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사용인'은 가사 관리사와 달리 최저임금 적용이 되지 않아 합리적인 가격이 가능해 서비스 이용자를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각종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양성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24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날부터 유학생(D2·D10), 결혼이민자의 가족(F-1-5), 외국인 근로자 등의 배우자(F-3) 자격을 보유한 성년 외국인을 대상으로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 참여자 모집을 시작했다. 4~5월 교육 기간을 거쳐 6월부터 6세 이상 18세 이하의 미성년자를 양육하는 서울 소재 가정을 대상으로 ▲가사 전담 ▲육아 전담 ▲가사·육아 병행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목표 가구는 300가구다.
이번 사업은 필리핀 가사 관리사 시범사업에 대한 대안적 성격이 크다. 2025년 기준 필리핀 가사 관리사의 시간당 이용료는 1만6800원이다. 이는 가사 관리사들이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 적용 대상인 고용허가제(E-9) 인력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사업은 비용 문제로 인한 서비스 이용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동법을 적용받지 않는 외국인을 가사사용인으로 고용해 더 많은 가정에서 가사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다.
문제는 정책의 실효성이다. 가사 돌봄서비스 시장가격이 이미 시간당 최저임금을 훌쩍 넘긴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영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 유니온 위원장은 "서울 지역의 경우 가사 돌봄 시간당 이용료가 이미 2만원 이상"이라며 "플랫폼 업체나 가사사용인 직업소개소들이 그렇게 안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4년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더라도 가사사용인의 지난해 평균 시간당 임금은 1만2800원으로 최저임금(당시 9860원)보다 높았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가사 서비스를 늘리다 자칫 노동법 사각지대만 양산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가사사용인에 대해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가사도우미들은 최저임금은 물론 고용·산재보험 등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서울시 역시 이번 사업이 기본적으로 사적인 계약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미적용 등에 대한 대책을 따로 마련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앞으로의 계획이지만, 서울시가 '해외에서 가사도우미를 마음껏 들여와서 쓰라'는 식으로 앞장선 것이기 때문에 많은 논란 내지는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결국 '값싼 대안'을 제공함으로써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을 낮추고 기존 노동시장을 교란하게 될 것"이라며 "이 사업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되거나 타당성 검토가 제대로 됐느냐. 필리핀 가사 관리사보다 더 취약한 제도인데 무슨 이익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서울시 관계자는 "최저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것이고 가사사용인은 용역·서비스 계약으로 기본적으로 근로계약이 아니기에 최저임금 미적용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며 "이는 내국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으로 외국인 차별 등 논란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경제활동을 못 하게 돼 있는 유학생들에게 체류 자격 외에 경제활동을 허가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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