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홍명보 감독이 요르단전 상대 맞춤 전술을 들고 나와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용병술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며 승리를 쟁취하지는 못했다.
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8차전을 치러 요르단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승점 16점으로 조 1위를, 요르단은 승점 13점으로 2위를 유지했다.
이날 홍 감독은 요르단을 상대할 가장 좋은 전술을 들고 나왔다. 우선 수비라인은 지난 경기와 같은 선수들로 구성하되 요르단의 삼각편대 무사 알타마리, 야잔 알나이마트, 마흐무드 알마르디의 역습을 제어하기 위해 공격 상황에서 라이트백 설영우는 높게 올라서고 레프트백 이태석은 수비라인에 머무는 비대칭 스리백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이태석이 알타마리의 전진을 제한해 요르단 역습의 위력을 줄였고, 스리톱에 대응하는 스리백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안정감을 배가시켰다.
공격적으로는 최전방에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닌 손흥민을 두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주문해 야잔 알아랍을 위시한 요르단 수비진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3-2-4-1 내지 3-2-5 전형을 만들어 요르단 파이브백에 부하를 가했고 손흥민, 이재성, 황희찬 등이 특정되지 않는 움직임으로 요르단 수비를 파훼했다.
세트피스 공격을 노린 것도 좋았다. 현실적으로 한국 공격진에 비해 요르단 수비진의 피지컬이 좋은 게 사실이므로 센터백 조유민과 권경원이 가세할 수 있는 세트피스 상황은 한국이 득점하기 가장 좋은 기회였다. 실제로 한국은 전반 4분 만에 손흥민이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이재성이 무릎으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넣었다. 다른 선수들이 수비를 유인하고 이재성이 돌아들어가는 훌륭한 오프더볼 움직임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다만 요르단전 맞춤 전술을 잘 준비한 데 비해 용병술은 많이 아쉬웠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동경 대신 양민혁을 투입했다. 원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동경과 달리 양민혁은 윙어여서 세부적인 전술 조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양민혁을 이동경이 맡았던 역할에 그대로 끼워넣었다. 양민혁은 해당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지 못했고, 그 결과 후반 들어 한국 대표팀의 전반적인 공격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후반 23분 황희찬 대신 양현준을 넣은 건 이번 경기 유일하게 상식적인 교체였다. 후반 35분에는 체력에 한계를 느낀 황인범 대신 오세훈을 투입해 공격적인 변화를 가져갔는데, 중원 숫자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세심한 조정이 요구됐으나 역시나 이뤄지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2분 손흥민과 오현규를 교체한 건 타이밍 자체가 좋지 않았다.
홍 감독은 잘 준비한 전술과 전략으로 요르단전 전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으나 후반 용병술을 세밀한 터치 없이 진행해 대표팀 경기력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즉 이번 경기에서는 홍 감독이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동시에 노출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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