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그간 여러 차례 전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에 중증, 응급, 분만, 소아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의 필수의료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필수의료과 의료진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가 한결같이 술기교육비와 수가가산금액만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내과·피부과 등에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턱없이 부족한 필수의료 전문의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발표한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현황’을 보면 현재 진료 중인 65세 미만 흉부외과 전문의 1535명 중 46.06%(707명)는 50세 이상이다. 또 흉부외과 전문의의 14.85%에 달하는 228명이 내년부터 퇴직하기 시작한다. 신경외과도 심각하다. 대한신경외과학회에 따르면 개두술이 가능한 전문의는 150여명에 불과하며 50%가 50대 이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공의 파업 후 사직한 교수 대다수가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분야에 집중돼 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김용배 교수는 “전국 85개 전공의 수련병원에 100차례 이상 수술을 경험한 숙련된 개두술 전문의가 133명으로 병원당 2명이 채 안 된다”며 “병원마다 3~4명의 뇌혈관 전문의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매년 약 30명이 뇌혈관외과를 세부전공으로 선택해야 하는데 현실은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 수가 인상·인건비 지원만 고집
두 필수의료과는 지속적으로 복지부에 인력충원을 제안하면서 특히 우수의료인력의 필수의료 지원 유인전략과 필수의료분야 국가책임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유인전략으로 ▲수련기관, 고난도수술 등 필수의료분야 수가가산제 ▲인재 교육 및 배출이 가능한 호의적 진료환경 구축 ▲중환자 선의의 진료 결과에 대한 면책 보장 등을 제시했다. 또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도입해 지역별 의료진 균형 분배에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계속 ‘수가개선’과 ‘인건비’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일관성이 없다. 복지부는 2009년 흉부외과 및 외과 수가를 30~100%, 2010년 산부인과 수가를 25~50% 인상했다. 하지만 당시 수가는 올려주면서 병원에서 부족한 전문의를 추가 고용할 수 있는 인력기준은 만들지 않았다. 결국 2조원 정도의 재정을 투입하고도 전공의 지원율은 높아지지 않았다.
또 필수의료 전문의에 대한 일관성 없는 인건비 지원도 문제이다. 정부는 2003년 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산부인과에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했다. 하지만 수당지급이 전공의 충원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2016년 폐지됐다. 응급의학과 수당 역시 실효성 부족으로 2021년 중단된 바 있다.
2014년 소아의료 붕괴 우려가 제기되면서 수련보조수당이 부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인원모집이 안 된다며 예산을 크게 삭감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국회예산정책처는 2019년 지원금 중 30억원 정도가 불용처리됐다며 전국 권역외상센터 예산 31억원을 삭감했다. 책정된 지원금을 쓰지 못한 이유는 일할 의사가 없어 인건비를 지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칭만 바꿔 똑같은 정책을 되풀이하는 문제도 지적된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의 일환으로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2022년 7월부터 교육부가 실시하고 있는 ‘공공임상교수제’ 시범사업과 내용이 동일하다. 공공임상교수제는 국립대병원 소속 의사를 채용, 지방의료원 등에 일정기간 순환근무를 하게 해 필수의료 등을 담당하게 하는 제도로 사실상 실패했다.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허윤정 교수는 “필수의료 영역의 인력난을 해결하려면 젊은 의사들이 일하고 싶은 직장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노동강도와 위험에 합당한 대가 및 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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