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 현장] 초록은 없고 붉은 제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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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 현장] 초록은 없고 붉은 제주 숲

한라일보 2025-03-26 00: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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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이 벌목돼 트럭 적재함에 실리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삑삑삑~. 다들 뒤로 물러서세요. 나무 넘어갑니다!"

25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남원읍 산간지역은 굴삭기의 날카로운 경고음과 톱날의 굉음으로 가득찼다. 작업자들에게 안전거리 확보를 요구하는 경고음이 숲의 고요를 깨뜨리며 벌목작업의 시작을 알렸다. 굵은 톱날이 '윙윙' 소리를 내며 나무기둥을 파고들자 '우지끈'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붉게 변한 소나무가 쓰러졌다. 굴삭기는 잘린 소나무를 집게로 집어 넓은 곳으로 옮겼고, 그곳에는 이미 같은 방식으로 잘려나간 소나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병마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 붉게 변한 소나무들은 듬성듬성 잘려 트럭 적재함에 실렸다. 감염목들은 그대로 파쇄작업장으로 옮겨져 숲에서의 삶을 마감했다. 작업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묵묵히 다음 작업을 이어갔다. 굵은 톱날을 쥔 손은 바쁘게 움직였고, 굴삭기는 묵직한 움직임으로 잘려나간 소나무들을 옮겼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작업자 A씨는 "파쇄까지 해야 제대로 된 방제작업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잔가지까지 다 수거됐는지 꼼꼼히 재확인 작업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제주도에 따르면 2004년 제주시 오라2동에서 처음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주 숲을 잠식하고 있다. 2013~2014년에는 54만본의 소나무가 벌목될 정도로 극심한 피해를 초래했으나 2019년부터는 10만본, 8만본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다. 지난 방제기간(2023년 10월~2024년 4월)에는 고사목 6만6000본이 벌채됐다.

그러나 방제작업에는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최근 기온이 오르고 있기도 하고 서귀포 남원·표선지역을 중심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이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 내외 작은 선충이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 등을 매개로 소나무에 침투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감염된 소나무는 잎이 붉게 변하고 말라 죽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 현상은 매개충의 활동 시기를 늘리고 개체 수를 증가시켜 감염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귀포시와 제주시는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목 벌채 및 파쇄, 항공·지상 방제, 예방주사 등 다각적인 방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급격히 날씨가 더워지면서 소나무재선충병이아니더라도 기타 병해충으로 괴사된 나무도 많다"면서 "다른 나무로 옮겨가지 못하도록 매개충 우화 전 고사목 제거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김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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