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서 한국의 생강처럼 고기 잡내 없애려 넣는 식재료... 값도 초저렴

감자 요리에 곁들인 로즈메리. / 픽사베이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꽃말을 가진 로즈메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허브다. 유명세에 비해 한국에선 널리 쓰이지 않지만 알고 보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허브다. 로즈메리는 독특한 향과 강한 풍미를 지녀 요리에 활용하면 감칠맛을 더할 수 있고, 약용으로도 가치가 높아 건강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향이 강하고 오래 지속돼 방향제로도 쓰인다. 로즈메리에 대해 알아봤다.

로즈메리 / 픽사베이

로즈메리는 꿀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상록관목이다. 이름은 라틴어 'rosmarinus'에서 왔는데, 이는 ‘바다의 이슬’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까닭에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잎은 길고 좁으며 짙은 녹색을 띤다. 꽃은 겨울에서 봄 사이에 핀다. 흰색, 분홍색, 자주색, 푸른색 등으로 다양하다. 가뭄에 강한 데다 토양이 척박해도 생존할 수 있어 지중해성 기후가 특징인 곳에서 농작물로 재배된다. 자연 서식지는 주로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같은 지중해 국가들이지만, 현재는 전 세계로 퍼져 재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로즈메리는 재배된다. 1980년대에 허브로 도입된 이후, 제주도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노지 재배가 활발하다. 제주도는 바람이 많고 겨울이 온화해 로즈메리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실제로 제주도에선 거리 곳곳에 관상용으로 심어진 로즈메리를 볼 수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은한 향이 퍼진다. 중부 지방에서는 겨울철 저온 때문에 노지에서 월동하기 어려워 화분 재배가 주로 이뤄진다. 햇빛이 잘 들고 물빠짐이 좋은 토양이라면 화분에서도 잘 자란다. 물은 토양이 마르면 흠뻑 주되 뿌리가 과습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국의 산성 토양은 로즈메리 선호 pH(5~6)와 달라 알칼리 비료로 산도를 조절하면 더 잘 자란다.

로즈메리는 서양, 특히 지중해 지역에서는 고기 요리에 폭넓게 사용된다. 특유의 강렬하고 상쾌한 향이 양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다양한 육류와 잘 어울린다. 로즈메리는 고기의 잡내를 제거하고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며, 특히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잡아주는 데 효과적이다. 구이, 로스트, 스튜 등 다양한 형태의 고기 요리에 사용되며, 마리네이드 재료나 소스의 향료로도 활용된다. 생잎을 고기와 함께 굽거나, 조리가 끝난 스테이크 위에 불에 그슬린 가지를 가니시로 얹기도 한다.

반면 한국에선 로즈메리를 고기 요리에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한국 음식은 마늘, 생강, 고추 등 강렬한 향신료를 주로 사용해 육류의 잡내를 제거하고 풍미를 더한다. 최근 서양 요리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로즈메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스테이크나 양고기 전문점 등 특정 요리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편이다.

로즈메리는 저렴한 까닭에 접근성이 좋다. 말린 로즈메리는 배송비까지 포함해 200g에 1만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하다. 이를 티백이나 포트에 넣어 차로 우려내 마시면 향과 맛이 살아난다. 로즈메리는 열을 가하거나 말려도 향이 유지되는 특징이 있어 요리에 활용도가 높다. 샐러드에 신선한 잎을 다져 넣거나, 감자 요리에 곁들이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음료에도 쓰이는데, 카페에서 로즈메리를 얹은 차나 주스를 종종 볼 수 있다.

베이컨 요리에 곁들인 로즈메리. / 픽사베이

약용으로서 로즈메리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잎과 꽃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은 아로마테라피에 활용되며, 근육통 완화, 혈액순환 촉진, 집중력 강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즈메리 차는 소화를 돕고, 담즙 분비를 늘려 간 기능을 지원한다. 항염증 성분 덕에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골관절염 환자의 통증 완화에도 쓰인다. 오일을 관절에 마사지하거나 우려낸 차를 마시면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호흡기 건강에도 유익한데, 기침을 멈추고 감기나 인후염 증상을 완화한다. 연기를 들이마시면 기관지 천식에도 효과가 있다는 전통적인 사용법도 전해진다. 피부와 모발 관리에도 활용된다. 천연 방부제 성분으로 살균 효과를 발휘해 탈모 방지 제품에 자주 첨가된다.

로즈메리의 약용 효과 중 주목할 만한 연구가 있다. 미국 기초생의학 연구소 '스크립스 리서치'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 항산화 저널 '앤티옥시던트(Antioxidants)'에 발표한 논문에서 로즈메리와 세이지 같은 허브 식물에 들어 있는 카르노스산이 알츠하이머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로즈메리에서 추출되는 주요 성분 중 하나인 카르노스산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한다. 이 성분은 알츠하이머 질환에서 나타나는 뇌 염증을 완화해줘 기억력 저하나 인지 기능 손상 같은 증상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알츠하이머는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며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는데, 카르노스산이 이런 과정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카르노스산이 뇌세포 보호 효과를 보이며 염증 반응을 조절한다고 확인했다. 이 결과는 로즈메리가 단순한 허브를 넘어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 잠재적 가능성을 가진 식물임을 보여준다.

로즈메리는 요리와 약용 외에도 정원에서 관상용으로 키워진다. 잎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고 가지가 단단해 토피어리 같은 정원 장식에 적합하다. 한국에서도 화분이나 노지에서 키우며 향기와 아름다움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제주도처럼 조건이 맞는 곳에서는 키가 큰 로즈메리를 흔히 볼 수 있다.

로즈메리는 방향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로즈메리는 강한 향과 함께 신선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는 까닭에 방향제로 널리 활용된다. 특유의 허브 향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로즈메리를 방향제로 사용할 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잎을 그대로 두거나 말려서 배치하는 것이다. 말린 로즈메리 잎을 작은 천주머니나 거즈에 담아 옷장, 신발장, 자동차 내부에 두면 자연스러운 허브 향이 퍼진다. 로즈메리와 라벤더, 레몬그라스 같은 허브를 함께 넣으면 향이 더욱 풍부해지고 해충 퇴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로즈메리 오일을 활용하면 방향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에센셜 오일 몇 방울을 디퓨저에 떨어뜨리면 실내 공간에 은은한 향이 퍼진다. 오일을 물과 섞어 스프레이 병에 담은 후 침구나 커튼, 소파 등에 뿌리면 공기 정화 효과와 함께 상쾌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로즈메리 오일은 박하 계열의 청량한 향을 지녀 공부방이나 사무실처럼 집중력이 필요한 공간에서 사용하면 정신을 맑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로즈메리를 뜨거운 물에 넣고 우려낸 후 그 물을 세정제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바닥을 닦거나 가구를 청소할 때 사용하면 자연스러운 허브 향이 남아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만들 수 있다. 로즈메리를 베이킹소다와 섞어 탈취제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곰팡이 억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장마철이나 습기가 많은 계절에 로즈메리 잎을 말려 신발장이나 옷장에 넣어두면 불쾌한 냄새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욕실이나 주방처럼 습기가 많은 공간에서도 로즈메리 오일을 희석한 물을 뿌리면 상쾌한 향과 함께 항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로즈메리는 강한 향을 지니고 있어 벌레를 쫓는 데도 유용하다. 모기나 나방 같은 해충이 싫어하는 향이어서 여름철 침실이나 야외 공간에서 활용하면 자연스러운 방충 효과를 볼 수 있다. 캠핑이나 야외 활동 시 로즈메리 잎을 태우면 연기와 함께 허브 향이 퍼지면서 벌레를 멀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