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했나?’ 자꾸만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연인
연인과 다툼이 생길 때마다 “결국 내 잘못이구나”라는 결론에 이르는 사람이 있다.
상대는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라고 몰아가고,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죄가 아닌 것 같지만 결국 “미안해”라고 사과하게 된다.
연애 초반엔 그냥 스스로가 착해서 넘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괴로운 이유는 뭘까?
이런 현상을 가리켜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연애”라고 부를 수 있다. 상대가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아도, 분위기나 태도만으로 “네가 문제야”라는 메시지를 주어 내가 스스로를 탓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때론 이 상황이 만성적 가스라이팅(gaslighting)과 이어지기도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연인에게 계속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 그런 감정에 얽매여 고통받는 심리 메커니즘, 그리고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내가 잘못했나?’라는 의문이 드는 상황들
1) 분명 상대가 실수했는데, 결국 사과는 내가
데이트 약속에 지각한 건 상대인데, 어찌저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네가 연애 초반에 날 너무 몰아붙여서 내가 스트레스 받았잖아” 같은 논리로 역공을 당한다.
그러다 “내가 좀 더 이해해줄 걸 그랬나?”라는 마음이 들어 죄책감에 빠진다. 결론은 내가 사과하고 끝난다.
2) 상대의 기분이 나쁘면 무조건 내 탓
연인이 뭔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나도 모르게 “내가 뭘 잘못했지? 뭘 실수했나?”라고 먼저 반성한다.
상대는 딱히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지 않고, “그냥 우울하네” 정도로 뭉뚱그려 말하지만, 나는 그 기분을 풀어줘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 결국 계속 긴장하며 상대를 살피고, 사소한 책임이라도 내게 있을까 봐 조마조마해진다.
3) 내 감정은 무시되고, 상대의 감정만 중요
어떤 갈등을 말하려 하면, 연인은 “또? 너는 왜 그렇게 예민하니?”라고 오히려 나를 비판한다.
나중에는 내가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내가 문제를 일으키는 행위’처럼 여겨져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너무 별것도 아닌 일에 화내는 건가?”라고 스스로를 의심하며, 점점 침묵하게 된다.
자꾸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연인 심리
1) 책임 전가와 가스라이팅 기법
상대가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문제의 책임을 끊임없이 나에게 돌리는 방식의 대화를 구사할 수 있다.
“네가 조금만 더 신경 썼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나는 너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이렇게 된 거야” 같은 말로 죄책감을 심어준다. 결국 나는 어떤 갈등이 생기면 자동으로 “그렇구나, 미안해”라고 말하게 된다.
참고 칼럼: 가스라이팅 자가진단.(클릭)
2) 내 자존감이나 애착 문제
반대로, 내 스스로 자존감이 낮거나 불안정 애착 성향이 있으면, 연인이 조금만 비판하거나 불만을 표시해도 “역시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거구나”라고 받아들인다.
애초에 ‘사랑을 받으려면 나는 늘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니, 상대가 불편하다고 말하면 무조건 내 책임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3) 연인의 이중 메시지
연인이 “나 괜찮아”라고 말하면서도 표정이나 행동에서 “네가 안 괜찮게 만든 거다”라는 메시지를 풍길 수 있다.
상대는 직접적으로 ‘너 때문이야’라고 안 해도, 분위기상 내가 가해자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이런 이중적 신호 속에서 나는 더욱 혼란스럽고 죄책감을 느낀다.
죄책감이 만성화되면 생기는 문제
1) 자기 부정과 우울
계속해서 ‘내 탓이야’라고 생각하다 보면, 자신이 정말로 형편없고 문제가 많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는 우울감으로 이어지기 쉽다. 내가 잘못하는 게 많으니 자책하고, 상대는 날 탓하니 자존감은 떨어진다. 악순환이 되풀이되면 심각한 심리적 소진이 발생할 수 있다.
2) 관계의 불균형
연인 관계가 ‘한쪽은 죄책감, 다른 쪽은 가해자’라는 구도가 굳어지면, 건전한 의사소통이 사라진다. 나의 욕구나 감정은 뒷전이 되고, 상대의 감정만 우선시된다.
결국 내 의견이나 행복은 희생되고, 상대는 자기 방식대로 관계를 조종하게 된다. 이는 일종의 정신적 지배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3) 갈등 해결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누가 어떻게 잘못했고, 어떤 대화가 필요한지를 논리적으로 살피지 못하고, 그냥 “내가 미안해”로 끝나버리니 문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똑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나는 계속 스트레스 받고 죄책감을 느끼며, 상대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거나 책임을 회피한다.
“내가 잘못했나?”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
1) 갈등 상황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기
지금까지 모든 갈등에서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연인 이라면 한 번쯤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어보자.
예: “이번 갈등은 데이트 시간에 상대가 약속을 어긴 게 시작이었다. 그런데 대화 끝엔 내가 ‘미안해’라고 사과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나?” 이런 식으로 사건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누가 무엇을 했고 책임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 좀 더 냉정히 볼 수 있다.
2) 내 감정과 생각 분리하기
상대가 “넌 잘못했잖아”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게 사실인지 감정인지 분리해볼 필요가 있다.
상대의 말에 휩쓸려 곧바로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지금 이 상황에서 과연 내가 어딜 실수했나? 내 행동 중 어떤 부분이 문제였나? 상대는 어떤 부분이 문제였나?”를 스스로 물어보자.
논리적으로 내 책임이 확인되지 않으면, 불필요한 죄책감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본다.
3) 주변 시선으로 확인하기
만약 갈등 상황이 많이 복잡하다면, 신뢰할 만한 친구나 상담사 등 제3자에게 객관적 피드백을 구해볼 수도 있다.
내가 상세히 상황을 설명했는데도 “음, 내 생각엔 네 책임보다 상대 책임이 더 커 보이는데?”라는 반응이 나오면, 무조건 내 탓이 아님을 인지할 근거가 생긴다.
물론 제3자에게 기밀을 털어놓기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심각하게 괴롭다면 전문가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연인 대처하기
1) 감정적 공격에 휩쓸리지 않기
상대가 “다 너 때문이야!” “너 진짜 예민하네” 같은 말을 할 때, 즉각 “아, 그런가?” 하고 수용하지 말고 차분히 물어보자.
“어떤 면에서 내가 문제라고 생각해?” “그 부분이 내가 통제할 수 있었던 건가?”라고 논리적으로 반문하는 방법. 감정적으로 불붙이지 않고 이성적 대화를 유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2) 구체적인 사안으로 좁혀가기
상대가 두루뭉술하게 “네가 날 힘들게 했잖아!”라고 말하면, 뭉뚱그려진 비난에 내가 죄책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
이럴 때는 “뭐가 힘들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줄래? 예: 내가 언제, 어떻게 말했을 때 그렇게 느꼈는지?”라고 묻는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실제로 내 잘못인지, 혹은 상대가 과민 반응하는 건지 좀 더 명확해진다.
3) 적정 선에서 단호하게 거절
상대가 계속해서 내게 죄책감을 부추긴다면, 어느 시점에서는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이 상황은 내 잘못으로만 볼 순 없다”고 단호히 말할 필요가 있다.
약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계속 참거나 양보하면 상대가 내 죄책감 트리거를 반복해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4) 상대가 개선 의지가 있는지 확인
만약 이 문제가 반복된다면, 상대가 실제로 대화하고 타협하려는 마음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예: “우리 계속 이런 식으로 싸울 거면 힘드니, 대화 방식이나 갈등 해결 방법을 함께 고민하면 좋겠어”라고 제안해볼 수 있다.
상대가 전혀 관심 없고, “네가 어차피 잘못했잖아”만 고집한다면, 관계의 지속 여부를 진지하게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
내가 주체가 되는 자기 방어와 성장
1) 자존감 회복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연인 때문에 시달리는 사람의 핵심 문제는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다. 자존감을 키우려면 내가 잘하는 일, 좋아하는 취미 등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이 필요하다.
작은 도전과 성공을 반복하며, “나는 이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쌓으면, 연인 앞에서 “내가 늘 잘못된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덜 하게 된다.
2) 감정 표현의 연습
상대가 나를 탓할 때, 무조건 “미안해” 대신, “난 이런 부분이 답답했어” “지금 난 이렇게 느끼고 있어”라고 내 입장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꾹 참으면, 어느 순간 폭발하거나 우울감이 증폭된다. 자주 감정을 조곤조곤 풀어내면, 오히려 상대가 억지로 내게 죄책감을 덮어씌우기 어려워진다.
3) 필요하면 관계 재평가
상대가 내 약점을 악용해 죄책감을 심는 ‘가스라이팅’ 형태라면, 심각하게 관계를 재평가해야 한다.
나도 노력하고 대화도 해봤는데, 계속 내 탓만 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게 건강한 연애일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해 개선 노력을 한 뒤에도 변함없다면, 이 관계가 나를 해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H씨의 깨달음
H씨는 연인과 1년째 사귀고 있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연인은 “그건 네가 예전에 그랬잖아”라는 식으로 H씨를 몰아붙였다.
예전 사소한 실수를 매번 들먹이며, “너는 늘 그게 문제야”라고 결론지었다. H씨는 마음속으로 “항상 내 문제는 아니잖아”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싸움이 격해질 때마다 결국 “알았어, 미안해”라고 눈물로 마무리했다.
이런 반복을 겪으며 H씨는 무기력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심하게 떨어졌다. 상담을 결심한 뒤, 상담사를 통해 자신이 불필요하게 죄책감을 느끼도록 유도되는 ‘가스라이팅’ 패턴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상담사는 “상대의 말에 즉시 죄책감으로 대응하기보다, 사실관계를 꼼꼼히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그 뒤로 H씨는 갈등이 일어날 때마다 상황을 메모했고, 연인이 과거 일로 비난하면 “그건 그때 이미 해결했고, 지금 문제는 다른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상대는 처음엔 당황하며 더 화를 냈지만, H씨가 지속적으로 자료(문자 내용, 사건 정황)를 제시하고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연인도 공격 수위를 낮췄다.
그 과정에서 둘은 “서로 잘못이 있는 부분은 인정하고, 없는 부분은 억지로 탓하지 말자”는 합의를 하게 되었다.
연애에서 죄책감은 때로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연애 중에 내가 실수를 했을 땐 적절히 미안함을 느끼고 사과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사소한 일이나 심지어 상대의 실수까지도 내가 죄책감을 떠안게 되는 구조다. “내가 또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반복되면, 사랑이 아닌 지배와 종속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죄책감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할 순간이 필요하다. 다만 한쪽만 죄책감을 느끼고, 다른 쪽은 면피하거나 상대를 조종하는 데 쓴다면 그건 건강하지 않은 연애다.
이런 상태라면, 내 심리를 돌아보고, 갈등 상황을 객관화하며, 상대에게 적절히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가 잘못했나?”라는 말이 자주 떠오른다면, 아마도 내면의 자존감, 연인의 대화 패턴, 애착 스타일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변화를 모색해보고, 상대도 그런 대화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자. 함께 성장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죄책감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상대가 전혀 협조하지 않고 내 감정만 이용한다면,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결국, 어떤 관계에서든 “내가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믿음은 옳지 않다. 연애는 양측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장이므로, 문제가 생기면 서로가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찾는 게 정상이다.
나 혼자 매번 죄책감을 안고 뒤로 물러서는 삶을 살기에는, 내 자존감과 행복이 너무 중요하지 않을까?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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