기관 종사자들에게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신씨는 “청년을 환대하고 적절한 친밀감을 유지하며 적절한 선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다만 말을 놓거나 친구처럼 지내는 것, 근무 외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부에서는 실제 고립·은둔을 극복한 청년들이 나와 자신의 경험과 극복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날 공개된 청년들의 고립 이유는 다양했다. 안정적인 삶을 꿈꾸기 위해 취업한 회사에서 당한 폭언 및 폭행, 학창 시절 겪은 따돌림과 학교폭력 경험으로 인한 공황 장애와 대인기피증, 부상을 입은 뒤 시작된 장기간의 재활기간으로 인한 우울증, 20대 초반부터 찾아온 공황장애, 불안정한 사회에 대한 불안감 등이었다.
약 3년의 고립기간을 겪은 명선씨는 “원래 직업이 요리사였다. 일을 하던 중에 손목 인대가 끊어졌고 결국 수술을 받았지만 잘되지 않았다”며 “그러다 보니 재활 기간이 길어지고 의사는 앞으로 다시는 요리를 하지 못할 것이며 하더라도 관절염 등 부작용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말을 듣고 앞으로 뭘 해야 될지 막막했고 요리 말고는 잘하는 게 없다는 생각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게 고립·은둔생활을 하게 됐다. 당시 하루 종일 잠을 자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다시 자고 반복을 했고 자신감이 없고 주눅이 들어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경준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당한 학교폭력으로 인해 7년간의 고립·은둔 생활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시도를 여러 차례 할 정도로 우울감이 심했다. 그러다 결국 부모님의 반대를 뚫고 고등학교 1학년때 자퇴를 했고 이후부터 고립된 생활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립·은둔 시기를 겪으면서 부모님과 많이 싸우고 사이가 멀어졌다”며 “사람들을 만나는게 두려워 공부한다는 핑계를 대며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방에서 웹툰이나 소설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고 우울하거나 답답하면 잠으로 도피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 세상에 나오기 위해 용기를 냈고 ‘극복’이라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어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고립·은둔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
청년들은 “은둔이 정점에 있었을 때 누군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방문을 두드렸다면 유효했나”라는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이들은 정부나 기관 차원에서 운영하는 △상담 △소통 △공동체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이 탈고립에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약 7년의 고립기간을 보낸 지니(별명)씨는 “많이 힘들었어도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면 밖으로 더 쉽게 나갈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채근하는 다가감이 아닌 나의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인정해 주는 다가감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약 1년간의 고립생활을 한 세모(별명)씨는 “솔직히 당시 저를 생각하면 짜증이 나고 부담이 됐을 것 같다”며 “하지만 계속 방문을 두들겨줬다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모두 한때 고립과 은둔에서 벗어났지만 이후 다시 ‘재고립’을 경험했다. 청년들은 첫 번째 고립보다 두 번째 고립이 더욱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들은 재고립을 방지하려면 지인과 친구 등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니씨는 “일상을 물어보는 친구들과 날 아껴주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재고립하지 않을 것 같다”며 “이제는 다시 고립에서 꺼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빠르게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회에 바라는 점으로 명선씨는 “너무 타인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고립하고 있을 때 어머니 친구들이나 친척한테 전화가 오면 아들은 ‘뭐 하고 지내냐’ 등 물어보곤 했는데, 방에서 그 이야기를 듣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SNS의 영향이 커지고 서로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자기의 인생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너무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지니씨는 “남들과 다른 것을 이상하다고 여기는 시선, 개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문화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특히 청소년기에는 또래 친구 없이 혼자 있는 것을 창피해하는데 그런 문화도 개선되길 바라고 건강한 가치관을 배우는 시간이 학교 수업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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