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만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홈경기 도중 부상을 당한 이강인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은 이강인의 부상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동점골을 내줘 1-1 무승부에 그쳤다. 고양|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K-그라운드’가 진화(?)를 거듭한다. K리그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집어삼키더니 급기야 A매치, 그것도 월드컵 예선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8차전 홈경기를 끝으로 3월 일정을 마쳤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력, 부족한 팀 전술과 세부 전략, 속출한 부상 등 대표팀의 아쉬운 행보 속에 불거진 또 하나의 이슈는 ‘그라운드 컨디션’이었다. 오만과 7차전(20일)이 벌어진 고양종합운동장도,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도 잔디가 좋지 않았다.
최근까지 지속된 한파와 폭설의 영향으로 국내 대부분의 경기장 잔디는 누더기 상태다. 고양과 수원이 그나마 가장 상태가 양호한 편으로 알려졌으나, 겉만 멀쩡할 뿐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잔디는 선수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백승호(버밍엄시티)는 오만전 도중 각각 왼쪽 발목과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입고 소집 해제됐고, 중앙수비수 정승현(알와슬)은 1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팀 훈련 중 왼쪽 종아리 근육을 다쳤다.
잔디 이슈는 앞서 개막한 K리그에서 크게 논란이 된 사안이다. 이후 딱히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광주FC와 전북 현대가 ACL 홈경기를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옮겨 치른 데 이어 대표팀마저 직격탄을 맞았다.
불량한 잔디 상태 때문에 홈 어드밴티지를 누리지 못한 태극전사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최상의 환경에 익숙한 해외파의 부상 빈도가 높다는 점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백승호는 “잔디가 미끄럽고 많이 들렸다”고 지적했고,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는 “불규칙 바운드도 많고, 부상을 당할까봐 겁이 났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재성(마인츠)도 “월드컵 예선에 잔디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좋은 환경이 좋은 축구를 보장할 수는 없지만, 질적 향상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감은 심어줄 수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4연임 공약으로 2031년 아시안컵, 2035년 여자월드컵 유치를 언급했다. 이 상태로는 불가능한 미션이다. 전 세계로 송출된 누더기 ‘K-그라운드’로 이미 국제적 망신은 충분히 당했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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