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논란보다 더욱 심각한 테슬라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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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논란보다 더욱 심각한 테슬라의 과제

BBC News 코리아 2025-03-22 09:30:13 신고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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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킬베이는 펄 화이트 색상의 테슬라 모델 Y를 보여주며 "우리 가족이 이 차를 3년 동안 탔는데, 정말 '드림 카'였다"고 말했다.

벤은 확고한 전기차 지지자다. 그는 영국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알리는 홍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의 행동에 대해 전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에서 공무원을 해고하는 방식에 대한 반감으로, 이제는 모델 Y를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양극화나 불친절한 방식으로 처리되는 어떤 일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을 배척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타인의 존엄을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는 태도를 싫어해요."

벤의 사례는 머스크가 미국 연방 정부 지출 삭감을 주도하며 논란의 중심에 선 '정부효율부'(DOGE) 책임자로 임명된 후, 최근 몇 주 사이에 점점 커지고 있는 머스크에 대한 반발 중 하나다.

테슬라 자동차 앞에서 선 벤 킬베이는 머스크의 최근 행동에 대한 반감으로 이 차를 "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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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자동차 앞에서 선 벤 킬베이는 머스크의 최근 행동에 대한 반감으로 이 차를 "팔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독일 의회 선거를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ür Deutschland)의 집회에 동영상으로 출연했고, 온라인 상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를 비롯한 영국 정치인들을 공격하는 등 해외 정치에도 개입해 왔다.

그와 견해를 달리하는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동이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최근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영국, 독일, 포르투갈 등에 있는 수십 곳의 테슬라 대리점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대부분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전시장과 충전소, 차량이 파손된 사례도 있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차량 여러 대가 불에 탔다.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이 반 머스크 정서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 차량에 나치 문양이 그려져 있거나 차량이 쓰레기로 뒤덮이거나 스케이트보드 경사로로 사용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앞에서 테슬라 자동차와 함께 있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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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앞에서 테슬라 자동차와 함께 있는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테슬라의 차량을 백악관 외부에 전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차량 구매를 약속하는 등 테슬라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또한 미국 내 테슬라 전시장에 대한 폭력 행위는 "국내 테러"로 취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스크 역시 반 테슬라 시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정도 수준의 폭력은 미친 짓이며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만들 뿐이지, 이런 악의적인 공격을 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이 테슬라의 사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머스크의 견해와 관여가 브랜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고 일부 전통적인 전기차 구매자들을 어느 정도로 소외시켰는지 등은 정확히 계량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머스크가 여전히 테슬라를 이끄는 상황에서, 과연 테슬라는 이전까지 보여준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까?

호들갑을 떠는 수장

20년 전의 테슬라는 몇 명의 직원과 함께 자동차 산업 혁신이라는 큰 꿈을 가진 실리콘밸리의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지금은 세계 곳곳에 거대한 공장을 두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또한 전기차가 빠르고 강력하며 재미있고 실용적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회사의 수장인 머스크는 2004년 테슬라의 의사회 의장 겸 주요 투자자로 합류한 이래 이 모든 것을 주도해 왔다. 4년 후 머스크는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가 됐고, 회사가 두각을 나타내는 내내 최고 경영자는 바뀌지 않았다.

자동차 산업 마케팅 및 소프트웨어 기업 '콕스 오토모티브'에서 업계 인사이트 부문 이사를 맡고 있는 스테파니 발데즈 스트리티는 "테슬라는 개척자였다"고 말했다. "전기차를 주류로 끌어올리고, 다른 제조업체들이 투자를 시작하게 만들었으며, 전기차에 대한 대대적인 관심을 이끌어냈습니다."

사람들이 잊기 쉽지만, 한때 전기차는 느리고, 재미없고, 비실용적이며, 충전 후 주행 거리가 짧다고 조롱을 받았다. 그런데 2012년 판매를 시작한 테슬라 모델 S는 스포츠카 수준의 성능과 250마일 이상의 주행거리를 선보였다.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전기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은 이 차였다.

오늘날 테슬라는 단순히 전기차만 만들지 않는다. 인간 운전사가 없는 "로보택시"를 만든다는 목표로 자율 주행 시스템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에너지 저장 사업도 운영 중이며, '옵티머스'라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도 개발 중이다.

머스크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회사의 행사나 제품 출시에 전면에 나서며 브랜드의 상징이 되었다. 전기차 애호가들 중에는 그를 열성적으로 추종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기술의 대변자였던 그가 최근에는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기업 X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알리고 이를 증폭시키는 것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동시에 테슬라는 점점 더 많은 난관에 봉착하고 있는 상황이다.

'머스크의 활동이 테슬라에 해를 끼쳤다'

모델 Y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다. 하지만 테슬라의 전체 판매량은 작년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며, 이전해 181만 대에서 179만 대로 떨어졌다.

다만 감소 폭이 크지 않았고, 여전히 테슬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이다. 하지만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에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실제로 연간 수익도 감소했다.

올해도 좋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특히 유럽에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월 신규 등록이 45% 감소했다. 2월에는 영국에서만 매출이 21% 증가했고, 주요 유럽 시장과 호주에서 판매량이 하락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 및 해외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테슬라 중국 공장의 출하량은 2월에 49%가량 줄었다.

모델 Y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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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Y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다

3월 초 스위스 은행 'UBS'에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를 맡고 있는 조셉 스팍은 올해 테슬라의 전 세계 매출이 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10% 성장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반하는 전망이 나오자,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15% 하락했다. 연초를 기준으로 보면 전반적으로 40% 정도 하락했다.

판매량 감소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모니터링 기업 '모닝 컨설트 인텔리전스'의 조사에 따르면, 머스크의 활동이 테슬라에 타격을 줬다. 이는 특히 EU와 캐나다에서 두드러진다. 테슬라의 최대 시장은 중국이지만, EU와 캐나다 역시 큰 시장이다.

미국의 상황은 다소 미묘하다. 많은 소비자들이 정부효율부가 추진하는 정부 지출 삭감에 찬성한다. 하지만 다른 분석도 있다. "머스크는 테슬라를 구매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미국 소비자들을 등 돌리게 만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향후 전기차를 구매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고소득 소비자들 사이에서 테슬라는 1년 전 대비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판매량 감소에 관한 BBC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CEO의 이미지가 대중적으로 의문시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평가한다.

'구식' 모델과 해외 경쟁

우선 과거 최첨단으로 평가받던 테슬라의 차량 모델은 이제 더 이상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다. 획기적이라고 평가받았던 모델 S가 처음 나온 것은 2012년이고, 모델 X가 나온 것은 2015년이다. 이보다 최근에 저렴한 가격대로 출시된 모델 3과 모델 Y도 이제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구식 취급을 받는다.

발데즈 스트리티는 "제품군을 보면, 틈새 모델 사이버트럭 말고는 최근에 새로 나온 모델이 없다"고 말했다. "모델 Y의 새 버전이 나오긴 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장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해졌어요."

피터 웰스 카디프 대학 '자동차 산업 연구소' 소장도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다. "일론 머스크가 기대를 걸었던 제품군 측면에서 혁신을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이 점이 테슬라의 문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다방면에서 경쟁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의 '기아'와 '현대차'와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전기차 생산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고, 우수한 품질의 배터리 구동 자동차를 만드는 것으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들이 등장했다. 저렴한 가격에 성능 좋은 차량을 공급하며 빠르게 성장한 'BYD'와 고급스러움과 첨단 기술에 초점을 맞춘 고급 브랜드인 '샤오펑'과 '니오'가 그 예다.

발데즈 스트리티는 "중국은 전기차 산업에 엄청난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 특히 BYD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은 테슬라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업체들에도 큰 위협입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의 위력은 3월 중순 BYD가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보다 훨씬 빠른 수준인 "5분 만에 250마일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을 때 입증되었다.

로보택시 문제

테슬라 실적 발표 때 나온 머스크의 발언은 그의 우선순위가 아닌 다른 곳, 특히 무인 차량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난 1월 머스크는 테슬라가 6월쯤 텍사스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이런 약속을 오랫동안 해왔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예컨대 머스크는 2019년에는 1년 안에 로보택시 역할을 할 수 있는 100만 대의 테슬라 차량이 도로에서 운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테슬라 구매자에게 제공되는 테슬라의 "완전 자율 주행" 패키지는 아직도 운전자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수동" 시스템 상태에 머물고 있다.

자동차 컨설팅 기업 '레드스파이'의 제이 내글리는 "일론 머스크는 매년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곧 출시될 것이라는 새로운 약속을 내놓는다"며 "문제는 이른 시일 내에 그 약속이 실현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가 너무 많은 것을 하는 것일까?

분명 지금의 테슬라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 성향은 차치하더라도,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는 현재 매우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 X와 인공 지능 회사인 xAI, 그리고 지난 두 번의 거대한 스타십 로켓 발사에서 실패한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 등 다양한 사업을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모든 업무를 새로운 정부 내 역할과 어떻게 조화롭게 처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머스크는 2019년에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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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2019년에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공개했다

피터 웰스 소장은 "현재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에 얼마나 직접 참여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품 출시와 공장 건설 위치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면, 그 결정이 정확해야 합니다. 저는 자동차 산업을 이해하고, 이러한 결정을 올바르게 내리는 일에 100% 전념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2004년 테슬라에 합류한 이후, 일론 머스크의 입지는 누구도 넘볼 수 없었다. 현재로서는 그의 지위가 바뀔 조짐은 없다. 그는 현재 95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는 테슬라 지분 13%를 보유한 최대 단일 주주다.

이는 대형 투자사 '뱅가드'와 '블랙록'의 지분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과 '모건 스탠리'를 비롯한 여러 금융 기관의 지분은 더 적다.

이 투자자들은 최근의 주가 하락을 암울하게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주가는 1년 전보다 30% 가까이 높다. 사실, 최근의 하락은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 테슬라의 시장 가치를 거의 두 배로 끌어 올린 급등세를 지워버렸을 뿐이다.

새로운 수장에 대한 요구

오늘날 테슬라의 기업 가치 평가는 여전히 수익의 100배가 넘는다.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 '도요타' 같은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주주들이 여전히 기술 혁신과 빠른 성장에 희망을 걸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내글리는 "테슬라는 전기차 업계를 지배(하지만 중국 제조업체의 강세를 고려할 때 이는 어려워 보인다)하거나 로봇 택시 및 자율주행차를 지배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이번 주 테슬라 초기 투자자인 펀드 매니저 로스 거버가 머스크의 사퇴를 촉구했다는 인터뷰가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은 테슬라의 주요 투자자 중에서 테슬라의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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