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바닥 쩍쩍”…대형 싱크홀 전조증상 있었나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도로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가운데 이미 ‘전조 현상’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오후 6시 29분쯤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 도로에서 4차선 넓이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1명이 사망했다. (사진=뉴시스)

24일 MBN에 따르면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사고 지점 인근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주유소 바닥에 나타난 갈라짐 현상이 일어나 이달 초 서울시와 강동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주유소 바닥이 길게 갈라져 있었고, 균열이 일어난 부분은 1cm 가량 벌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A씨는 “갈라짐 현상으로 지하 탱크에도 영향이 갈 것 같아 3월 초 서울시와 강동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다음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 6일 주유소 바닥균열과 관련해 도시기반시설본부로 민원이 접수됐으며, 지하철 9호선 감리단·시공사에서 2차례 현장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주변 지반침하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어 “위치가 9호선 공사현장과 인접함에 따라 지난 14일 민원인과 협의해 주유소 내 계측기 2개소를 추가설치 후 주기적 검측을 시행했고, 사고 당일까지 계측결과는 이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유소 바닥균열에 대한 지속적인 민원인이 제기돼 원인파악을 위해 연도변 조사를 추가 실시했고 추후 분석결과에 따라 필요시 주유소 탱크 안전조사 또는 정밀안전조사를 시행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오전 11시쯤 주유소 앞 도로 일부가 무너지고 하수구 주변 작은 구멍들도 확인돼 복구 작업이 오후 4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이뤄졌다. 복구 작업이 끝난 지 1시간 뒤인 오후 6시 29분쯤 하수구 옆 도로에서 4차선 넓이의 대형 땅꺼짐(싱크홀) 현상이 발생했다.

싱크홀이 발생할 당시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해당 도로를 지나던 카니발 승용차의 뒷바퀴가 구덩이에 걸렸다가 튕기듯 빠져나왔다. 그러나 뒤따라오던 오토바이 한 대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구덩이 속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카니발 운전자 1명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오토바이 운전자는 17시간의 수색 끝에 25일 오전 11시 22분쯤 싱크홀 중심선을 기점으로 50m 떨어진 지점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싱크홀 발생이 노후 상수도관과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 구간 공사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있다.

사고 현장 인근에는 둔촌동 중앙보훈병원역에서 강일동 샘터공원까지 연결하는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하남 초이IC부터 지하로 진입하는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싱크홀 발생 구간은 해당 공사들이 맞물리는 부분에서 발생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3개월 전 국토교통부가 해당 지역을 대형 공사장으로 분류해 특별점검 대상에 포함시켜 GPR(지표투과레이더) 탐사를 했으나 땅속 빈 구멍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 현재 서울시는 소방당국은 추가 사고 예방을 위해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를 중단했으며 인근 주유소 기름탱크에 저장된 기름을 모두 빼내고 있다.

이밖에도 시는 외부 전문가들과 지하철 공사 현장 등 다른 싱크홀 발생 위험지역을 찾아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