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가 타선의 불방망이를 앞세워 키움 히어로즈에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팀의 주축인 박찬호가 경기 도중 부상을 입으면서 또 한 번 악재가 겹쳤다. 앞서 개막전에서 김도영이 쓰러진 데 이어 박찬호까지 이탈하며 기아의 초반 레이스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2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과의 홈 경기에서 기아는 나성범의 연타석 홈런과 최형우의 백투백 홈런 등 홈런 5방을 포함해 장단 17안타를 터뜨리며 11대 6으로 승리했다. 장쾌한 장타 쇼와 함께 시원한 타격감을 뽐낸 경기였지만, 이범호 감독의 표정은 마냥 밝을 수 없었다.
이날 1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박찬호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우전 안타를 치고 도루를 시도하다 베이스와의 충돌로 오른쪽 무릎에 충격을 입었다. 이후 의료진의 응급 처치를 받고 경기에 잠시 더 나섰으나, 주루에 불편함을 느껴 벤치에 교체를 요청했고 곧바로 김규성으로 대주자가 교체됐다. 구단은 박찬호가 광주 시내 병원으로 이동해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타박에 의한 염좌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큰 부상은 피했으나, 회복까지는 일정 기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미 시즌 개막전부터 악재가 겹친 기아로서는 뼈아픈 상황이다. 지난 22일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 도중 김도영이 왼쪽 햄스트링을 다쳐 경기에서 이탈했고, 이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병원 진단 결과는 햄스트링 손상(그레이드 1)으로, 복귀까지 수 주가 소요될 수 있는 부상이다. 김도영은 지난해 팀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던 중심 전력으로, 그 공백만으로도 기아 타선에는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박찬호 부상까지 더해지면서 기아는 톱타자와 유격수, 두 자리에 동시에 구멍이 생겼다. 박찬호는 지난해 안정적인 수비력과 리드오프로서 출루 능력을 동시에 보여준 선수로, 공수 양면에서 기여도가 높았다. 특히 기아가 올 시즌 공격적인 야구와 빠른 주루 플레이를 핵심 전략으로 삼은 만큼, 박찬호의 이탈은 단순한 전력 손실을 넘어 팀 스타일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이범호 감독은 두 주전 선수가 동시에 빠진 상황에서 타선과 수비 모두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 다만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타선의 폭발력은 희망적인 요소다. 나성범의 연타석 홈런, 최형우의 백투백 포함 장타력이 살아났고, 중심 타선과 하위 타선까지 고른 타격을 보여줬다. 경기 초반 실점에도 불구하고 후반 대량 득점에 성공하며 승리를 챙긴 것은 전력 운영에 있어 긍정적인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리그 초반부터 계속된 부상 이탈은 시즌 장기 레이스에서의 체력 안배와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교체 자원의 활용 폭이 한정적인 만큼, 이범호 감독 머릿속 계산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당장은 김규성을 유격수 자리에 기용하면서 안정적인 수비와 테이블세터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게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망주 기용과 포지션 변화 등 보다 유연한 전략이 필요해졌다.
이처럼 경기력과 결과는 긍정적이었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부상자 속출이라는 악재는 기아에게 계속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5시즌 초반 성적보다 더 큰 과제는 전력의 누수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다. 개막과 동시에 겹친 두 번의 충격은 기아에게 단순한 우연이 아닌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이범호 감독이 이 연이은 비상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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