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명 인파 몰린 '멕시코 피라미드' 기어오른 관광객의 최후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맥시코 마야 문명 유적에 불법으로 올라간 독일 국적 관광객이 멕시코 군중에게 집단 구타 당한 뒤 구금됐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멕시코 엘 카스티요 피라미드를 불법 등반하는 독일인 관광객.(사진=X)

21일(현지시간) 디아리오데유카탄과 데바테 등 멕시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유카탄주(州) 치첸이트사에서 독일 국적의 38세 남성이 엘카스티요 피라미드에 불법으로 등반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관리 요원의 눈을 피해 엘카스티요 피라미드의 계단을 통해 꼭대기에 있는 옛 종교의식 거행 제단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군중들은 남성을 향해 욕설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이후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자 군중 일부가 다가가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일부 군중은 “그를 희생시켜야 한다”며 고대 마야 의식을 언급하기도 했다. 군중으로부터 폭행당한 남성은 이마에 피를 흘리는 등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은 뒤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현장에는 춘분을 맞아 약 9000명의 관광객이 ‘쿠쿨칸의 하강(깃털 달린 뱀 신의 하강)’을 보기 위해 모여 있었다. 이 시기에는 피라미드 계단에 뱀이 내려가는 듯한 그림자가 투영돼 매년 많은 관광객이 엘카스티요 피라미드를 방문한다.

일각에서는 이 현상이 마야인들의 수학과 천문학적 지식을 엿볼 수 있는 증거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야 문명 유적 중 하나인 엘카스티요의 피라미드의 경우 구조물 보호와 역사적 가치 훼손 방지를 위해 2008년부터 등반이 금지됐다. 앞서 지난 2022년에도 한 여성이 이 피라미드에 무단으로 올랐다가 군중의 분노를 산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한편 허가 없이 유적지에 접근할 경우 멕시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5000~5만 페소(약 13만~13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