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민간 석탄화력발전사들이 한국전력과 한국전력거래소가 적기에 송배전망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아, 전기를 생산·판매·배송하지 못해 부도위기에 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전기를 만드는 민간발전사가 전기를 사가는 ‘갑’ 한국전력을 제소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한전이 200조가 넘는 부채와 자금난에도 전력망 확충을 위해 투자를 해왔던 만큼 결국 제소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민간발전사의 공정위 제소 검토에 대해 실제 공정위 제소까지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민간발전소 측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구매 문제는, 전력거래소가 경제성을 바탕으로 수립한 발전계획에 따라 보다 저렴한 원전을 구매하고 순서대로 다른 발전사 전력을 구매하는 것"이라면서 "민간 발전소가 주장하는 것처럼 석탄 발전이라고 후순위로 밀린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석탄 발전이 밀리는 것은 ‘차별’이 아닌 ‘비용 효율성’ 문제다. 실제로 원자력은 단가가 낮고 탄소배출이 없어 ESG 관점에서도 우위에 있다 보니, 자동화된 발전계획상 우선순위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전력망 구축에 대한 책임과 관련해서도 한전이 확충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의 전력망 구축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전이 재정 위기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인 개선을 계속해서 추진해왔기 때문에 불공정 행위로 제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소 사안은, 삼성물산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투자한 강릉에코파워, 삼척블루파워 등 민간 발전사들이 수조원을 들여 건설한 석탄화력발전소가 전력망 부족으로 가동률이 7% 수준에 그쳐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한 상황에서 비롯됐다.
이들 발전사는 한전이 송배전망을 계획대로 건설하지 않았고, 전력거래소가 자의적으로 발전 순위를 밀어냈다며 불공정 행위로 공정위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간 발전사들은 발전 시설 건설을 위한 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발전을 못하게 될 경우 문을 닫을 위기라는 것이다.
제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삼척블루파워의 경우, 올해만 3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되며 연간 2300억원 가량의 채무 상환 부담까지 겹쳐 연쇄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이 아니라, 전력 인프라와 에너지 믹스의 불균형이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라며 “단기적 제소 논쟁을 넘어 장기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배전망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석탄발전소가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야 하는데 배전망이 없으니 생산을 해도 판매를 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한전도 장기간 적자가 이어지면서 배전망 확충이 더뎌졌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도 혼란을 겪으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됐다.
특히 각 지역마다 배전망 설치와 관련한 주민 민원이 많아 수년씩 송배전망 확충이 늦어지면서 ‘송전’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9월부터 전력망특별법이 시행되지만 송배전망 확충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는 힘들다”면서 “정부와 한전이 나서서 ‘송배전망’ 확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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