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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다시 한국산 굴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한국에서 생산된 냉동 굴에서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된다며 판매 중단과 회수 조치를 단행했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1월 말부터 2월 초 사이에 수확된 것으로, 캘리포니아주에서 소비자가 이를 섭취한 뒤 바이러스 증상을 보여 리콜이 결정됐다. 한국산 굴에 대한 미국의 리콜은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다.
사태가 반복되자 국내 소비자도 굴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일부 대형마트에선 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서 문제 된 걸 굳이 사 먹을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수산시장과 횟집에서도 굴 메뉴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굴을 피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 겨울철 계절 특수를 노리는 시기임에도 굴 소비가 이처럼 위축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신뢰가 무너진 이유는 단순히 바이러스 때문만은 아니다. 핵심은 구조적 문제다. 국내 양식장은 연안 가까이에 밀집해 있고, 생활하수나 축산폐수가 유입되는 경우도 많다. 일부 해역에서는 바지락이나 해삼이 기준치를 초과한 적도 있다. 굴은 이 같은 환경에서 길러지며, 정화되지 않은 채 유통되기도 한다. 책임은 단지 생산자에게만 돌릴 수 없다.
정화 시스템의 허술함도 지적된다. 해수 순환 방식의 기존 정화조는 박테리아 제거에는 효과가 있지만 바이러스 제거에는 한계가 있다. 정화 과정이 생략되거나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생산자는 "시간이 없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하고, 유통업체는 "검사만 통과하면 된다"는 태도다. 바이러스는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 같은 구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수출 확대를 외치며 생산 물량을 늘리고, 지자체는 실적 위주로 관리해왔다. 수출 서류만 갖추면 끝이라는 관행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외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내수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수출 중심 행정의 그림자가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한철 장사’라는 구조적 특성도 원인이다. 겨울철 성수기에 맞춰 무리하게 생산·출하하다 보니, 품질보다 속도가 우선시된다. 검사가 늦으면 출하가 지연되고, 출하를 미루면 수익이 줄어든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문제 없는 굴'도 함께 의심을 받는다.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구조 아래에서는 정화나 검사보다 빠른 출하에 무게가 실린다. 품질 경쟁보다는 가격과 물량 중심의 경쟁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대응은 대부분 사후 조치에 그쳤다. 문제가 발생한 뒤 생산 해역을 제한하거나, 리콜된 제품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노로바이러스가 자주 검출되는 특정 해역은 양식장 이전이나 폐쇄를 검토해야 하며, 정화 시설은 보다 과학적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출국의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않으면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유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내수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수출도 어렵다. 생산자의 입장과 소비자의 시각을 동시에 고려한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바다를 탓할 수는 없다. 우리가 만든 구조가 문제다. 굴은 자연에서 나지만, 신뢰는 사람에게서 자란다. 양식 산업은 생존의 문제다. 그렇기에 더 투명하고 철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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