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도하 기자] 누구보다 화려했던 여자 프로당구(LPBA) 투어의 최정상 선수 스롱 피아비(캄보디아·우리금융캐피탈)가 사상 처음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하며 빈손으로 퇴장했다.
시즌마다 8~9차례 열린 개인투어에서 서너 차례씩 우승을 차지하고 개인투어 결승에 절반 가까이 진출해 왔던 스롱은 이번 24-25시즌에는 최고 성적 4강에 그치며 최악의 성적표를 거둬들였다.
그동안 스롱은 LPBA 투어에 총 37차례 출전해 그중 결승에만 11번이나 진출했다. 마지막으로 결승전을 치른 23-24시즌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LPBA 챔피언십'을 기준으로 하면 결승행 확률이 무려 40%에 달했다.
그러나 24-25시즌에 치러진 총 9차례 투어에서 스롱은 4강 2회와 8강에 2회 진출하는 데 그쳤고, 그나마 올라온 준결승전조차 김가영(하나카드)에게 모두 발목을 잡히면서 PBA 투어 데뷔 5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시즌을 마쳤다.
24-25시즌에 스롱은 애버리지와 득점성공률 모두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23-24시즌에 애버리지 0.897과 득점성공률 45.31%로 화력이 크게 떨어졌던 스롱은 24-25시즌에는 애버리지 1.001과 득점성공률 48.54%로 올라왔다.
그동안 스롱은 1점대 애버리지와 48%대의 득점성공률을 기반으로 LPBA 정상을 차지해 왔는데, 24-25시즌은 공격력은 회복했지만 도전자들과 격차가 줄어들고 동시에 라이벌인 김가영과 크게 벌어지면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데뷔 시즌이었던 21-22시즌에 스롱은 정규투어와 월드챔피언십을 합쳐 총 8차례 투어를 뛰면서 절반을 결승에 진출해 우승 2회, 준우승 2회를 달성했다.
당시 시즌 애버리지 0.940과 득점성공률 46.88%를 기록했던 스롱은 다음 22-23시즌에는 애버리지 1.021과 득점성공률 48.67%로 성장하며 LPBA 투어에서 유일하게 1점대 애버리지를 치고 있던 김가영을 제쳤다.
애버리지는 김가영이 21-22시즌에 기록한 시즌 최고 1.018의 기록을 갈아치웠고, 우승 횟수도 임정숙(크라운해태)과 이미래(하이원리조트)의 한 시즌 최다승(3승) 동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3-24시즌에 2차 투어 '실크로드 안산 LPBA 챔피언십'을 우승한 이후 4차례 정규투어를 조기탈락하며 장시간 늪에 빠지면서 0.1 이상 줄어든 애버리지 0.897과 득점성공률 45.31%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스롱은 다행히 시즌 막판에 기량을 회복해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LPBA 챔피언십' 우승으로 정상에 복귀한 뒤 9차 투어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에서 2회 연속 결승에 진출하며 준우승을 차지해 24-25시즌에 재기가 기대됐다.
데뷔 21-22시즌 2승과 22-23시즌 3승 거둔 스롱…'LPBA 랭킹 1위' 질주
스롱은 지난 2021년 2월 9일에 열린 20-21시즌 마지막 5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LPBA 챔피언십'에 처음 출전해 서바이벌 첫 경기부터 105점을 득점하고 애버리지 1.208을 기록하며 시작부터 화려하게 프로 투어에 입성했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췄던 터라 LPBA 투어에서 스롱을 이길 만한 선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데뷔 시즌부터 투어 2승을 거두며 김가영에 이어 시즌 랭킹 2위를 차지했다.
당시 김가영은 정규투어는 1승에 그쳐 스롱에 뒤졌지만,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스롱을 세트스코어 4-1로 꺾고 우승상금 7천만원을 거머쥐면서 데뷔 후 처음 시즌 랭킹 1위에 올랐다.
스롱은 정규투어에서 김가영을 결승과 8강에서 세 차례 벌인 맞대결을 모두 승리해 1위를 달리다가 마지막 월드챔피언십 결승전 패배로 아깝게 데뷔 시즌의 왕관을 놓쳤다.
그러나 다음 22-23시즌에는 스롱이 정규투어에서 만난 김가영을 2번 모두 이겼고,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2년 연속 대결을 벌여 이번에는 4-3으로 승리하며 시즌 랭킹 1위 자리를 탈환했다.
22-23시즌에도 스롱은 9차례 투어 중 우승 3회와 준우승 1회의 성적을 거두면서 상금과 랭킹, 애버리지 등 개인기록까지 모두 정상을 차지해 LPBA 투어의 원톱으로 올라섰다.
우승·애버리지·공격성공률 모두 스롱-김가영 '투톱'…그러나 23-24시즌부터 '내리막'
이때까지만 해도 스롱의 독주를 견제할 만한 선수는 김가영 외에 딱히 보이지 않았다. LPBA 투어 챔피언에 오른 나머지 선수들은 대체로 0.8 ~ 0.9대의 애버리지와 45%를 채 넘지 못하는 공격성공률을 보였기 때문.
스롱과 김가영은 나란히 애버리지 1점대와 공격성공률 48%를 기록하는 독보적인 실력을 앞세워 당시 2년 동안 17차례 투어 중 14차례의 결승전을 양분했다.
그런데 스롱과 김가영의 투톱 구도는 오래 가지 못하고 23-24시즌 정규투어에서 2승씩 거둔 김민아(NH농협카드)와 사카이 아야코(일본·하나카드)를 비롯해 한지은(에스와이) 등 실력파 신인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스롱은 2차 투어를 우승했지만, 측근 인사의 기자실 난입 사건 이후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고 4차례 정규투어를 모두 조기 탈락하면서 내리막을 걸었다.
시즌 막판에 연속 결승에 진출하며 살아났지만, 상대전적에서 일방적으로 앞섰던 김가영과의 월드챔피언십 16강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하면서 기세가 꺾인 스롱은 24-25시즌에는 확연하게 벌어진 격차를 실감하며 결국 무관의 시즌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24-25시즌에 스롱은 1점대 애버리지로 회복했지만, 라이벌이었던 김가영이 시즌 애버리지 1.208과 득점성공률 53.75%의 역대급 실력으로 재무장하면서 이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5차 투어 '휴온스 LPBA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김가영과 시즌 처음 대면한 스롱은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가며 김가영의 독주를 스롱이 막아서는 듯했지만, 3세트에 승리까지 2점을 남겨두고서 2-3의 역전패를 당했다.
또한, 마지막 왕중왕전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LPBA 월드챔피언십' 준결승에서는 아예 0-4로 완패를 당해 이러한 사실을 실감케 했다.
스롱은 여전히 1점대 안팎의 화력을 보이며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지만, 개막전 8강에서 패한 김세연(휴온스)이나 2차 투어 64강에서 고배를 마신 차유람(휴온스), 4차 투어 32강에서 0-3으로 진 한지은 등 다른 LPBA 선수들의 실력과 격차가 줄어들면서 예전과 같은 독주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특히, PBA 투어 승부가 9점, 11점 등 적은 점수의 세트제로 치러지기 때문에 이번 시즌 김가영이나 스롱의 지난 시즌 전성기 때처럼 월등한 애버리지와 공격성공률을 보이지 않는 이상 과거 결승 진출을 반타작하던 시절과 같은 기록은 나오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스롱은 김가영을 제외하면 LPBA 투어에서 유일하게 1점대에 육박하는 종합 애버리지와 47% 이상의 득점성공률을 기록하고 있고, 승부처에서 뛰어난 집중력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승부사 기질도 단연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롱은 김가영과의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도전해 오는 다른 선수들과의 거리를 벌리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오는 25-26시즌에 스롱이 김가영과 평행선을 달릴 수 있을지 아니면 도전자들과 다시 험난한 레이스를 펼치게 될지 주목된다.
(사진=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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