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오 전농 회장은 25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에서 열린 ‘서울재진격’ 집회에서 “정치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무리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도 잘 안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 회장은 지난해 12월 한차례 진행된 트랙터 시위를 언급하며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이 광화문 행진을 위해 길을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1일 동짓날 긴긴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며 “그때도 우리는 이곳 남태령에서 밤을 새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늘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질까 걱정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3월 중순이 넘어가면 농가들은 파종할 준비를 하며 바쁘고 오늘 온 트랙터들은 논밭을 갈아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이 트랙터가 서울로 온 것은 윤석열 파면부터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하 회장은 전날(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기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덕수가 어제 풀려나서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다”며 “그가 지난해 12월 양곡관리법부터 거부권 행사하는 바람에 저희가 세종에 있는 농식품부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넘어오는 이 길에 막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어렵고 힘들 때는 빠르게 정부가 안정되어야 한다”며 “농사도 때가 있고 시간이 있듯이 빠르게 윤석열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도 이날 집회 도중 발생한 강풍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파면까지 버티겠다고 역설했다.
정 회장은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되고 탄핵했지만, 파면까지 가는 길이 4개월에 접어들고 있다”며 “엄동설한의 그 추위를 우리가 견디면서 윤석열 파면을 위해 달려왔다”고 토로했다.
또한 “오늘은 바람이 불어도 지난 동짓날 남태령의 추위에 비하면 10번이라도 견딜 수 있다”며 “윤석열의 파면이 선고되는 그 순간까지 남태령의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이곳이 광화문, 5·18 광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회장은 최근 산불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이재민들을 위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산불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거나 모든 것을 잃고 대피한 사람들이 있다”며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밤을 새워 저지선을 확보하고 진화를 위해 고생하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산불은 농촌·농업·농민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다”며 “산불로 인해 상심한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이 힘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농은 남태령에서 트랙터 20대와 1t(톤) 트럭 50대를 집결해 종로구 광화문으로 행진할 것을 예고했었으나, 경찰이 충돌 상황을 고려해 트랙터와 화물 차량의 행진을 제한한다고 통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농은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다만, 법원은 교통과 질서 유지에 장애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트랙터 행진을 불허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전농의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집회 제한통고로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트랙터와 트럭을 이용한 시위·행진을 전면 허용하는 경우 교통 소통 및 질서 유지에 장애를 발생시키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법원은 행진에서 트랙터의 이용을 금지하고, 1t 트럭은 20대까지 이용할 수 있다며 행진 가능한 시간은 10시부터 17시까지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전농은 기존 예고했던 대로 트랙터 행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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