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마우리치오 포체티노 감독이 2연패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2024-2025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 3, 4위전을 치른 미국이 캐나다에 1-2로 졌다. 미국은 파나마에 이어 캐나다에도 패배하면서 직전 3개 대회 연속 우승의 위용을 전혀 이어가지 못했다.
이날 미국은 캐나다를 상대로 졸전을 펼쳤다. 전반 12분 만에 알폰소 데이비스가 부상으로 빠져나가며 미국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만 같았으나 캐나다는 전반 27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조너선 데이비드의 슈팅이 얼렁뚱땅 앞쪽으로 흐르자 절묘한 위치에 있던 타니 올루와시가 왼발로 공을 밀어넣어 선제골을 작성했다.
미국은 전반 35분 티모시 웨아의 훌륭한 돌파와 패스를 디에고 루나가 감각적인 패스로 연결했고, 옆에 있던 패트릭 아계망이 차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제시 마시 캐나다 감독은 후반 9분 데이비드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와 경합 중 넘어진 것에 대해 항의하다가 레드카드를 받았다. 데이비드의 시뮬레이션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결과였다.
그럼에도 캐나다는 미국을 꺾었다. 후반 14분 알리 아메드의 패스를 페널티박스 안에서 받은 데이비드는 퍼스트터치와 이어지는 터치를 간결하게 처리해 슈팅 각도를 만든 후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미국은 다시금 추격에 나섰으나 득점에 실패해 캐나다가 3위에 오르는 걸 바라봐야만 했다.
당연히 포체티노 감독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은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가 창설된 2018-2019시즌 이래 열린 3개 대회를 모두 우승한 자타공인 최강팀이었다. 아무리 다른 나라의 실력이 올라왔다 하더라도 미국만이 내뿜는 아우라가 있었는데 포체티노 감독은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네이션스리그 첫 무관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럼에도 포체티노 감독은 당당했다. 월드컵에서 삐끗하는 것보다야 낫다는 입장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두 경기 결과에 대해 책임을 다하겠다”라면서도 “이번 2연패는 오히려 낫다. 우리에게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1년이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휴스턴, 문제가 생겼다(Houston, we have a problem)”라는 문구도 인용했다. 이 구절을 차용한 건 명확한 의도가 있다. 해당 발언은 아폴로 13호의 우주비행사가 산소탱크 폭발을 알아챈 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미션 컨트롤 센터에 전한 말이며, 아폴로 13호의 우주비행사 전원은 어려운 상황에도 지구로 무사히 돌아왔다. 즉 포체티노 감독은 현재 위기를 맞은 건 사실이지만,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미국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최국 중 하나로,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 열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을 선임한 것도 월드컵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기 위함이며, 포체티노 감독도 월드컵이 목표라는 말을 끊임없이 해왔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남자 축구대표팀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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