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 뉴스를 보면 우리 정치의 민낯이 확연히 드러난다. 군사정권 시절보다 더 원색적인 발언과 돌출 행동을 보이고 있다.
내로남불을 뛰어넘어 일사불란하게 단일대오를 이루어 내 편과 네 편을 구분하고, 상대편은 무조건 비난을 넘어서 악담을 일삼고 패거리를 짓는다.
여당, 야당, 친윤, 비윤, 친명, 비명,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패거리로 뭉치고 끌어들인다. 여기에 유튜버들까지 가세해서 한 술 더 뜨는 상황이다.
이게 한국 정치의 한심하고도 추태스러운 민낯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온 동네가 난리법석의 '이판사판(理判事判) 개판(犬板) 오분 전' 형국이다.
이런 상황을 호기로 생각하는 일부 유튜버들은 사리에 맞지 아니하거나 검증되지도 않은 헛소리나 쓸데없는 소리, 즉 개나발(개(犬): 喇叭)을 쉴 새 없이 불어대고 있다.
한국 정치판이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파국의 지경(地境)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그야말로 개판(開板)이 개판(犬板)이 된 장난판 상황이다.
마치 6·25전쟁 당시 부산으로 밀려든 수많은 피난민이 배고픔을 해결할 급식을 받기 위해 아침부터 배급소로 몰려든 사람들이 서로 빨리 타려고 앞줄 다툼이 벌어진 꼴이 연출되고 있다.
원래 개판은 열 개(開)와 + 뚜껑 판(板)이 합쳐진 단어인데, 5분 후에 밥을 나눠준다는 신호가 개판(板) 5분 전이었다.
그런데 줄을 서라고 외쳐대는 관리 직원(이판: 理判)과 밥을 타려고 밀려오는 인파(사판: 事判) 속에서 혼란했던 당시 상황이 아예 ‘이판사판 개판 오분 전’이 돼버린 것이다.
막장 드라마 수준의 한국 정치판과 정치인들의 행태가 정화되어야 한다.
오죽하면 이런
사자성어(四字成語) 퀴즈가 SNS상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을 지경이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한자 능력시험을 치렀다.
정답자는 공짜로 중국 유학 상품까지 내걸었지만 정답자 학생은 단 1명뿐!
다음에 열거한 사자성어들을 하나로 통합·융합하여 하나의 사자성어로 만들라는 문제였다.
마이동풍(馬耳東風)
풍전등화(風前燈火)
우이독경(牛耳讀經)
우왕좌왕(右往左往)
유야무야(有耶無耶)
용두사미(龍頭蛇尾)
조령모개(朝令暮改)
일구이언(一口二言)
당동벌이(黨同伐異)
뇌물수수(賂物授受)
안면박대(顔面薄待)
후안무치(厚顔無恥)
책임회피(責任回避)
안하무인(眼下無人)
막무가내(莫無可奈)
한 명뿐인 학생의 정답은 ‘국회의원’이었다.
정치제도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 이유다.
국회는 겉과 속이 다른 유명 인사들이 모여서 서로를 비난하며 양심 파는 곳이 아니다.
때로는 어쩔 수 없이 견딜 수 없는 밤을 새면서 도망도 칠 수 없는 의사당 속에서 자기 잘난 맛으로 자기 생각과 무관하게 오늘도 뻔뻔스럽게 잘난 척하거나 끝까지 우기기 시합하는 곳이 아니다.
누구나 목숨 걸고 하고 싶을 만큼 동경했던 화려한 뺏지, ‘국회의원’의 성스럽고 존엄을 여야 정치인이 서로 지켜야 할 때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이 하루빨리 바뀌어, 그야말로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 되기를 기대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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