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이어지면서 일부 대기업이 재생에너지 직접전력거래(PPA)제도를 새로운 먹거리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지만, 한국전력(한전)이 원가 이하의 전력 공급으로 지켜 준 대기업이 막상 한전의 적자 심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한전의 재무 위기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10월 24일부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했다. 주택용 전기요금이 2000년 이후 42% 오른 것과 비교하면, 산업용 요금은 무려 227% 상승했다. 특히,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을) 요금의 인상 폭이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갑)보다 컸다. 이는 기업의 탈한전을 초래했다.
PPA 방식은 전력 사용자가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제도로 2021년 전기사업법 개정 이후 재생에너지에 한해 허용됐다. SK이노베이션E&S는 PPA 시장 진출 2년 만에 공급 용량 1GW를 넘겼으며, 이는 원자력 발전소 1기의 전력 용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SK어드밴스드 역시 전력직접구매 시행을 신고하며 전력 시장에서 독립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기업들의 이러한 '탈한전' 움직임이 한전의 수익 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2021~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 속에서도 원가 이하의 전력을 공급해 43조 원대의 누적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대기업은 그동안 한전이 제공한 원가 이하의 전력 혜택을 누려왔지만, 전기요금이 인상되자 대체 방안을 찾아 나선 것이다. 대기업의 탈한전은 기업이 누린 혜택을 중소기업과 일반 가정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
전력 시장에서 대기업의 직접 구매가 증가하면, 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이 더 높은 부담을 지게 된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전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과 가정용 전력 소비자들은 여전히 한전에서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요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한전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할 경우 이는 일반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전력망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국가 전력 인프라의 안정성이 흔들릴 위험도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력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에너지원이다. 따라서 기업들도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책임 있는 소비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기업들이 정당한 요금을 부담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와 감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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