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시장에서 단연 주목받는 만감류는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 청견처럼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품종들이다. 모두 고유의 당도와 향을 자랑하지만 겉모습이 비슷해 서로의 차이를 헷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주에서 주로 재배되는 이 품종들은 일본에서 개발된 경우가 많고, 교배 품종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제각기 다른 식감, 색감, 향, 크기, 수확 시기가 숨어 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 이전에, 이들의 차이를 먼저 알아두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1. 꼭지가 특징인 감귤, 한라봉
한라봉은 단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꼭지 부분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껍질이 두꺼운 편이지만 손으로 쉽게 벗길 수 있고, 새콤달콤한 맛과 상큼한 향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청견과 폰캉을 교배해 일본에서 개발됐고, 제주에는 1997년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 ‘부지화’라는 초기 명칭에서 ‘한라봉’으로 이름이 통일된 것은 1998년이다. 평균 무게는 300g, 당도는 13~14브릭스로 높은 편이다. 수확은 12월 말부터 4월 말까지 이어진다.
2. 향이 이름이 된 감귤, 천혜향
천혜향은 입에 넣기 전부터 향으로 먼저 존재감을 드러낸다. ‘향기가 천 리를 간다’는 말에서 이름을 따왔다. 껍질은 얇고, 모양은 약간 퍼진 형태다. 신맛이 거의 없고 당도는 높아 입안 가득 부드럽고 달콤한 풍미가 남는다.
한라봉을 만든 일본 과수연구소에서 청견, 앙콜, 마코트를 교배해 개발했고,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 제주에서 본격 재배가 시작됐다. 당도는 한라봉과 비슷하지만 무게는 평균 300g으로 더 크다. 수확 시기는 3월부터 5월 초까지다.
3. 붉은빛이 도는 감귤, 레드향
레드향은 겉껍질부터 눈길을 끈다. 일반 귤보다 훨씬 진한 주황색에 붉은 기가 돌고, 옆으로 눌린 듯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서지향과 한라봉을 교배해 만들어졌고, 제주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 재배됐다.
한때 ‘감평’이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불렸으나, 최근 들어 ‘레드향’이라는 이름으로 바뀌면서 소비자 사이에 빠르게 퍼졌다. 한라봉이나 천혜향보다 식감이 아삭하고 당도도 가장 높다는 평이 많다. 무게는 200g 정도며, 수확은 12월 말부터 시작해 4월까지 이어진다.
4. 색도 맛도 다른 조합, 황금향
황금향은 이름처럼 노란빛을 띤 외형이 눈에 띈다.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배해 만든 이 품종은 과즙이 풍부하고 속껍질이 얇다. 부드러운 식감과 적당한 신맛이 어우러진다. 단맛은 레드향이나 한라봉보다 다소 약하지만, 향이 깔끔하게 남는다.
다만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고 씨가 들어 있어 취향을 탈 수 있다. 무게는 250g, 수확은 8월 말부터 12월 말까지로 다른 품종보다 빠르다.
한편, 귤과 오렌지 사이인 청견은 감귤과 오렌지의 특징을 동시에 갖춘 품종이다. 일본에서 궁천조생과 트로비타 오렌지를 교배해 만들었다. 당도는 레드향이나 한라봉보다는 낮지만, 부드러운 과육과 온화한 맛으로 인기를 끌었다.
둥근 모양에 무게는 200~250g 정도이고, 수확은 3월에 집중된다. 한때 제주 지역 농가에서 널리 재배됐지만, 레드향과 황금향 같은 새로운 품종의 등장으로 현재는 재배 면적이 줄어든 상태다.
만감류는 그저 ‘달고 맛있는 감귤’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각각의 뿌리와 개성, 수확 시기, 식감까지 알고 먹는다면 훨씬 더 풍부한 감귤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입맛과 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좋아하는 ‘진짜 감귤’이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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