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아랍에미리트(UAE)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직에서 경질됐다.
26일(한국시간) UAE 축구협회는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포르투갈 출신 벤투 감독과 수석코치 등을 대표팀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맛본 대한축구협회가 한국 축구를 발전시킬 지도자로 모셔온 감독이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서서히 변화시키며 성공적인 세대 교체를 이룩한 건 물론 주도적인 축구를 이식해 월드컵과 같은 국제 대회에서도 고유한 전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이었던 우루과이와 경기는 아직도 벤투 감독 체제를 상징하는 경기로 남아있으며, 해당 대회에서 한국은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다만 대한축구협회와 재계약에 의견차가 있어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에도 한국 대표팀과 함께할 수 없었고, 벤투 감독은 한국을 떠나 한동안 휴식을 취하다가 2023년 7월 UAE 대표팀에 부임해 새로운 출발을 했다.
UAE 대표팀에서는 초반 6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타는 듯했으나 2023 카타르 아시안컵부터 UAE 축구협회와 벤투 감독의 간극이 생기기 시작했다. 벤투 감독은 한국에서 성공했던 주도적 축구를 UAE에 이식시키려 했으나 단기간에 전술을 적용시키는 건 한계가 있었다. 아시안컵에서는 조별리그 1승 1무 1패로 겨우 16강에 올랐고, 16강에서는 돌풍의 팀 타지키스탄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일찌감치 대회 여정을 마무리해야 했다.
이후에도 UAE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특히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8경기 4승 1무 3패로 다소 부진했고, 3월 A매치에서도 이란과 경기에서 0-2 완패를 당했다.
이번에 북한을 2-1로 이긴 건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괜찮지만,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UAE가 사실상 진 거나 다름없었다. 전반 5분 만에 귀화 선수인 파울루 리마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지만 전반 43분 김유성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뒤 후반 추가시간까지 리드를 잡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8분 머리에 부상을 입은 술탄 아딜이 혼신의 다이빙 헤더를 하지 않았다면 승점 3점이 아닌 승점 1점을 얻을 뻔했다.
UAE는 현재 승점 13점으로 A조에서 1위 이란(승점 20), 2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7)에 밀려 3위에 올라있다. 6월 A매치 우즈베키스탄과 맞대결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월드컵 본선 직행에는 무리가 있으며, UAE 축구협회도 26경기 14승 5무 7패로 신통치 않은 벤투 감독과 결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최근 5경기 1승 2무 2패로 상당한 부진을 겪고 있고, 지난해 치른 걸프컵에서는 2무 1패로 씁쓸한 조별리그 탈락을 맛보는 등 개선의 여지도 적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아랍에미리트축구협회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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