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현대카드의 연회비 수익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증했다. 최근에는 기존에 약했던 범용카드와 프리미엄카드 사이 ‘중간시장’을 노리며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연회비와 신규 회원 확보 등 카드사들의 행보가 어려운 업황 속 ‘버티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지난해 9월 연회비 수익은 868억6900만원으로 국내 전업 카드사 연회비 수익 중 1위를 차지했다. 삼성카드는 733억5600만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연회비 수익은 2023년 9월까지 각각 736억8400만원과 728억5600만원으로 삼성카드가 우세했으나 그해 말을 기점으로 현대카드가 역전했다.
현대카드는 국내 카드업계에서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이어 온 카드사로 평가받는다. 국내 최초로 메탈 플레이트 카드를 도입하고, 프리미엄 카드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운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최근 대중화 논의가 나오고 있는 애플페이 도입에도 가장 먼저 나서는 등 업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혁신적 접근이 프리미엄카드 등 연회비 전략에서도 나타났다는 평가다.
현대카드, 프리미엄 넘어 연회비 8만원대 ‘틈새시장’ 공략
카드업계는 고금리 장기화와 가맹점 수수료 수익 악화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다.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연회비가 높은 프리미엄 카드 출시가 눈에 띄게 늘었다.
프리미엄 카드는 일반 신용카드 대비 연회비가 높지만 그만큼 높은 혜택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골프나 공항 라운지, 발렛파킹 등 고소득·고신용자들을 위한 맞춤형 혜택으로 경제력이 높은 우량고객의 유입을 끌어낸다.
여기에 현대카드는 기존의 범용 카드(3만~5만원대)와 프리미엄 카드(10만원 이상) 사이의 ‘중간지대’(연회비 8만원대)를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연회비 수익 굳히기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부터 8만원대 연회비 카드를 본격적으로 출시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이는 단순한 가격대 조정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과 가치를 제공하면서도 연회비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고객들이 느끼는 프리미엄카드의 연회비 부담과 혜택 간의 균형을 고려해 적절한 가격대와 높은 혜택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선택지를 확대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삼성·국민·신한카드, 각기 다른 전략으로 ‘버티기’
현대카드가 프리미엄카드를 필두로 한 새로운 연회비 시장을 개척했다면 주요 카드사들 또한 각자의 강점을 활용해 수익성 확보와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카드는 높은 기존 회원 수를 기반으로 연회비 수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오랜 기간 쌓아온 고객층 덕분에 프리미엄 카드 유지율이 높고, 충성 고객이 많다는 점이 장점이다.
KB국민카드는 신규 고객 유입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마케팅과 연회비 부담이 적은 상품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쿠팡과 함께 출시한 와우카드 또한 그 일환이다.
신한카드는 실적 1위 카드사로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카드 중심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카드 유지율이 높은 데다,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 연회비 수익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양한 카드사들의 시도가 결국 ‘버티기’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기존 카드사들이 시도하지 않던 새로운 전략을 가장 먼저 도입하며, 카드업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연회비 8만 원대 시장 개척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규제와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이 이어지면서 카드사들은 연회비나 신규회원 유입, 충성도 강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실적 방어에 나서고 있다”며 “긍정적인 방향도 있지만 업황이 좋지 않아 결국 버티기의 일환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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