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분단 사회] ④ 가난이 다수가 된 대한민국···"부자들 불쌍" vs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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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분단 사회] ④ 가난이 다수가 된 대한민국···"부자들 불쌍" vs "기만"

여성경제신문 2025-03-25 09:00:00 신고

3줄요약

한국 사회는 분열돼 있다.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특정 집단의 성향이 극단화됐다. 자신과 생각이 맞지 않은 사람들을 향한 조롱과 혐오, 비난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익명이 보장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정도가 심하다. 이에 여성경제신문이 온라인에 나타난 갈등 실태를 분석하고 분열로 인한 사회의 악영향을 파헤친다. [편집자 주]

대표적인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블라인드'에는 연봉과 관련한 글이 많다. /블라인드 캡처
대표적인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블라인드'에는 연봉과 관련한 글이 많다. /블라인드 캡처

#나이 00인데 연봉 00이야. 적은 걸까?

대표적인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블라인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글이다. 블라인드에서는 이 외에도 '나이 00일 경우 평균 연봉', '다들 연봉 얼마 받아?' 등 연봉과 관련된 다양한 글이 올라온다.

이 외에도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각종 SNS에서 '나이 00에 얼마 모으는 법', '인생 꼬이는 경제·소비 습관' 등 돈과 관련된 다양한 팁들과 의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계급론으로 수입과 생활 정도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를 분류하는 건 이제는 익숙해진 내용이다.

2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제적 어려움과 양극화가 심해진 상황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사람들이 점차 자본을 중시하며 가난한 사람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SNS 인스타그램의 자매 서비스인 'Threads'에서는 '20~30대 때 인생 우상향으로 가는 테크트리'나 '20~30대에 인생이 무너지는 공식' 등의 게시물들이 많이 올라온다. 주로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생활양식을 소개하거나 반대로 돈을 모을 수 없는 소비 습관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SNS나 커뮤니티에서 돈 관련한 얘기가 나올 때 특징으로는 사람들이 자신의 연봉, 자산 규모 등이 또래 집단 등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하려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경제 습관을 가르치는 글에서는 나이가 00이 되면 이 정도는 모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평균'에 못 미치는 사람을 저평가하고 비난하는 경향이 드러난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봉이나 자산이 그 사람의 능력과 성실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경향은 부유한 자들이 능력은 물론 심지어 인성마저 뛰어나다는 주장으로 가기도 한다. 

SNS나 커뮤니티에서 돈 관련해 얘기가 나올 때 '평균'에 못 미치는 사람을 저평가하고 비난하는 경향이 드러난다. /'Threads' 캡처
SNS나 커뮤니티에서 돈 관련해 얘기가 나올 때 '평균'에 못 미치는 사람을 저평가하고 비난하는 경향이 드러난다. /'Threads' 캡처

대표적으로 '20~30대에 인생이 무너지는 공식'이라는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첫 직장 구함. 2. 월급 300 받으니 돈 관리 개판. 3. 월세 50~70짜리 원룸 살면서 배달 음식이 기본. 4. 친구들 주 3회씩 만나서 술 퍼먹고 늦으면 택시 타고 옴. 5. 차는 무조건 독3사. 월 100씩 5년 할부. 6. 성과금 들어오면 명품 지름. 7. 직장 5년 차, 모은 돈 고작 2000. 8. 집값 보니 암담. 답도 없음. 9. 어차피 집 못 사니까 그냥 즐기면서 사자고 다짐. 이렇게 살면 40대에도 똑같은 고민함.

해당 글을 접한 사람들은 공감을 표하기도 했고 일부는 '월급이 300도 안 되는 사람은 뭐냐', '학자금 대출 있고 이러면 모은 돈이 2000일수가 있는 거 아니냐'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계층 간의 갈등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싸움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X(구 트위터)의 이용자들은 지난 2월 관련 문제로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한 이용자가 "부모님 지원으로 무한 N수 박고 수능 성적 잘 받아서 명문대 가고 알바 한 번 안 해보고 과외로 돈 벌고 그 모든 성취를 본인의 노력으로 이뤄냈다고 여기는 사람을 보기가 너무 힘듦"이라는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해당 글을 본 한 이용자는 "돈 많은 사람들 ㄹㅇ 불쌍하다 대학 때는 국장 안 나온다는 거 숨기고 다녀야 하고 내가 입시 때 대치동 전전하며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해서 명문대 온 건데 내 부모보다 돈 없는 부모를 가진 애들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내가 이뤄낸 모든 건 다 우리 엄빠 덕분임 겸손하게 살자 이러면서 자기 세뇌라도 해야 하는 거임?"이라고 글을 썼고 이에 '공부하고 싶어도 돈 때문에 못 해본 삶을 아냐'며 해당 사용자를 비난하는 글들이 달렸다.

이런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가난하지 않은 계층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 네이버 블로그는 '월천 자가남, 인생 포기하고 싶은 이유'라는 제목으로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을 올린 이용자는 열심히 노력해서 경기도에 아파트도 마련하고 달마다 세후 1000 정도를 벌고 있다. 그러나 '강남권, 인서울권, 아파트랑 격차 벌어지는 거 보니 현타가 씨게 온다'라며 '매일 12시간 이상 본업, 부업 일해서 벌고 어쩌고 해봐야 가진 자들 딸칵 한 번에 차익 먹는 거 못 따라간다고 생각하니 개현타오고 내 자식한테 너무 미안함'이라며 상대적 박탈감을 드러냈다. 경제적 격차가 커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부유하다고 여겨지는 계층도 자신이 가난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 계층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 계층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인식에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이 이날 국가통계포털(KOSIS)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소득 3분위(상위 40∼60%) 가구 흑자액(실질)은 1년 전보다 8만8000원 줄어든 65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중산층의 여윳돈이 3분기 연속 줄면서 5년 만에 다시 70만원을 밑돈 것이다.

전문가들도 어려운 삶이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범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소득 불평등이 커지면서 사람들 사이에 삶의 질에 차이가 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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