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라면과 맥주, 유제품 등 주요 가공식품 몸값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식품업계는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인상 제품이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상품이기에 소비자 부담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 △오뚜기 △오비맥주 등에서 생산하는 상품이 다음달부터 가격을 인상한다.
매일유업 커피음료 중 바리스타 룰스(250ml) 가격은 3.6% 인상된다. 허쉬드링크 초콜릿(190ml)은 11.8% 오른다. 스트링치즈 플레인과 매일두유 검은콩(190ml)은 각각 7.4%, 10.5% 오를 예정이다. 다만 매일유업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채널별로 인상 시점을 달리 적용한다.
주요 인기 라면 제품군이 속한 오뚜기 역시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오뚜기는 라면 16개 품목 가격을 평균 7.5% 올린다. 진라면 봉지면은 716원에서 790원으로 10.3%, 용기면은 1100원에서 1200원으로 9.1% 조정된다.
오비맥주도 다음달 1일부터 카스 500ml 캔 제품을 제외한 국산 맥주 출고가를 평균 2.9% 인상할 계획이다. 다만 마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카스 500ml 캔 제품은 가격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농심은 지난 17일부터 신라면 등 1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출고가를 평균 7.2% 올렸다. 소매점 가격 기준으로 신라면은 기존 950원에서 1000원으로 5.2% 인상됐다. 너구리와 안성탕면, 짜파게티도 각각 4.4%, 5.4%, 8.3% 비싸졌다.
이는 한 업체가 제품 가격을 올리면 경쟁업체도 잇따라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추세가 본격화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칫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수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농수산물 평균 소매 가격 집계를 보면 이달 대형마트·전통시장의 양배추 평균 소매 가격이 6121원을 기록했다. 배추 한 포기 평균 가격이 5506원인 것과 비교하면 양배추 가격이 600원가량 비싸다. 특히 양배추는 지난해 3월 평균 가격이 4095원이었으나, 1년 새 50%가 올라 2000원가량 비싸졌다.
무, 당근 등의 가격도 대폭 상승했다. 이달 무 평균 소매가격은 311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상승했다. 당근 1㎏는 지난해 동기 대비 27% 상승한 5696원이다. 무, 당근 등도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약 10% 감소하면서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급등했다.
지속되는 물가 상승에 소비자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실시한 ‘소비자 동향조사’에서는 소비자 심리지수가 100을 넘긴 것은 지난해 11월이 마지막이다. 소비자 심리지수가 100보다 낮은 경우, 부정적으로 응답한 가구가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달에는 95.2를 기록해 전월(91.2)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소비에 비관적인 반응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식품 업계 수익성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음에도 ‘릴레이 가격 인상’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작년 오리온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1043억원, 영업이익은 543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6%, 10.4%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17.5%를 기록했다.
오리온 측은 카카오, 설탕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법인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웰푸드도 지난해 수익성이 개선됐다. 롯데웰푸드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말까지 5.7%로 상승했지만, 원가 부담을 이유로 건·빙과류 26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다. 특히 빙과류 월드콘, 설레임 등의 가격 인상률은 약 16.6%로 집계됐다.
이 같은 이익률 상승에 오히려 기업에 원재료 단가 소폭 상승은 호재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이사장은 “가격 책정 권리는 기업이 갖고 있지만, 지금처럼 국제적으로 물가 불안정 상황에는 소비자 뿐 아니라 기업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원가 계산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따라 가격 인상의 적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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