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영남 지역의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경북 의성과 안동, 청송 등은 주민 대피명령이 내려졌으며, 의성 산불이 안동 풍천면으로 번지면서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코앞까지 닥쳤다. '천년 고찰' 의성 고운사에도 대피령이 내려진 가운데 전각이 전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인원과 장비의 한계가 있어 다른 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산림청은 25일 오후 4시를 기해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해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경북 의성 산불, 안동 청송 확산...안동시, 전 주민에 대피령.. 청송주민 2천여명도 대피
하회마을 10km 앞까지 확산.. '천년 고찰' 고운사 '전소'
현재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다.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화한 대형 산불이 인접한 안동뿐만 아니라 청송군까지 삼키려 하고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바람 세기와 방향(동쪽)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이르면 이날 자정이나 26일 새벽 청송 관내로 번질 우려도 제기된다.
안동시는 25일 오후 3시 31분께 재난 문자를 통해 의성 산불이 풍천면으로 확산 중이라고 알린데 이어 오후 5시에는 전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청송군도 파천면과 진보면, 안덕면, 현서면 지역 주민 1천960명 가량을 대피시켰다. 군은 이날 오후 4시49분께 '산불이 확산됨에 따라 파천면 병부리 주민들은 주왕산관광호텔 파천면 지경리 안덕면 고와리 주민들은 임업인종합연수원으로 대피하시기 바란다'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하지만 주왕산국립공원 경계 지점 4㎞까지 불이 번지고 있어 추가 대피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산불로 풍산면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도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
산불 확산 지역에서 하회마을까지는 직선거리로 10여㎞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천년 고찰' 의성 고운사는 산불에 완전히 소실됐다. 신라 신문왕 1년(서기 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운사는 경북을 대표하는 대형 사찰 중 하나다. 고운사에 소장 중이었던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 등 유형문화유산은 이날 오전 경북 각지로 옮겨졌으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본사 고운사 승려 등 관계자 20여명도 대피했다.
경남 산청 산불, 하동군, 지리산 국립공원 으로 확산...울산 울주군도 산불 발화 아파트 주민 대피
경남 산청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도 하동 옥종면과 지리산국립공원 근처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에 산청군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시천면 동당·삼당·신촌·보안 등 4개 마을 437명의 주민에게 '인근 주민과 등산객은 안전한 곳으로 즉시 대피 바랍니다'라는 긴급 재난 문자를 보냈다.
하동군도 이날 오후 4시 25분께 옥종면 안계·가종·숲촌·고암·위태·갈성·두양·두방·종화 등 9개 마을 809명 주민에게 '강한 바람으로 인해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 중이니 지금 즉시 대피 바란다'고 안내했다.
또한 25일 울산시 울주군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송대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건조한 날씨에 강풍을 타고 산 아래 아파트 단지과 인근 송대마을로 번지면서 주민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대피령이 내려진 지역은 언양읍 송대리·동부리·신화리, 복지시설인 울산양육원과 자립생활관, 상북면 지내리·향산리 등이고, 언양읍과 상북면 나머지 지역, 두동면, 두서면 등은 대피 권고가 내려졌다.
울주군 언양읍 송대리 인근 총 28개동 1천715가구의 대단지 아파트인 양우내안애아파트 근처까지 불길이 휩쓸어 1700여세대의 아파트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후 2시 울주군 송대리에 산불 1단계를 발령하고, 헬기 8대, 소방차와 산불진화차 등 장비 40여대, 인력 380여명 등을 동원해 불길을 잡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소방 헬기 숫자 역부족.. 광주·전남 소방관 219명 영남 투입
산림청, 전국에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발령
이처럼 산불이 확산되는 이유는 강한 바람이 일차적인 원인이지만 불을 끌 소방헬기 숫자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진화 헬기는 모두 50대인데 이 가운데 8대는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가동할 수 없는 상태다.
사실상 산림청 소속 산불 진화 전력은 42대인 셈인데 이마저도 7대는 전국 각지 산불 취약지역에 전진 배치돼 이동할 수 없다.
이에 경남 의성·산청, 울주 등 대형 산불 현장에는 33대가 투입돼 진화 중이다. 하지만 산불이 몇일째 이어지면서 일시 정비 등으로 이날 하루에만 9대가 전력에서 제외됐다.
전국 지자체가 운영 중인 임차 헬기 78대 중 34대가 영남지역 산불에 투입돼 진화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이 역시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에는 사실상 가용 자원이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영남 지역 외에 다른 곳에서 산불이 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에 산림청은 25일 오후 4시를 기해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해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산불위기경보가 '심각'으로 상향 발령된 지역에서는 소속 공무원(직원)의 4분의 1 이상과 소속 공익근무요원 2분의 1 이상을 배치·대기해야 한다. 또 군부대 사격훈련은 자제해야 하며, 입산통제구역에 대한 입산허가가 중지된다.
한편, 이날 소방동원령이 내려지면서 광주·전남 소방대원 219명은 영남의 대형산불 현장에 파견됐다.
광주소방본부는 지난 22일부터 장비 43대와 인력 101명을 현장에 동원했다. 같은 기간 전남소방본부도 산불 진화 헬기 9대를 포함한 장비 60대와 인력 118명을 파견했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