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우선’ 원칙 속에서도 K-방산 기대감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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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산 우선’ 원칙 속에서도 K-방산 기대감 여전

투데이신문 2025-03-26 11: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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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외교안보 고위대표(가운데)가 지난 19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2030 대비태세' 백서 관련 기자회견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외교안보 고위대표(가운데)가 지난 19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2030 대비태세' 백서 관련 기자회견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유럽연합(EU)이 ‘재무장 계획’을 본격화한 가운데, 이와 함께 추진되는 ‘바이 유러피안’ 전략이 K-방산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오고 있다. 유럽산 무기를 우선시하고 부품 조달 요건을 까다롭게 설정한 이번 조치는 한국산 무기에는 분명한 진입장벽이지만, 빠른 납기와 기술력, 현지화 가능성 등 K-방산 고유의 강점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9일(현지시간) 2030년까지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는 ‘유럽 재무장’ 정책의 일환으로 1500억유로(약 237조원) 규모의 무기 공동조달 대출금 지원 규정인 ‘세이프’ 조항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EU 회원국뿐 아니라 가입 신청국, 그리고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국가에도 참여 자격을 부여한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해당 파트너십을 체결한 6개국 중 하나다.

다만 세이프 조항은 실질적으로 유럽산 무기 확대에 초점을 맞춘 구조다. EU 공동조달에 참여하려면 제3국 정부가 EU 회원국의 무기 재고 확보 또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목적으로 한 구매에 나서야 하는데, 한국은 현재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고 있어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완제품 가격의 65% 이상이 EU 또는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우크라이나산 부품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내 수요 급증에 비해 공급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납기와 품질, 가격 경쟁력을 두루 갖춘 한국산 무기는 여전히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지화와 공동생산 등 전략적 대응이 더해진다면, EU의 자금지원 대상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로 독일이 2023년 초 수주한 노르웨이향 레오파르트 2A8 전차의 납기가 2026년부터 2031년까지로 잡혀 있을 만큼, 공급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럽 각국의 국방 예산 확대 기조 속에 K-방산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배성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럽연합이 발표한 백서 ‘준비태세 2030’에서 1500억유로 규모의 무기 공동조달 계획과 재정준칙 예외 조항이 주목받고 있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시급성’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의 군비 증강과 미국의 지원 축소를 우려하는 유럽에겐 휴전 여부와 관계없이 납품 속도가 핵심”이라며 “실제로 노르웨이가 2023년 2월 발주한 독일제 레오파르트 2A8 전차조차 납기가 2026~2031년으로, 오는 5월 루마니아 대선 이후 현대로템의 K2 전차 수주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우리군의 K9A1자주포가 카타르 알 칼라엘 훈련장의 사막을 기동하고 있다. [사진=육군/뉴시스]
지난해 10월 우리군의 K9A1자주포가 카타르 알 칼라엘 훈련장의 사막을 기동하고 있다. [사진=육군/뉴시스]

업계 일각에선 K-방산의 최대 강점이 ‘신속한 납기’인 만큼, 현지 생산 기반을 조기에 확보하고 관련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수요 확대와 EU의 현지화 요구에 대비한 선제적 자금 확보에 나섰다. 대규모 증자 결정에 일부 투자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회사 측은 글로벌 방산 시장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지난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유럽의 방산 블록화 흐름 속에서 현지 대규모 투자가 절실하다”며 “이번 유상증자는 부채비율을 관리하면서도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국내 방산 기업들도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 장벽에 맞서 현지화 전략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내 조선소 두 곳을 보유한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의 지분을 매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방산업체 WB그룹과 유도무기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 설립을 협의 중이며, 루마니아에서는 이르면 연내 K9 자주포 생산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에 K2 전차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중동 등 주요 수출국들은 이제 단순한 무기 구매보다,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포함한 ‘패키지형 계약’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국내 업체들도 이에 발맞춰 전략을 조정하고 있는 만큼, 유럽 시장에서도 한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파트너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25일부터 K-방산 세일즈를 위해 노르웨이, 루마니아, 스웨덴 등 유럽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이번 순방 기간 동안 석 청장은 각국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K9 자주포, K2 전차, 레드백 장갑차, 천무 다연장로켓 등 주요 무기체계의 수출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노르웨이와 루마니아는 한국 무기체계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만큼, 본격적인 협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그는 오는 31일까지 현지를 순회하며 각국 국방부 장·차관 등과의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EU의 ‘바이 유러피안’ 전략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 빠른 납기 대응력 등 유럽이 요구하는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어 실질적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방산 수출은 외교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분야인 만큼, 최근 국내 정치 혼란으로 인해 협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한국은 이미 뛰어난 가성비와 품질, 신속한 납기 대응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유럽 각국의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파트너”라며 “이러한 점에서 K-방산은 ‘바이 유러피안’ 전략 아래에서도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방산 수출은 고도의 외교력이 요구되는 전략 산업인데, 국내 정치 공백으로 인해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은 분명한 한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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