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튀르키예에서는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시장이자 유력한 대선 주자인 에크렘 이마모을루가 체포되면서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튀르키예의 민주주의에 대한 전 세계적인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시위가 벌어진 이유는?
이스탄불 시장인 이마모을루는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주요 인사로, 오랫동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정적으로 손꼽혔다.
그러던 지난 23일(현지시간), 이마모을루 시장이 부정부패 및 테러단체 지원 혐의로 정식 체포되었다.
거리로 나온 시위대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체포라고 항의한다.
이마모을루 시장 또한 SNS를 통해 "이것은 국민의 의지에 대한 타격"이라면서 "경찰 수백 명이 집 앞에 와 있다. 나 자신을 국민께 맡긴다"고 적었다.
한편 현지 법원은 PKK(쿠르디스탄노동자당)를 지원했다는 혐의와 관련한 2번째 체포 영장은 발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PKK는 튀르키예 정부를 상대로 지난 40여 년간 분리주의 운동을 벌여왔던 집단으로, 튀르키예, 영국, 미국에서는 테러 단체로 지정되어 있다.
시위대의 정체는?
이마모을루 시장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정부의 시위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지난 24일 알리 예를리카야 내무장관은 총 1133명이 체포되었다고 밝혔다.
거리로 나온 시위대 상당수가 학생들이다. 평생 단 한 사람,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배만을 경험한 청년들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리 혹은 대통령직을 역임하며 지난 22년간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체포될 위협과 경찰과의 대치 상태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거리로 나서고 있다.
예를리카야 장관은 헌법을 언급하며 지난 며칠 동안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시위권을 남용하는" 행위이며, 시위대가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고, 거리 행사를 선동하고, 경찰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랑스 통신사 AFP의 집계에 따르면 튀르키예 전체 81개 주 중 최소 55개 주, 즉 3분의 2 이상에서 시위가 열리고 있다.
한 젊은 여성 시위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를 다스릴 사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오늘날 그(에르도안 대통령)는 우리로부터 그 권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년은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면서 "우리는 직접 (지도자를) 선출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선출한 이들이 투옥되지 않고 자유롭게 원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시위대가 대통령을 조롱하거나 정의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등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23일 밤, 이 나라에서 지난 10년 넘게 볼 수 없었던 가장 큰 불안이 발생했다. 많은 시위대가 자신을 보호하고자 N95 마스크나 스카프를 얼굴에 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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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렘 이마모을루가 체포된 이유는?
관측통은 주요 야당인 CHP의 당내 경선이 이마모을루의 체포를 촉발했다고 말한다.
CHP는 지난 23일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오는 2028년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에 맞서 싸울 후보를 뽑는 이번 경선에서는 이마모을루 시장만 단독 입후보했던 상황이었다.
이마모을루 시장이 재판 전 구금되었음에도, 23일 밤 그를 지지하는 의미의 상징적인 투표에 참여하고자 약 1500만 명이 몰려들었다.
이마모을루의 대선 출마 자격은 이후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결정되게 된다.
오즈 구르오젤 CHP 대표는 약 160만 표는 당원들로부터, 나머지는 이마모을루 시장과의 연대를 보여주고자 했던 이들의 별도 투표함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BBC는 이 수치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이스탄불은 튀르키예 최대 도시로, 이마모을루 시장은 지난해 지방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시장직을 연임하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CHP를 이끌려는 움직임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한편 CHP는 이마모을루 시장의 체포는 "차기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시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 정부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체포라는 주장을 반박하며, 이는 자국 법원의 독립적인 판단임을 강조했다.
현지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범죄 조직 관리, 뇌물 수수, 갈취, 불법적인 개인 정보 수집, 입찰 조작 등이다.
22일 이스탄불 시청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마모을루 시장은 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자신을 체포함으로써 튀르키예의 국가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마모을루의 대선 출마는 여전히 가능할까?
이번에 체포되었다고 해서 후보직을 잃는 것도, 대통령으로 출마할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 적용된 혐의 중 하나라도 유죄 판결로 이어질 경우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아울러 지난 18일 이스탄불 대학교는 이마모을루의 학위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만약 학위 취소 결정이 유지된다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튀르키예 헌법상 고등교육을 이수한 자만이 대통령직 임기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BBC 뉴스의 튀르키예 전문가 셀린 기릿은 이스탄불 대학의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학생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튀르키예 최고선거위원회가 이마모을루의 후보 자격을 심사해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23년 대선에서 3연임에 성공했다. 헌법에 따라 2028년 이후에는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없으나, 그의 비평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헌법을 바꾸면서까지 출마하리라고 본다.
다음 대선은 2028년으로 예정되어 있으나,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도 높다.
그 외에 체포된 인사는?
최근의 체포는 야당과 정부 반대 의견에 대한 탄압이 강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 24일 새벽, 경찰은 이스탄불, 이즈미르 등에서 법조인과 언론인 여러 명을 급습해 체포했다.
언론 모니터링 기관인 'MLSA'에 따르면 유명 보도 사진 작가 뷜렌트 클르츠와 AFP 소속 사진작가 과 AFP 사진작가 야신 악굴 등 시위를 취재하던 언론인 10명이 체포되었다.
튀르키예 방송 당국은 언론에 공식 성명을 믿어달라고 촉구하는 한편 라이선스 취소 등을 언급하며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주말 SNS 플랫폼 X 측은 계정 약 700개를 차단하라는 튀르키예 법원의 명령은 "불법"이라면서 이에 항소할 뜻을 밝혔다.
24일 구르오젤 CHP 대표는 X에 "오늘 저들이 SNS를 탄압하려고 한다"고 적었다.
"타이이프 씨(에르도안 대통령님) 이제는 받아들이십시오. 당신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억누를 수 없습니다."
아울러 구르오젤 CHP 대표는 이번 대규모 시위에 대해 보도하지 않는 언론 매체에 대한 불매 운동도 촉구했다.
미국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주 X는 시위 정보를 공유하던 대학 관련 시위자 계정 활동을 중단시켰다.
이마모을루가 마르마라 교도소에 수감된 이유는?
이마모을루가 수감된 마르마라 교도소는 과거 악명 높은 '실리브리 교도소'로 알려진 곳이다.
종종 유럽 최대 교도소로 불리는 이곳은 1만10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나, 튀르키예 대 국민의회 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는 2만2781명이 수감되어 있었다고 한다.
튀르키예의 청년층과 SNS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실리브리 춥다'는 말이 농담처럼 사용되는데, 이는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지난 10년간 튀르키예의 고위 군 장교, 언론인, 법조인, 국회의원 등이 이곳에 수감되었다.
2008년부터 이곳에 수감된 고객을 알고 있다는 변호사 후세인 에르소즈는 BBC 튀르키예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9번 교도소에 배치되며, 이곳에는 수감자들이 최대 3명씩 함께 지낸다고 설명했다.
주요 인물들의 발언은?
24일 저녁 각료 회의를 마친 에르도안 대통령은 TV 성명을 통해 시위를 비난하는 한편, CHP가 "국가에 저지른 악행"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구르오젤 CHP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마모을루 뿐만 아니라 국민 수백만 명을 "거역"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CHP 당은 현 정부가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튀르키예의 서방 동맹국들은 이러한 불안 사태에 대해 크게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고 있다.
며칠 전 독일의 올라프 숄츠 전 총리는 이마모을루의 구금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며 "튀르키예 민주주의에 암울한 일"이라고 했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내부 문제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튀르키예가 '유럽평의회' 회원국이자 EU 가입 후보국으로서 "민주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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