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영매체 '자유유럽방송/자유방송'(RFE/RL·이하 RFE)에 대한 자금지원을 일방적으로 끊은 것은 법에 어긋난다며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로이스 램버스 원로판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글로벌미디어국(USAGM)을 감독하는 캐리 레이크 특별고문 등에게 RFE에 대한 연방 지원금 종료 조치를 중단하고 자금 지원을 재개하라고 명령했다.
램버트 판사는 RFE에 대한 연방 지원금 지급이 연방의회 입법으로 규정된 사항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램버트 판사는 "(RFE가) 수십년간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정책을 시행하도록 지정된 기관들 중 하나로 운영돼왔다"며 "USAGM 지도부가 사실상 아무런 설명도 없이 RFE/RL를 폐쇄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그렇게 지시했더라도 마찬가지다"라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원금 중단 조치가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끼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RFE는 지난 18일 미 정부의 지원금 종료 시도를 막아달라며 USAGM, 빅터 모랄레스 USAGM 최고경영자(CEO) 대행, 캐리 레이크 특별 고문 등을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냈다.
RFE는 소장에서 연방 지출에 대한 권한은 의회가 독점적으로 갖는다며, USAGM이 의회가 책정한 자금 집행을 거부하는 것은 연방법과 미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 자금 지출 및 보조금 지급 여부는 법에 정해져 있으므로 USAGM이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USAGM이 법을 따르도록 강제하기 위한 긴급 구제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체코 프라하에 본부를 둔 RFE는 냉전 시대에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 선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이후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이란 등에 서방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 집중해왔다.
USAGM은 전세계에 자유와 민주주의 이념을 전파한다는 목적으로 산하에 RFE를 비롯해 미국의소리(VOA),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6개 매체와 단체를 운영하고 있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 이 매체들의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USAGM의 기능과 인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포함된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그 다음날 USAGM은 RFE와 VOA, RFA의 글로벌 뉴스 운영에 들어가는 지원금을 즉시 끊겠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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