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최근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정안을 두고 2030세대의 분노가 극에 달한 모양새다. 수혜가 4050세대에 집중되고 청년들은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굳어질 게 알려지면서 여야 3040세대 의원들까지 함께 나서 개혁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연금법 일부개정안은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여야 합의로 통과했다. 여기에는 △보험료율 9%→13% △소득대체율 40%→43% △연금 국가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 크레딧 50개월 상한 폐지 △군 복무 크레딧 6개월→12개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러자 2030세대는 대거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국민연금 개혁안이 젊은이들에게 4050의 짐을 떠넘기는 형태라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개혁 수혜가 4050세대에 집중된 가운데 앞으로 더 긴 기간 동안 보험료를 내야 할 청년들은 더 내고 덜 받는 구조에 놓였다는 주장이다.
3040 세대 여야 의원들이 함께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김용태·김재섭·우재준 국민의힘, 이소영·장철민·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이주영·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국민연금은 더 지속가능해야 하고 모두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제목의 회견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소속된 정당은 다르지만 연금 개혁의 방향성만큼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모수 조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는 연금 개혁으로 가장 큰 부담과 책임을 지게 되는 청년 세대를 설득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담기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층에서 불만이 커지는 건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올리게 되면 미래세대는 사실상 부담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은 연금 가입 기간 평균소득 대비 올해 41.5%에서 2028년까지 40%로 단계적으로 낮아지게 돼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43%로 다시 높아지게 된다.
가령 월급 309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내년 국민연금에 신규 가입해 40년간 보험료를 낸다고 가정하면 총 1억8762만원을 납입하게 된다. 은퇴 후 받는 총연금수급액(25년 가정)은 3억1489만원이다. 내는 돈은 5413만원 늘어나는데 받는 돈은 2170만원밖에 늘지 않는 셈이다.
정부안이 수용되지 않은 점도 젊은이들의 분노를 샀다. 정부는 보험료율을 세대별로 차등해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50대 매년 1%p 4년간 △40대 연 0.5%p 8년간 △30대 0.33%p 12년간 △20대 0.25%p 16년간이다.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차이를 둔다는 취지였다.
한국금융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세대 간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있지만 세대 간 불공정성을 조금이나마 축소하고 연금 개혁에 젊은 세대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지했다. 그러나 장노년층 의원들 위주로 구성된 국회의 벽은 결국 넘지 못한 셈이 됐다.
그러나 국회는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모든 세대가 0.5%p씩 8년간 인상’하게 됐다. 사람마다 국민연금 가입 시기가 다른데 세대별 차등 인상을 하면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장년층의 생계 부담과 노인 빈곤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이번 개혁을 통해 연금 적자 전환 시점은 2041년에서 2048년으로, 기금 소진 시점은 2055년에서 2064년으로 각각 7년·9년 늦춰지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 수십년간 보험료를 내야 할 청년들의 초점은 두 시점을 늦춘 게 아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데 맞춰져 있다.
2030세대가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미래세대 약탈에 합의한 어른들’이라는 제목으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미래를 팔아서 현재를 유지”, “출산률 낮추려고 기를 쓴다”, “자식들이 내야 하는 돈인데 알 바 아니고 본인들만 더 받으려는 세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청년에게도 연금 개혁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용하 전 국민연금연구원장은 “기금 고갈 시기를 더 늦추려면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추가 조치가 필수적”이라며 “진정 청년 세대가 만족하는 변화들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자동조정장치는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입자수와 기대여명에 따라 연금이 자동삭감되는 구조로 야당뿐 아니라 상당수 전문가들도 반대하고 있다. 결국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통합 등 상대적으로 합의가 용이한 부분부터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금개혁청년행동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이들은 “연금개혁으로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건 미래세대지만 논의 과정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됐기에 청년들의 의견을 반영해 입법해달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오히려 청년을 위한 개혁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인구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돈을 내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젊은 분들이 내야 한다”며 “청년들이 기금 소진에 대해 불안해 하니까 국가에서 지급을 보장하는 내용을 못 박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완의 개혁’을 언급하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차관은 “앞으로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퇴직연금·기초연금·개인연금 개혁 등 구조개혁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개혁은 완성된 개혁이 아니며, 10여년의 시간을 가지고 더 큰 개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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