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물은 외면하고 새 댐이 답인가[최종수의 기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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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물은 외면하고 새 댐이 답인가[최종수의 기후이야기]

이데일리 2025-03-24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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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최근 환경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국 9곳에 기후대응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14곳 중 지자체와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5곳은 제외됐다. 환경부는 댐 건설이 홍수 방어, 용수 공급, 국가 전략산업 지원에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댐 건설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대체 수자원 활용 등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환경부가 밝힌 기후대응댐 후보지.(자료=환경부)


우리나라의 연간 용수 이용현황을 보면 2021년 기준 농업용수가 42%로 가장 큰 비중으로 차지하고 그 뒤를 하천유지용수(33%), 생활용수(20%), 공업용수(4%)가 따른다. 주목할 점은 2000년 이후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수요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추세를 바탕으로 2020년 수립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용수 수요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2030년까지 물 부족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바와 같이 반도체 등 신산업 성장으로 공업용수 수요가 기존 예상치를 초과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늘어나는 용수 수요를 충족하는 방안으로 댐 건설이 최적의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댐 건설에 앞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환경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수처리수, 유출 지하수, 빗물 등의 대체 수자원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수도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하수처리장에서 처리 후 방류되는 물은 75억t으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인 소양댐 2개 반을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이 중 재이용하는 양은 11억t으로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지하철 역사에서 발생하는 유출 지하수나 건물 지붕에서 흘러나오는 빗물의 재이용률도 30%를 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댐 건설이 용수 부족을 해결할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신규 댐 건설을 통해 확보하려고 하는 총 저수량은 1억t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재이용률을 현재보다 1%p만 높여도 확보할 수 있는 양이다. 과연 이 정도의 제한된 수량으로 가뭄과 홍수에 대응하고 늘어나는 용수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환경부 주장에 논리적 일관성이 부족한 점도 아쉽다. 지난해 7월 발표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공업용수 공급을 기후대응댐의 주요 목적으로 제시했지만 정작 이번 발표에서는 해당 용수 공급을 위해 거론된 강원 양구의 수입천댐이 제외됐다.

이번 기후대응댐 계획은 4대강 사업과 많이 닮아있다. 4대강 사업도 가뭄·홍수 조절과 용수 공급을 명분으로 추진했지만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수차례 감사가 진행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감사 결과도 달라져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만 가중시켰다. 논란 끝에 4대강에 설치된 16개의 보 중에서 5개는 해체하거나 상시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이 5개 보의 저류량은 8000만t으로 기후대응댐의 저류량과 비슷하다. 사실상 신규 댐으로 확보하려는 물을 이미 흘려보내고 있는 셈이다. 기존에 만들었던 물그릇은 외면하고 새로운 물그릇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는 납득이 쉽지 않다.

정부가 발표에서 강조했듯이 극한 홍수와 가뭄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용수를 공급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댐 건설을 논의하기에 앞서 대체 수자원 활용 가능성과 기존 수자원 인프라의 효율적 이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

정부 정책이 논리와 일관성을 갖추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4대강 사업이 가져온 갈등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기후대응댐이 4대강 사업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와 투명한 공론화 과정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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