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모수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앞서 여야는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각각 13%, 43%로 인상하는 내용의 모수조정안을 합의해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안 의원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지낸 ‘복지정책통’이다. 국민의힘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간사도 맡았으나, 이번 개혁안에 반대하며 직을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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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소진 늦췄지만… 부채는 더 빠르게 쌓인다”
안 의원은 이번 조정안을 ‘연금개혁’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에 부정적이다. 18년 만의 개혁인 만큼 근본적인 구조개편이 필요했지만, 오히려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대체율을 3%포인트 올리며 미래세대가 짊어질 빚의 규모와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며 “이건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조정으로 연금기금 고갈 시점은 기존 2056년에서 2064년으로 8년 늦춰졌지만, 고갈 이후의 재정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게 안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은 연금 자체를 받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베이비부머 세대 등이 퇴직하면 받는 사람 수는 점점 늘지 않나. 우리나라의 역피라미드형 인구 구조를 고려하면, 소진 이후의 추락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 의원은 연금개혁의 핵심은 ‘소진 시점’이 아닌 ‘미적립부채’라고 강조했다. 미적립부채란 특정 시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전체 금액에서 현재 적립된 기금을 뺀 차액을 말한다. 쉽게 말해, 지금 당장 모든 가입자에게 연금을 줘야 한다면 모자라는 금액이다.
소득대체율 43%안이 채택되면서 미적립부채는 2024년 현재가치로 약 1,564조원에 달한다. 안 의원은 앞으로 발생할 적자를 누적하여 70년 총 규모를 따지면 1경 7000조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적립 부채를 줄이는 게 이번 재정 안정화 목표였고, 기금 70년 유지를 위해서는 소득대체율을 40%로 묶더라도 보험료를 18.1%로 즉시 인상하는 게 필요하다”며 “연금을 더 많이 주게 됐기 때문에 그냥 둔 것보다 어떻게보면 더 나쁜 결과이자 미래세대에 빚폭탄”이라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연금 지급액과 보험료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필수적이라면서도,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야당은 소득대체율 인상, 군·출산 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등 원하는 것을 모두 챙겼다”며 “(여당은) 사실상 협상 카드를 다 써버렸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연금개혁 의지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연금특위를 만들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이대로라면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된다면 대선 주자들 간에 연금개혁을 제대로 하겠다는 진심이 담긴 선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모아 대선 후보들을 압박하고,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후 소득 보장? 퇴직연금 제도화·기초연금 개혁이 답”
소득대체율 인상은 민주당의 강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였다. 이들은 노인빈곤율 등을 근거로 들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매우 기만적인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소득비례형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집중된다”며 “정작 빈곤층은 가입 이력이 부족하거나 수급권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의원은 ‘차등형 기초연금’ 도입을 제안했다. 현재처럼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제적 수준에 따라 빈곤층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퇴직연금 제도화를 통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낮게 유지하면서도 전체 노후소득 보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현재 이미 300인 이상 대기업 내 퇴직연금제도 도입률은 91.9%”라며 “문제는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도입률 23.7%에 그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지원을 통해 퇴직연금 의무화 내지는 도입률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안 의원의 주장이다.
근로자들 중 목돈 마련을 위한 퇴직연금 중간인출 수요에 대해서는 근로자 복지 기금 조성 등을 통한 대출과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퇴직 연금 제도화의 부가효과로 임금 체불 문제 개선도 가능하다. 안 의원은 “퇴직금 연금화가 되면, 해당 금액을 미리 기금에 적립해야 한다”며 퇴직금을 경영자금으로 전용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할 수 있어 임금 체불 문제도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 의원은 기초연금·퇴직연금 관련 개선점을 담은 법안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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