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나물이 봄바람과 함께 찾아왔다. 데치거나 볶으면 그 맛이 일품인 '쑥부쟁이'에 대해 알아보자.
쑥부쟁이 채취 모습. / lzf-shutterstock.com
쑥부쟁이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시베리아 등지에 널리 퍼져 있다. 키는 30~100cm 정도로 자라고, 뿌리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어가는 게 특징이다.
이 식물은 산기슭, 들판, 밭둑, 숲 가장자리처럼 약간 습한 곳을 좋아한다. 햇빛이 잘 들고 배수가 괜찮은 토양이라면 어디서든 잘 자라는데, 추위와 건조에도 강해 생명력이 질기다.
봄에 싹이 트기 시작할 때는 붉은빛을 띠지만, 자라면서 녹색 바탕에 자줏빛이 감돈다. 잎은 피침형으로 어긋나게 나고, 가장자리에 굵은 톱니가 있다. 꽃은 7~10월에 피고, 줄기 끝과 가지 끝에 하나씩 달린다.
쑥부쟁이를 보면 그 색감과 향이 눈과 코를 사로잡는다. 꽃은 자주색과 노란색이 조화를 이뤄 시선을 끌고, 잎과 줄기에서는 은은한 쑥 향이 난다.
맛은 어떨까. 어린순을 먹어보면 부드럽고, 약간 쌉쌀한 맛이 느껴진다. 쑥갓과 비슷한 향이 나면서도 더 야생적인 느낌이 강하다. 이 맛 때문에 예부터 나물로 즐겨 먹었다. 데치거나 볶으면 쌉쌀함이 줄고, 담백한 풍미가 살아난다.
쑥부쟁이 꽃 자료 사진. / BlueWang-shutterstock.com
쑥부쟁이는 약재로도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쑥부쟁이가 해열, 기침, 가래, 염증 완화, 해독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감기, 기관지염, 편도선염, 유선염 같은 질환을 다스리는 데 쓰였고, 염증으로 생긴 종기 치료에도 활용됐다. 현대 연구에서도 이 효능이 눈에 띈다.
지난해 국립생물자원관은 쑥부쟁이의 항염과 항산화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울릉도에서 자라는 추산쑥부쟁이 추출물이 염증을 유발하는 질소산화물 생성을 100% 억제하고, 활성산소를 70% 이상 제거한다고 밝혔다.
추산쑥부쟁이는 야생에서 씨앗으로 번식하지 못한다. 2022년 국립생물자원관은 줄기와 잎을 활용한 대량 증식법을 개발해 이 식물을 보존하고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추산쑥부쟁이 추출물의 항염, 항산화 효과로 특허를 출원했다.
이처럼 쑥부쟁이는 지역 특색을 가진 변종으로도 눈에 띈다. 또 다른 변종인 단양쑥부쟁이는 충주 수안보에서 1937년 처음 발견된 한국 고유종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에 속한다. 이 식물은 강가 모래밭이나 자갈밭에서 자라고, 키가 40~100cm까지 큰다.
쑥부쟁이는 어린순을 나물로 무쳐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봄에 새로 나온 쑥부쟁이 순을 채취해 깨끗이 씻은 뒤 끓는 물에 1~2분 데친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고, 소금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로 무친다. 데치는 시간을 너무 길게 잡으면 질감이 물러지니 주의해야 한다.
쑥부쟁이 무침 자료 사진. / 유튜브 '고향누나 자연식단'
볶는 요리도 인기다. 데친 쑥부쟁이를 팬에 넣고 기름 1큰술, 간장 1큰술, 다진 파 1큰술과 함께 2~3분 볶으면 된다. 불을 약하게 유지해 타지 않도록 신경 쓴다. 쑥부쟁이는 쌉쌀한 맛이 강하지 않아 다른 나물과 섞어도 잘 어울린다. 고사리나 취나물과 함께 무쳐 먹으면 풍미가 더욱 깊다.
다만, 쑥부쟁이를 야생에서 채취할 때는 비슷하게 생긴 식물과 혼동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미취나 참취는 잎 모양이 쑥부쟁이와 비슷하지만 향과 맛이 다르다. 쑥부쟁이는 쑥갓 같은 향이 나지만, 개미취는 더 강한 풀내음을 풍긴다. 구분하기 어려울 때는 마트 또는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게 안전하다.
또한 쑥부쟁이는 봄철 어린순을 채취하는 게 가장 좋다. 싹이 나오는 3~4월에 뜯으면 맛과 질감이 부드럽다. 꽃이 피는 7월 이후로는 줄기가 질겨져 먹기 힘들다. 뿌리째 뽑기보다 줄기를 손으로 꺾거나 가위로 자르는 편이 낫다.
뿌리를 남겨두면 다음 해에도 다시 자라 수확을 이어갈 수 있다. 산나물을 채취할 때는 반드시 산 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환경을 해치지 않으려면 한꺼번에 많이 뜯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 채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봄이면 산과 들에서 쉽게 마주치는 쑥부쟁이는 오랜 세월 자연과 함께해온 식물이다. 들판에 피어 있는 모습은 소박하지만, 그 안에는 입맛을 돋우는 맛이 숨어 있다. 산책 중 자줏빛 꽃이 눈에 들어온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향기를 맡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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