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조·K뷰티 육성’…美하버드대가 주목한 올리브영의 혁신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뷰티(화장품) 매장에도 일관성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발견형 쇼핑’(Discovery shopping)을 위한 전사 차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이후 고객들은 우리를 ‘뷰티 놀이터’로 지칭하기 시작했다.”-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K뷰티 생태계의 중심에 있는 CJ올리브영에 대한 사례연구가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수업 교재로 채택됐다. 교재는 지난 2월 경영대학원 2년차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경영혁신 수업에서 처음 공개됐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사례연구는 1920년대 초반 도입됐다. 기업의 이슈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연구해 공유하는 교육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CJ제일제당과 미래에셋그룹의 혁신에 대한 사례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3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올리브영: 뷰티 혁신을 창출하다’ 사례연구 원문에 따르면 연구진들은 올리브영의 핵심 성공 요인으로 △상품기획(MD) 혁신 △고객 경험의 혁신 △옴니채널 혁신 등 세 가지를 꼽았다.

2006년 MD로 입사한 이선정 대표는 연구진과의 미팅에서 올리브영의 초창기를 회상하며 “당시엔 국내 제조 뷰티 브랜드가 제한적이어서 신상품 입점이나, 고객 관심을 길게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올리브영은 브랜드사와 파트너십·상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MD 전략을 다변화했고 특히 ‘매스(중저가) 뷰티’ 시장을 공략했다.

올리브영은 1999년 서울 강남에 1호 매장을 연 이후 최근 1350개까지 확대하며 K뷰티 생태계를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많은 인디 뷰티 브랜드와 함께 성장한 게 특징이다. 실제 올리브영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4조원대를 돌파했고, 올리브영 입점 브랜드 중 연매출 100억원을 기록한 곳이 100개에 달한다.

올리브영은 국내에서 발견형 쇼핑이란 개념을 선도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고객이 자유롭게 제품을 고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쇼핑을 의도한 전략이다. 고객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최소한의 관심을 전달하는 ‘하프’(half) 접객 방식이다. 이 대표는 “당시 매장내 뷰티 브랜드 판매 사원을 두는 것에 대해 고객들의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자율적인 쇼핑 모델로 전환시키는 데 집중했다”며 “또 맞춤형 쇼핑 경험을 위해 일원화한 매장 형태, 집기와 상품 배치, 쇼핑 경로 등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올리브영은 올해 세계 최대 뷰티시장 미국에 본격 진출한다. 올리브영은 그간 미국 진출을 위해 투자비용, 운영역량, 진출 시점간 균형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두면서 △한국식 오프라인 모델 재현 △온라인 중심 진출 △현행 역직구몰 유지 등 세 가지 방안을 고심해 왔다. 결국 올리브영이 선택한 것은 옴니채널 방식의 진출이다. 한국에서의 성공 방정식대로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올리브영의 성공은 여러 혁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올리브영은 뷰티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