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지 36년. 연금 수급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성별·소득별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다. 여성 수급자의 절반 이상이 감액 노령연금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나 연금제도의 구조적 불균형이 도마 위에 올랐다.
23일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가입기간이 10~19년인 ‘감액노령연금’ 수급자는 2014년 79만여명에서 2024년 259만명으로 3.3배 늘었다.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 중 감액연금 수급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7.2%에서 44.0%로 증가했다.
여성의 비중이 빠르게 늘었다. 2020년 41.9%였던 여성 감액 수급자 비율은 2024년 50.3%로 처음 과반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들 중 70.5%가 월 40만 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조건의 남성 수급자 비율은 34.3%에 불과하다. 감액연금 내에서도 여성의 급여 수준이 남성보다 현저히 낮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여성의 낮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꼽는다. 경력단절이 대표적이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인구 대비 연금 수급률은 남성 64.4%, 여성 37.5%로 두 배 가까이 차이 났다. 장기 가입자(20년 이상) 역시 남성이 여성보다 6배가량 많다.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연금 사각지대를 키우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성의 가입률은 20대 초반까지는 군복무로 인해 오히려 남성보다 높지만 30대부터는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로 급감한다. 그 여파는 수십 년 뒤 연금 수급 수준의 격차로 되돌아온다.
현행 제도상 출산 크레디트는 연금 수급 시점에 부여돼 실제 수혜자의 98%가 남성이다. 제도를 ‘사후 보상형’에서 ‘사전 지원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산 시점에 가입기간을 인정해주면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 유인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는 최근 관련 개정안을 통과시켜 2025년부터는 첫째 자녀 출산 시에도 12개월의 가입기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여전히 ‘누가 받을 것인가’에 대한 결정권은 부부 간 합의에 맡겨져 있어 여성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여성의 평균 연금 수급액은 2023년 기준 39만원, 남성은 75만 6000원으로 거의 두 배 차이다.
김정민 여성인권위원회 실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지금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는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정책 과제가 됐다"며 "여성의 가입기간을 실질적으로 늘리고 연금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 지금이야말로 국민 모두를 위한 연금을 설계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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