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람의 너클볼] 하워드슐츠의 스타벅스 vs 정용진의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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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람의 너클볼] 하워드슐츠의 스타벅스 vs 정용진의 스타벅스

뷰어스 2025-03-23 07:00: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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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최근 스타벅스 연신내점을 찾았다가 크게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21일 오전 8시, 주변에 문을 연 카페는 스타벅스 뿐. 카페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 '콘센트'인 저는 스타벅스에 콘센트를 쓸 자리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이제 막 오픈한 스타벅스 연신내점에는 창가 자리를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좌석에 콘센트가 없습니다. 10여년 스벅을 이용해 왔는데 콘센트를 쓰지 못한 건 또 처음이네요.

스타벅스의 '콘센트' 변화를 감지한 건 사실 몇 달전부터입니다. 여의도 IFC 지점 스타벅스에 들어갔다가 콘센트마다 사용할 수 없도록 막아 놓은 것을 보고 변화를 체감했습니다. 오로지 '콘센트' 하나만을 보고 스벅을 이용했던 '카공족'으로선 영 아쉬운 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벅 덕후'들이 더이상 스벅을 가지 않(못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원래 먹던 루꼴라 샌드위치가 있었는데 어느새 재료가 다 바뀌었어요. 이름을 비슷하게 해놔서 다른 제품인 걸 몰랐는데 약간 속은 느낌이랄까. 커피빈에 비슷한 샌드위치가 있어 스타벅스는 더이상 안갑니다."

"지난 1년 사이에 MD 상품 질이 너무 떨어진 것 같아요. 예쁘지도 않은데 가격은 너무 비싸졌어요. 텀블러 같은 건 대체제도 너무 많아졌고요. 스벅의 초록색에 더이상 두근거리지 않네요."

사실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스타벅스'코리아'가 된 이상 변화는 당연합니다. 1999년 7월 이대 앞에 1호점을 열 당시 스타벅스코리아는 스타벅스 본사와 신세계그룹이 지분을 반반씩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2021년 스타벅스 본사가 지분 50%를 전량 매각하면서 이 가운데 지분 17.5%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이마트)이 한국 스타벅스의 주인이 됐습니다. 그렇게 스벅은 명실상부 '정용진 회장의 스타벅스'가 된 것입니다.

사실 기존의 스벅 덕후들이 그리워하는 건 스벅 창업가인 '하워드 슐츠'일지 모릅니다.

하워드 슐츠의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니라 공간을 판다’는 철학으로 시작했습니다. 방문객이 오랫동안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게 주요 전략이었습니다. 너무나 간편한 '무료 와이파이 이용'과 모든 자리에서 연결할 수 있는 콘센트는 하워드 슐츠의 공간 철학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스타벅스는 주문하지 않고 앉아있어도 상관이 없었고요. 스팀 밀크는 무료로 제공됐습니다. 이 모든 경험을 통칭해서 우리는 '스타벅스'라고 불렀습니다.

정용진 회장의 스타벅스는 결이 다릅니다.

한국 스타벅스가 최근 공을 들이는 부분은 '독특한 경험'입니다. 현재 11개인 스페셜 스토어를 향후 5년 내 20개 내외로 늘릴 계획인데요. 100년된 고택이나 폐극장을 개조하는 등 독특한 공간 자체가 새로운 전략으로 떠올랐습니다. 아쉽게도 '독특한 경험'은 저같은 '카공족'은 타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저같은 카공족에게 희소식은 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KB국민은행과 손잡고 은행이 갖고 있는 영업점 빈 공간에 스타벅스 매장을 열기로 한 것인데요. 스타벅스는 올해 100곳 이상의 신규 매장을 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KB국민은행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한편 스타벅스 본사는 '하워드 슐츠'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선 ‘스타벅스 다시 찾기(Back to Starbucks)’ 캠페인을 하는 중입니다.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대표는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고객이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머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우리의 핵심 정체성인 커피 품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집과 직장이라는 공간 외에 스타벅스가 다시 '제 3의 공간'으로서 자리매김 하겠다는 것입니다.

마침 새로운 디자인으로 시범 운영하는 미국 매장에선 좌석을 확대하고 '콘센트'를 늘렸다고 합니다. 저 같은 원조 스벅 덕후에겐 참 반가운 소식이네요. 바리스타가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복잡한 메뉴도 대거 없애는 추세라는데요. 최근 '슈크림 음료'를 200만장 판매한 스타벅스코리아와는 확실히 결이 다른 방향입니다.

하워드 슐츠와 정용진 회장. 승자는 누가 될까요. 아직까지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정용진 회장의 전략이 앞서나가는 듯 합니다. 스타벅스는 세계 곳곳에서 보이콧 대상이 되는 반면, 스타벅스코리아는 SSG닷컴이 있던 '왕의 자리'로 보란듯이 본사를 옮길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정용진 회장과 하워드 슐츠의 전략을 반반 접목할 수는 없을까요. 앞으로 열릴 100개의 스타벅스 신규 매장에선 모쪼록 '콘센트'를 이용할 수 있기를 내심 바라 봅니다.

야구에서 '너클볼'은 공의 회전을 거의 없애 무작위로 움직이는, 마치 마구와 같은 볼입니다. 공기의 저항, 야구공의 실밥, 미세한 흠집까지도 공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예민한 구종인데요. 너클볼러가 공을 던지듯, 불규칙적인 요소들을 섬세하게 고려해 이슈와 사건을 살피겠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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