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업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향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 천막 당사에서 원내대책회의를 갖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대로 오늘 당장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 대행의 첫 번째 임무는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헌재가 어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을 기각했지만 중요한 결정들이 함께 나왔다.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인을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는 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건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위헌 판단이 나온 지 26일째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대행이 즉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라며 파면되지 않았다고 위법 사유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한 대행은 법률에 따라 내란·김건희·마약수사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서는 “한 대행보다 더 중대한 탄핵 사유를 갖고 있고, 헌재 결정을 비춰봐도 결코 파면을 피할 수 없다”며 “모든 행위에는 책임이 따르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야당 입장에선 2인 이상의 헌재 재판관이 뜻을 달리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고 즉시 업무에 복귀하게 되는 만큼 인용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도 “헌재는 국회가 선출하도록 돼있는 3인의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해 헌법과 법률에 따른 구체적 작위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한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의 임명을 촉구했다.
앞서 이날 오전, 헌재는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면서도 “파면할 정도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김복형·김형두·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이, 각하(2)는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이, 인용(1)은 정계선 재판관이 각각 의견을 제시하면서 결국 기각으로 결정됐다.
청구인(국회) 측은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했거나 묵인·방조했으므로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각 의견을 낸 5명의 헌법재판관들은 “피청구인(한덕수 총리)이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가 일각에선 민주당과 우 국회의장이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한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는 배경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그 이면엔 그간 탄핵 중이었던 한 권한대행 대신 직무를 수행했던 최 부총리에게 향했던 화살이 그대로 옮아간 게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헌재 입장에선 현재의 8인 체제보다는 9인의 완성 체제로 탄핵 심판을 선고하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다.
완전체가 아닌 상태서 (기각 또는 인용) 선고 시 이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더라도 민주당 등 야당에겐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마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평의에 투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것이다. 마 후보자의 사건 심의 참여는 8인의 재판관 평의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야권 인사는 “헌재 선고가 기약없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인데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이 현실적으로 판단에 영향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에 대한 재탄핵 카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익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등 야5당은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진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선 헌재 8인의 의견이 ‘만창일치’ 판단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재판관들의 의견이 배치되면서 이를 정리하는 과정서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예상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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