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CGV 송파’와 인천 연수구 청학동의 ‘CGV 연수역’ 영업을 2025년 3월 23일부로 종료한다.
이는 국내 영화관 시장이 팬데믹 이후 회복하지 못하면서 극장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CGV, 연이어 극장 영업 종료 발표
CGV는 지난 4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CGV 송파가 2025년 3월 23일 일요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하게 되어 안내드린다”며 “앞으로도 가까운 CGV 스타필드시티위례 등 많은 이용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10일에는 “CGV 연수역이 2025년 3월 23일 일요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하게 되어 안내드린다”며 “앞으로도 가까운 CGV 인천, CGV 인천 연수 등 많은 이용을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두 극장의 영업 종료는 CGV의 수익성 악화를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CGV가 최근 수익성이 낮은 지점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송파와 연수역점이 대상에 포함됐다”며 “향후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OTT 성장과 흥행작 부재로 극장업계 타격
국내 영화 시장은 팬데믹 이후 관객 수가 급감하면서 극장업계가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관 총 관객 수는 1억 2,313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2017~2019년 평균) 대비 55.7% 수준에 그쳤다.
매출액도 1조 1,945억 원으로 팬데믹 이전의 65.3% 수준에 불과했다.
CGV의 국내 극장 사업 매출도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CGV의 국내 극장 매출은 7,5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5억 원(1.9%)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지난해 CGV의 영업이익은 76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극장업계의 위기는 단순히 팬데믹 여파 때문만은 아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으로 인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문화가 변화했다.
여기에 한국 영화 시장이 과거만큼의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줄어든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CGV, 구조조정·사업 다각화로 수익성 개선 모색
CGV는 적자 해소를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근속 7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본사 및 현장 근무 직원을 포함한 약 80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자들에게는 근속 연수에 따라 월 기본급 100% 이상의 위로금이 지급됐다. CGV가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CGV 관계자는 “국내 극장 시장이 어려워진 만큼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하게 됐다”며 “비용 절감과 함께 보다 지속 가능한 극장 운영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CGV는 단순 영화 상영을 넘어 극장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CGV 관계자는 “영화 소비 문화가 변화한 만큼, 스크린X와 4DX 같은 CGV만의 기술 특별관을 활용해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 실황 중계를 확대하고, 단독 상영작 확보 등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CGV 송파·연수역 영업 종료 후 인근 지점 유도
CGV는 송파와 연수역점이 문을 닫으면서 인근 지점으로 관객을 유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CGV 송파점 이용 고객들에게는 CGV 스타필드시티위례를, CGV 연수역점 고객들에게는 CGV 인천과 CGV 인천 연수를 대체 극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현재 CGV 앱에서는 송파점과 연수역점의 3월 24일 이후 상영 스케줄이 표시되지 않으며, 영업 종료 이후에는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해당 지점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극장업계, 향후 추가 폐점 가능성도
CGV의 이번 영업 종료 결정은 국내 극장업계가 전반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반영한다.
CGV뿐만 아니라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다른 극장 체인들도 수익성이 낮은 지점의 정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OTT 시장의 성장과 극장 관객 감소가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극장 폐점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이 영화 외 수익 모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CGV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모색하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극장 사업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구조조정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극장 폐점 및 조직 축소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opyright ⓒ 더데이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