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도하 기자] "우리나라 당구의 미래가 김영원 선수로 인해 바뀔 거라고 확신한다"
프로당구(PBA) 투어 24-25시즌 'MVP(대상)'에 오른 강동궁(SK렌터카)이 '최연소 투어 챔피언' 김영원(18)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19일 서울 광진구의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PBA 골든큐 시상식 2025'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강동궁은 기자들의 질문에 김영원과 이번 시즌에 두 차례 대결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술회했다.
이날 강동궁은 '대상', 김영원은 '영스타상'을 받았다. 시상식 참석에 앞서 두 사람은 시간차를 두고 프레스룸에 입장한 뒤 서로가 없는 자리에서 질문을 받았다.
기자들과 길게 주고받은 대화에서 김영원은 강동궁을 통해 운영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강동궁은 비록 김영원을 두 번 만나 모두 이겼지만 '벌써 이만큼 올라온 거야?'라고 속으로 말할 만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먼저 인터뷰를 진행한 김영원은 "강동궁 선수를 상대하면서 운영에서 많이 밀린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전까지는 공격적으로만 당구를 치다가 이제는 운영에 정말 신경을 많이 쓰고 여유롭게 치려고 많이 바꿨다.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림투어(2부)에 있을 때는 수비 없이 공격으로만 쳤는데, 강동궁 선수에게 많이 배웠다. 공격적이면서도 여유롭게 플레이해야 하는 것을 배웠고, 마음가짐도 많이 여유로워졌다"라고 답했다.
또한, "강동궁 선수가 개막전(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에서 우승자 인터뷰 때 '앞으로 김영원 선수가 20번 더 우승할 선수'라고 말했는데, 정말 열심히 해서 40번, 60번 우승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영원에게 두 번 다 세트스코어 1-2로 끌려간 강동궁…3-2, 4-2로 '역전 저력'
이번 시즌에 김영원은 PBA 1부 투어 정식 데뷔 무대였던 개막전에서 결승까지 올라와 처음 대결한 강동궁에게 세트스코어 2-4로 졌다.
3쿠션 역사상 가장 어린 선수가 프로 무대 결승에 처음 올라간 경기였는데, 상대가 결승 경험이 많은 세계 최강자 중 한 명인 강동궁이었기 때문에 승리 확률은 높지 않았다.
그런데 김영원은 9점, 7점 등 장타를 터트려 3세트까지 강동궁을 2-1로 앞서면서 '최연소(17세) 돌풍'을 끝내 정상까지 끌고 올라가려는 듯했다.
물론 김영원이 우승에 가까워질수록 강동궁의 견제는 더 탄탄해졌고, 반격도 거셌다. 결국 4세트 이후 세 차례 연속 패배를 당하면서 승부는 강동궁의 역전승으로 마감됐다.
또 한 차례 승부는 바로 직전에 열린 왕중왕전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챔피언십' 16강전이었다. 개막전 결승 승부 이후 9개월 만에 성사된 맞대결이었다.
이번에도 김영원은 3세트까지 2-1로 앞서며 강동궁을 괴롭혔고, 4세트도 4이닝에 9:3으로 리드하면서 승리까지 단 5점을 남겨뒀다.
김영원이 6점째 시도한 역회전 비껴치기가 빗나간 뒤 강동궁이 후공에서 원뱅크 샷 이후 정교하게 두께를 조절하며 7점을 득점해 9:10으로 역전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러나 5이닝 공격에서 김영원의 뒤돌리기가 아슬아슬하게 제2적구를 빗나가면서 승부는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전 타석에서 손맛을 본 강동궁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고, 남아 있던 5점을 끝까지 공격에 성공하면서 승부는 9:15로 역전됐다.
세트스코어 2-2 동점이 되면서 김영원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되살리지 못한 반면, 몸이 풀린 강동궁은 마지막 5세트에서 2이닝 6점, 4이닝에 5득점 결정타를 터트리며 결국 5이닝 만에 15:7로 승리를 거뒀다.
강동궁 "내가 빈말하는 거 아냐…이번 경기서 진짜 많이 놀라"
겉보기에는 개막전 결승에서 패한 뒤 오랜만에 강동궁을 만난 김영원이 그때처럼 중반까지 유리한 승부를 풀어내지 못하고 무너진 승부였는데, 직접 상대한 강동궁의 평가는 달랐다.
이날 김영원이 프레스룸에서 나가고 교대로 들어와 자리에 앉은 강동궁은 "개막전과 월드챔피언십에서 김영원이 달라진 점은 없느냐"는 어떤 기자의 질문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막 누구를 띄워 주려는 것은 아니고, 개막전 결승에서는 아직 어리고 큰 경기도 처음이라 가벼운 느낌이 조금 있었다. 그럼에도 어린 나이에 공을 맞히는 감각이 너무 좋아서 그 부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월드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만나서 경기를 해보니까 그 단점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았다. 공 다니는 느낌이 힘이 많이 빠지고 소프트한 느낌이었다"며 "내가 빈말을 하는 거는 진짜 아니고, 한 3년 정도 지나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강한 선수가 돼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칭찬을 이어갔다.
또한, "나는 이번에 경기를 하면서 진짜 많이 놀랐다. 보통 경기를 하다가 상대방이 공 치는 걸 보면서 '이렇게 해서 치는구나' 한 번씩 생각하는데, 이번에 김영원 선수를 보면서 '벌써 이 정도까지 올라온 거야?'라고 혼자서 생각했다"며 "정말 고급스러운 기술도 많이 사용하고, 멘털적인 부분도 이제는 완벽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아마 우리나라 당구의 미래가 김영원 선수로 인해 진짜 많이 바뀌지 않을까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상당히 어린데 그런 큰 시합에서 얼굴에 보이는 긴장감이라든지 여러 가지 어려운 부분들을 이겨내고 있고, 항상 브레이크 타임 때 명상에 잠겨서 자기 혼자 주문을 외우듯 앉아 있거나 당구를 잘 치기도 하지만 이런 루틴을, 그 어린 나이에 월드클래스들이 하고 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그렇게 많이 주목을 받는 경기에서 자기 실력을 발휘한다는 게 가장 큰 부분인 것같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에는 "보통 잘 치는 선수를 만나면 버거운 표시가 나기 마련인데, 그런 면들이 다른 어린 친구들보다 향상돼 있는 것같았다"라며 답변을 마쳤다.
김영원 "하루 8시간씩 쉬는 날 없이 연습…PBA 투어, 웬만한 노력으로 쉽지 않다"
김영원은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PBA를 꿈꾸는 사람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정말 당구를 사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무대에 도달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힘든 부분이 많겠지만, 받아들여야 하고 잘될 때는 욕심도 낼 줄 알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나도 젊은 친구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지만, 웬만한 노력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해 지금 이 자리에 앉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쳐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하루에 8시간 정도 오로지 당구에 매진하고 있다. 매일매일 연습는 이유는 당구라는 스포츠는 감각을 필요로하는 만큼 쉬는 날 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강동궁의 평가는 이렇게 당구에 대한 열정으로 쉬지 않고 훈련하는 김영원의 노력이 밑거름이 됐다.
과연, 3년 뒤 김영원의 모습은 어떨지, 과연 강동궁의 예상처럼 김영원이 우리나라 당구 역사를 바꾸는 선수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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