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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중앙대광명병원 혈전· 바이오마커센터장] 한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심혈관 질환에 걸리는 사람과 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점점 늘고 있다. 또한 암에 걸리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암과 관련된 혈전(피떡) 발생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도 전 세계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질환들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사망 원인은 몸속에 큰 혈전이 생기는 것이며, 이는 심장이나 뇌 같은 주요 장기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2년에 세계 최초로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한국인 맞춤형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이 개념을 설명하고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쉽게 말해,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혈액이 덜 끈적하고 염증 반응도 적어서 혈전(피떡)이 생길 위험은 낮지만, 대신 출혈 위험은 더 높기 때문에, 항혈전제를 쓸 때는 효과뿐 아니라 안전성에도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세계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도 이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으며, 실제 진료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전 세계를 위협했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은 나라와 인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차이는 ‘동아시아인 패러독스’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코로나19 사망률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낮았다. 물론 정부의 방역 조치와 국민들의 협조가 큰 역할을 했지만, 코로나19 감염이 몸속에 혈전을 쉽게 생기게 하는 특성이 있음에도, 한국인은 그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폐에 있는 수용체를 통해 몸 속으로 들어오고,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켜 주로 호흡기 질환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폐뿐 아니라 몸속 여러 장기에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해 치명적인 상태로 악화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전신 염증을 심하게 만들어,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라 불리는 상태를 유발할 수 있으며, 동시에 혈전을 잘 만들게 하는 성향도 높아져 심근경색, 뇌졸중, 정맥혈전증 등의 위험도 크게 증가한다(그림 참조). 하지만 한국인은 선천적으로 혈전이 잘 생기지 않는 체질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혈전 발생도 적은 편이다. 실제로 한국인에게서 코로나19 이후 혈전 질환이 드물게 발생했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으며, 죽상경화증이나 암에 동반된 혈전증도 다른 인종보다 적다는 보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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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여러 가지 건강 위험요인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는 ‘혈전 예방’이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 혈전이 잘 생기게 하는 요인들-예를 들면 매연, 흡연, 감염병 등-은 최대한 피해야 하며,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분 섭취도 신경 써야 한다. 또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도 혈전을 잘 생기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8만7,824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를 사용한 경우 사망률이 28%나 줄어들었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한국인에게 아스피린을 예방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특히 위장관 출혈 같은 심각한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도 꼭 기억해야 한다. 결국, 사람마다 다른 ‘혈전이 잘 생기는 성향’을 정확히 평가하고, 출혈 위험을 높이지 않는 적절한 항혈전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약물은 개인별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하여 올바른 약을 선택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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