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에르도안 정적' 구금… 대규모 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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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에르도안 정적' 구금… 대규모 반대 시위

BBC News 코리아 2025-03-25 10:10: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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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대 앞에 선 방독면을 쓴 시위대
Anadolu via Getty Images
현지 경찰은 물대포, 최루 가스, 후추 스프레이 등을 동원해 시위를 해산하고자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요 정적이었던 이스탄불 시장이 부정부패 혐의로 지난 19일(현지시간) 공식 체포되면서 튀르키예 전역에서 수만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에크렘 이마모을루(54) 시장은 23일 열린 야당 '공화인민당(CHP)'의 당내 경선에서 유력 대선 주자로 손꼽히던 인물이다.

이마모을루 시장이 체포된 이후인 23일 밤, 경찰이 최루탄, 고무탄 등을 동원해 시위를 진입하는 등 튀르키예에서는 지난 10년간 최악의 불안 사태가 펼쳐졌다.

구금 전 이마모을루 시장은 X를 통해 자신의 혐의는 정치적 누명이라면서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위를 비난하며 CHP당이 "평화를 방해하고 우리 국민을 분열시키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이른 저녁부터 이스탄불 시청 앞에 몰려들기 시작한 시민들은 5일째 튀르키예 국기를 흔들고, 진압 경찰 앞에서 구호를 외쳤다. 경찰이 일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거나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는 장면도 목격되었다.

시장의 아내인 딜렉 카야 이마모을루는 시청 밖에 모인 군중 앞에서 남편이 직면한 "불의"가 "모든 양심 있는 이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고 연설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의 체포에 항의하며 벌어진 이번 시위는 2013년 이스탄불 내 지역 공원 철거 문제로 시작된 '게지 공원 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프랑스 통신사 AFP의 집계에 따르면 튀르키예 전체 81개 주 중 최소 55개 주, 즉 3분의 2 이상에서 시위가 열렸다.

이마모을루 시장 외에도 지난 19일 수사의 일환으로 정치인, 언론인, 기업가 100여 명이 구속되었다.

23일 이마모을루 시장은 "범죄 조직을 세우고 관리했으며, 뇌물을 수수하고, 갈취하고, 불법적으로 개인 정보를 기록하고, 입찰을 조직했다"는 혐의로 공식 체포되었다.

현재는 재판을 기다리며 구속된 상태로, AFP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실리브리 지역의 구치소로 이송되었다.

한편 튀르키예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시장직 또한 정지되었다고 밝혔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SNS 게시물을 통해 자신의 체포는 "우리 민주주의의 검은 얼룩"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국내 사법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23일 늦게 변호사가 X를 통해 공개한 메시지에 따르면 이마모을루 시장은 시위대에게 인사를 전하며 유권자들이 튀르키예는 이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이제 그만해야 함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P 경선에서는 이마모을루 시장만 단독 입후보했다.

이번에 체포되었다고 해서 후보직을 잃는 것도, 대통령으로 출마할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 적용된 혐의 중 하나라도 유죄 판결로 이어질 경우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이마모글루 시장이 속한 CHP당은 23일 투표 참여자가 거의 1500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CHP에 따르면 약 160만 표는 당원들로부터, 나머지는 이마모을루 시장과의 연대를 보여주고자 했던 이들의 별도 투표함에서 나왔다.

BBC는 이 수치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한편 투표를 기다리던 아슬리한(38)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절망하며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내인 딜렉은 X를 통해 투표에 참여하는 자신의 사진을 게시하며 "민주주의, 정의, 미래"를 위해 투표해달라고 촉구했다.

진압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길질하는 모습
EPA-EFE/REX/Shutterstock
날이 저물고 진압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지난 22년간 총리직과 대통령직을 역임한 에르도안 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라이벌 중 하나로 손꼽힌다.

현재 에르도안 대통령은 임기 제한으로 인해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오는 2028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현지 법무부는 이번 체포를 에르도안 대통령과 연관 짓는 이들을 비난하며 사법 독립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23일 X의 '글로벌 정부 업무 부서'는 튀르키예 통신 규제 당국으로부터 자국 정치인과 언론인들의 계정을 포함해 약 700개의 계정을 차단해달라는 "여러 법원 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X는 이러한 조치가 "불법적일 뿐만 아니라 튀르키예의 사용자 수백만 명이 뉴스와 정치적 담론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투표하고자 줄 선 사람들
Getty Images
CHP는 비당원을 위해 설치된 "연대" 표시용 투표함에 수백만 명이 몰려 이마모을루 시장을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스탄불 대학교는 24일 이번 비리 혐의로 인해 이마모을루의 학위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만약 학위 취소 결정이 유지된다면 이는 이마모을루의 대통령 출마 능력에 의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헌법상 고등교육을 이수한 자만이 대통령직 임기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모을루 측 변호사는 학위 취소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 및 유럽인권재판소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 최고선거위원회가 이마모을루의 후보 자격을 심사해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검찰은 이마모을루에게 "무장 테러 조직을 지원한" 혐의도 적용하려 했으나, 법원에서는 현재로서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지방 선거와 관련하여 CHP는 친 쿠르드 성향의 인민평등민주당(DEM)과 사실상 동맹을 맺은 바 있다.

DEM은 PKK(쿠르디스탄노동자당)과 연계되어 있다는 의혹을 부인해오고 있다.

PKK는 튀르키예 정부를 상대로 지난 40여 년간 분리주의 운동을 벌여왔던 집단으로, 이달 초 휴전을 선언했다. 튀르키예, 유럽연합(EU), 영국, 미국에서는 테러 단체로 지정되어 있다.

이마모글루 시장 지지 시위
Getty Images
22일 밤 벌어진 이마모글루 시장 지지 시위 중 300여 명이 체포되었다

19일 이마모을루 시장의 구금 이후 튀르키예 전역에서는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대체로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시위 시작 이후 약 700명이 체포되었다.

지난 22일 검은색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시청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던 한 젊은 여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이유도, 야당을 지지해서도 아닌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저는 정의를 위해, 자유를 위해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인이고 튀르키예 국민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행동과 문화에 반하는 것입니다."

11살 아들을 데리고 시위에 참여한 또 다른 여성은 아들의 미래가 걱정되어 시위에 나왔다고 했다.

이 여성은 "튀르키예서 사는 것이 날이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제할 수 없고,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없다. 진정한 정의가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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