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에 설치했던 90억원 상당의 '황금 변기'를 훔친 일당이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최근 AP통신, 로이터 등 외신 매체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 형사법원에서 '황금 변기' 절도 사건에 대한 배심원단 재판이 진행됐다.
사건을 일으킨 절도범 마이클 존스(39)와 프레데릭 도(36)는 각각 강도, 장물 이전 조력 혐의가 인정돼 선고를 앞두고 있다. 프레데릭 도의 재판 결과는 5월로 예정돼 있으며 존스에 대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이 훔친 '황금 변기'는 이탈리아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만든 대표작으로 지나친 부(富)에 대한 조롱을 담아 '아메리카'라는 이름으로 지어졌다. 당시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빈부격차를 꼬집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은 '99%를 위한 1%의 예술'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18K 황금 98㎏을 사용했다고 밝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9년 9월 당시 금 시세를 적용하더라도 280만 파운드(한화 약 50억8000만원)에 달했다.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지금은 480만 파운드, 한화로 90억원에 육박하는 가치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작품이 처칠 전 총리의 생가인 영국 블레넘궁에 설치하면서 불거졌다. 작품이 유명해지면서 돈에 대한 탐욕에 눈이 멀었던 절도범들은 블레넘궁의 창문을 부수고 침입해 처칠이 태어난 바로 옆방에 있던 황금 변기를 뜯어내서 달아났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채 5분에 불과할 정도로 눈 깜짝할 시간에 모든 범행을 마친 이들은 경찰이 도착하기도 전에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궁전에 경비원이 따로 없는 보안 허점을 노려 침입했으며, 역사적 가치가 높은 궁전에 설치된 만큼 폐쇄회로(CC)TV 감시도 없었다는 점을 악용했다.
절도범 5명 중 2명만 붙잡혀
검찰은 "절도범들은 사전에 범행을 면밀히 계획하고 대담하게 궁을 습격했다"라며 "다만 외부 CCTV와 휴대전화 기록 등을 바탕으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일당이 훔쳐 간 변기 조각을 아직까지 회수하지 못한 점이다. 5명의 절도범 가운데 경찰에 붙잡힌 2명은 황금 변기를 녹인 후 보석상들에게 팔아 현금화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렇게 분해돼 팔려 간 금은 아직까지 회수하지 못한 상태이며 나머지 3명의 절도범의 행방 또한 묘연한 상태다.
검찰은 "비록 도난당한 금을 회수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기소로 인해 더 광범위한 범죄와 자금 세탁 네트워크를 와해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최근 금값시세는 사상 최고치에 달하는 수준으로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금 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이 불거지면서 단기적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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