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의 글로벌 인기와 국내 제과·제빵 수요 증가로 제분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다. 라면 제조업체들의 해외시장 공략 본격화와 제빵·제과업계의 생산능력(Capa) 확장이 밀가루 수요를 크게 늘리면서 제분업계 '빅3'(사조동아원, 대한제분, CJ제일제당)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특히 전방산업인 라면 및 제과·제빵 업체들의 설비 증설이 제분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에 2026년 완공 목표로 부산 녹산에 연 4억7000만개 규모의 수출 전용공장을 건설 중이며, 삼양식품도 올 하반기 밀양 제2공장 가동으로 라면 생산량이 연 7억개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SPC는 제과·제빵 전용 냉동생지공장을 증설 중이고 오리온·삼립 등도 제품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식품업계 전반의 생산설비 확대는 밀가루 수요의 구조적 확대로 이어져 제분업계에 장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리서치알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분산업 시장 규모는 2조2000억원 수준으로 2009년 1조원 돌파 후 15년 만에 두 배로 성장했다.
국내 밀 수입량은 약 455만톤으로, 이 중 64%가 제분용, 나머지 36%가 사료용으로 수입되고 있다. 특히 국내 1인당 밀가루 소비량도 2009년 33.4㎏에서 2024년 38.3㎏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제분업계 빅3는 시장의 약 75%를 점유하고 있으며 각 기업별 특성과 수익 구조에 차이가 있다. 사조동아원은 라면 제조사향 매출이 전체 제분 매출의 약 30%에 달해 K라면 수출 확대에 따른 직접적 수혜가 기대된다. 실제로 2024년 사조동아원의 영업실적은 매출액 6781억원에 영업이익이 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5% 증가했다.
대한제분은 '곰표' 브랜드로 제과·제빵에 특화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곰표강력분' '곰표박력분' 등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바탕으로 지식재산권(IP) 기반 콜라보레이션 사업도 시도 중이다. 지난해 대한제분은 매출액 1조374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7% 증가한 723억원의 높은 수익성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백설' 브랜드로 가정용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전체 매출에서 제분 사업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그룹 내 물류, 유통, 외식 채널과의 연계로 내부 수요 기반이 견고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영업실적은 매출액 29조3591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2% 증가한 1조553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식품사업 부문 매출은 약 11.4조원, 밀가루는 약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제분용 밀가루의 용도별 비중을 살펴보면 약 55%는 제면용(라면, 국수, 우동 등), 22%는 제빵·제과용(빵, 케이크, 과자 등), 나머지 23%는 가정용 및 기타(소매 밀가루, 튀김가루 등)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국내 제분업계가 다양한 식품산업의 성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 소맥가격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톤당 330달러까지 급등했다가 현재 205달러로 안정세를 찾았다.
제분산업은 국제 곡물 시세와 환율 변동에 따라 생산원가가 크게 영향받는 특징이 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휴전 논의가 본격화되며 국제 곡물가격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치적 불안 요소 해소로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제분업계에 호재다.
식품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도 제분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농심은 올해 3월 '신라면블랙'을 포함한 일부 프리미엄 라면 가격을 추가 인상했고,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연초부터 단계적인 가격 조정에 나섰다.
제과·제빵 업계에서도 SPC그룹이 올 2월 파리바게뜨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8% 인상했으며 CJ푸드빌(뚜레쥬르)·삼립·오리온·롯데웰푸드 등도 연초부터 유통채널을 통해 가격 인상 계획을 통지했다. 이러한 흐름은 제분업체 입장에서 밀가루 출고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수익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는 "제분업계 전반에 재평가가 기대된다"며 "2022년 이후 국제 곡물가격과 제품가격 스프레드 확대로 수익개선이 진행되고 있고, 올해에도 이 같은 추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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