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납품업체·금융권은 물론 개인투자자들에게까지 파장이 커진 가운데 가장 우려됐던 매입채무 유동화 증권이 최근 조기변제될 길이 열렸다.
홈플러스와 그 경영권을 지배하는 MBK파트너스가 먼저 제시한 결과라면 모양새가 좋았겠으나 사실상 등 떠밀려 이뤄진 일로 비친다. 이에 앞서 사회적인 전방위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회생 신청 결정은 MBK에 금전적인 손해를 줄여주는 선택지였으나 오히려 리스크를 키워온 양상이다. 국회 현안 질의 직전 내놓은 사재출연 계획은 아직도 구체적이지 않아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상거래채권 인정된 유동화채권
홈플러스는 이달 4일 기준 매입채무 유동화 잔액인 4618억원 규모를 상거래채권으로 추가 취급해 채권 신고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서울회생법원은 발표 하루 전인 20일 이해관계자 등을 모아 조기 변제 대상이 아니었던 매입채무 유동화채권을 상거래채권으로 봐야하는지 논의했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 매입채무 유동화 증권은 신용카드 결제 이후 받을 물품대금을 기초자산으로 보고 발행이 되는 단기 사채다.
증권사들은 홈플러스가 구매전용카드로 납품대금을 결제할시 카드사에 발행되는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보고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개인 투자자들에게까지 판매했는데 이는 변제 대상인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되지 않아 피해 우려를 키웠다.
더욱 논란이 됐던 건 기업회생 신청이 이뤄지기 열흘 전까지만 해도 전단채 발행이 이뤄졌는데 홈플러스는 이를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는 점이다. 증권사를 통해 개인들에게까지 채권이 판매된 걸 회생신청 이후 알았다는 사측 설명에 비판은 거셌다.
기업회생 불가피했다는 MBK
그간 MBK는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었다. MBK는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홈플러스가 3개월 내 부도가 날 수 있었기 때문에 채권자들과도 미처 상의도 하지 못하고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MBK 부회장이기도 한 홈플러스 김광일 공동대표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 질타를 받으면서도 이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신용등급이 ‘A3’에서 ‘A3-’가 되면 기업어음이 거의 거래가 되지 않아 회생신청에 나섰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국회 현안 질의에 앞서서부터 이같이 주장해온 MBK는 궁지에 몰렸다. 홈플러스·마트노조는 물론 일반 투자자들은 조기 수습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국세청은 역외탈세 여부까지 살펴보는 중이다. 금감원도 19일부터 회생신청 및 자금조달 관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회생신청 전 자구책은 전무했기에 비판 수위는 높았고 김 회장이 사재출연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김 회장은 국회 출석 요구에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지만 결국 사재출연을 발표해 사태를 누그러뜨리는 듯했다. 다만 구체성 없는 계획에 여론의 뭇매는 지속되는 상황이다.
알맹이 없는 사재출연 발표에 논란 지속
홍콩 출장으로 국회 현안 질의에 불참한 김 회장 대신 증인으로 선 홈플러스 김 부회장은 사재 출연을 통한 재정 지원을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 규모로 진행할거냐는 질문 세례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답을 하지 못했다. 김 부회장은 ‘송구하다’는 말만 반복했을 뿐이다.
사재 출연으로 변제하겠다는 당사자가 자리에 없었으니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다. 일부 국회의원의 반대로 아직 미정이지만 국회는 법원에 회생계획이 제출되기 전 김 회장을 상대로 한 MBK 청문회를 개최해 구체적인 대책과 변제 규모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유동화증권이 조기 변제가 가능한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게 됐지만 바로 변제되는 건 아니다. MBK는 지난 16일 김 회장 사재출연으로 회생절차를 통한 상거래 채무 변제 전 어려운 소상공인을 위해 대금 지급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규모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사실상 등 떠밀리듯 움직이는 대응이 리스크를 키워온 양상이다. 사태가 극에 달해야 MBK가 대책을 찔끔 내놓는 형국에 국회는 강경한 태도다. 청문회에 김 회장이 나오지 않을시 국회는 회생절차에 돌입할 걸 알면서도 채권을 판매했는지 여부 등과 관련해 고발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MBK가 애초에 기업회생으로 리스크를 줄이려던 건 전문가 시각에선 놀랍지 않다. 한 전문가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MBK는 가진 게 돈 밖에 없다”며 “부동산 자산은 많지만 손해를 안 보고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고자 회생신청을 했던 건데 어떻게든 해결은 될 것”이라고 했다.
MBK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재출연 계획에 대한 발표 시점을 묻는 더리브스 질의에 “개인이 해야 되는 부분이라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증권사를 통해 채권이 소매로 판매된 걸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홈플러스는 알 수도 있었겠지만 MBK로서는 그런 것까지 모른다”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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